지역사회 코로나19 대응 맡아온 이비인후과醫 신광철 부회장
동네의원 역할 강조…"물고기 다니는 길목에 그물 치는 게 중요"
교육, 지침 개정하고 시설 지원 필요…현장 목소리 귀담아듣길

공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 이동 경로를 보면 동네 이비인후과, 내과, 소아과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많은 환자가 '몸이 좀 안 좋은 거 같아서' 동네의원을 찾았다가 이후 검사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수많은 코로나19 환자가 '감기 환자'라는 이름으로 동네의원을 거쳐갔지만 이들 일차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환자 진단과 치료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것은 코로나19 사태 만 2년을 맞은 올해 초부터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운영하며 감염병 대응에 적극 참여한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신광철 공보부회장이 매일 환자 동향과 임상 경향을 기록하고 고양시 지역사회 코로나19 양상을 추적하면서 내린 결론은 하나다. 일차 의료기관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몸이 아플 때 가장 먼저 찾는 의료기관은 평소 다니던 동네의원이다. 감염병 교육과 정보 공유가 충분히 이뤄진다면 의사는 임상적 판단으로 감염병 환자를 찾아낼 수 있다. 감염병 사태가 벌어졌다고 일차 의료기관 문을 막을 것이 아니라 이들이 먼저 나서서 초기 감염병 환자를 찾아내고 치료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지원해야 한다. 앞으로 감염병 사태 대응 기본은 일차 의료기관 참여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청년의사는 최근 신 부회장을 직접 만나 지난 2년 코로나19 대응을 통해 배운 교훈과 앞으로 감염병 사태 대응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들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신광철 공보부회장(미래이비인후과)은 일차 의료기관이 감염병 사태 초기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신광철 공보부회장(미래이비인후과)은 일차 의료기관이 감염병 사태 초기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운영하며 적극 대응해왔다. 지난 2년간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코로나19 대응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실제 운영자로서 그 성과를 어떻게 보나.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성과를 거둔 것은 정식으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가 시작된 후다. 처음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시작했을 때를 돌아봤을 때,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코로나19 대응 역할을 했느냐고 하면 '아니다'가 정답이다.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일차 의료기관이 코로나19 환자를 검사해서 선별할 수 있게 되면서 호흡기전담클리닉도 그 역할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나.

고양시에서는 지난해 5월 경부터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코로나19 환자 검사까지 시도했다. 고양시의사회가 아이디어를 내고 고양시, 덕양구 보건소가 상의해 호흡기전담클리닉 16곳에 신속항원검사키트를 나눠줬다. 지난해 8월 이들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신속항원검사 750건을 실시해 양성 환자 13명을 찾아냈다. 모두 PCR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은 기간 고양시 선별검사소에서 진행한 검사 15만6,000건 가운데 양성 환자는 11명이었다. 결국 망망대해에 그물을 펼쳐놓고 물고기가 지나가길 기다려봤자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물고기가 지나는 길목에 그물을 쳐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일차 의료기관이 나서서 이런 환자를 걸러내야 한다. 일차 의료기관이 감염병 검사를 하고 치료하고, 감염병 환자가 찾아왔을 때 의료기관으로서 정상적인 기능을 작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무조건 못하게 막다가 나중에야 길을 열어주는 방식은 정답이 아니라고 본다.

- 신속항원검사 정확성 때문에 의료기관 사용과 확진 인정을 두고 지금도 의견이 갈린다. 그래도 신속항원검사를 통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나.

일차 의료기관이 스크리닝 기능을 담당해 투약이 필요한 환자를 빠르게 선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에도 신속항원검사와 PCR 검사 체계를 두고 말이 많았다. 신종플루도 신속항원검사 정확성 우려가 컸고 PCR 검사 결과로만 확진 인정을 했다. 신종플루는 발병 48시간 내에 타미플루를 투약해야 치료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PCR 검사 결과가 하루 이상 걸렸기 때문에 상당수 환자가 제때 투약받지 못했다. 일차 의료기관에 검사 권한 등을 충분히 부여하고 환자를 빨리 구별해냈다면 피해가 적었을 것이다. 검사 결과가 부정확하다고 해도 의사의 임상적 판단으로 신종 플루 환자를 충분히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그 기회조차 묵살하고 병원급에서 PCR 검사를 받도록 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가 문제가 된 것도 결국 그 '병원들이 뚫렸다'는 사실이다. 어느날 갑자기 병원이 폐쇄되고 기능이 마비되고 중증 입원 환자는 갈 곳이 없어졌다. 만약 메르스 환자가 병원에 가기 전 일차의료기관을 거치면서 선별하고 대응했더라면 병원들이 살아남았을 것이다. 병원 감염관리 시설이 부족했고 대응에 실패했다고 비난하기 앞서서 그 전단계가 역할을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 이렇게 보면 코로나19 사태와 지난 감염병 사태 대응 양상이 비슷하다. 일차 의료기관이 제대로 역할할 수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도 비슷하다.

맞다. 이번 코로나19 기간 이비인후과 피해가 특히 컸던 것도 이에 대한 반증이다. 전국 동네 이비인후과들이 코로나19 환자가 거쳐갔다면서 역학조사와 의료진 격리를 겪었다.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동네 이비인후과, 동네 일차 의료기관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환자가 아플 때 가장 먼저 찾는 곳, 물고기가 지나는 길목에 우리가 그물을 쳐야 한다.

지난 감염병 사태를 되돌아보면 앞으로 5년, 10년 안에 새로운 감염병 사태가 발발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5년 안에 일차 의료기관이 초기 대응에 참여하는 대응 체계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일차 의료기관이 앞장서서 지역사회를 지키고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으로 감염병 대응 부담이 이어지지 않도록 방비해야 한다.

- 일차 의료기관이 감염병 대응에 적극 나서기 위해 필요한 지원으로 무엇이 있나.

무엇보다 감염병 대응을 위해 꾸준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평상시는 물론 유행 시 바이러스 최신 양상과 대응법이 빠르게 공유돼야 한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유행 초기에는 오미크론 변이가 상기도 감염에 집중된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아 환자를 놓친 경우가 많다.

현재 교육하는 감염증 관리 지침도 손봐야 한다. 내용 대부분 병원급이 기준이다. 의원급 부분도 병원급 내용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현실과 맞지 않은 내용이 많다. 일례로 감염병 환자가 오면 키보드 커버를 제거하고 소독하라는 내용이 있다. 물론 이대로만 하면 정말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일차 의료기관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내용이다. 일차 의료기관의 형편을 둘러보고 이런 지침 적용이 정말 옳은지 고민하고 접근해야 한다. '당연히 이렇게 해야지'가 모두 정답이 될 수는 없다.

- 신속항원검사 시작 후 일차 의료기관 구조가 감염병 환자를 보기에 적합하지 않다면서 구조 변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하드웨어도 일정 부분 손봐야 하지만 그보다는 앞서 말한대로 '소프트웨어' 보완이 더 중요하다. 기본적인 설비 기준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뛰어넘어 과도한 기준을 요구하면 의료기관 참여를 막고 득보다 실이 더 많아진다.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도 먼저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맞춰오는 기관을 인정하는 방식이었는데 이제는 반대로 감염병 대응 기준에 맞게 일차 의료기관이 필요한 시설과 설비를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 종합하면, 병원급 역할을 축소하고 일차 의료기관 역할을 키워야 한다는 뜻인가.

현재 작동하는 시스템을 상황에 맞춰 유기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방향을 함께 고민하자는 것이다. 1차 의료기관과 2·3차 의료기관을 나눠서 따로 가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의사 90%가 전문의다. 제대로 훈련받고 전문지식과 실력을 갖춘 수많은 전문가가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주치의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민 스스로 효율과 효과를 가늠해 의료기관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이미 국민에게 익숙한 시스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운용해야 한다. 별개 시스템을 새로 만들고 모두 여기 맞춰 움직이라고 해도 급박한 상황에서 그만큼 제대로 돌아갈 가능성은 적다.

- 이외에도 개선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정부가 정책 결정 과정에 일선 의사회와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 학회와 의사회 둘 다 활동하면서 느낀 것이 학회에 비해 정부와 의사회간 소통 창구가 너무 없다는 점이다. 있어도 기회가 적고 의사회 의견을 크게 귀기울여 듣지 않는다. 대학과 연구기관이 내놓은 연구 결과는 정책에 반영되지만 가장 중요한 현장 목소리는 감염병 대응 정책에 제대로 담기지 않고 있다. 이제는 정말 현장을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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