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위탁 아닌 ‘위임’… 건보재정으로 비용부담 우려배진교 의원 보험업법 개정안, ‘수용 곤란’ 의견 제출 의협, 의원급 의료기관에 불필요한 행정부담 ‘전면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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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년째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드라이브가 다시 걸렸지만 직접적 이해관계자들이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도 반대의견을 내놓아 주목된다. 

    최근 건보공단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 관련 ‘수용 곤란’이라는 입장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관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역할 자체가 공적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에는 실손의료보험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자료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위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심평원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의료기관에 서류의 제출을 요청해 전산으로 자료를 받고 이를 다시 보험사에 제공한다는 절차가 제시됐다. 

    이를 두고 건보공단은 “실손보험이라는 민간보험의 보험금 청구 편의 제고는 사적 이익과 관련된 것임에도 공보험 담당기관인 심평원이 청구 대행을 하는 것은 그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국회에 의견을 냈다. 

    특히 “(배진교 의원의) 개정안은 보험금 청구 업무를 심사평가원에 위탁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보험금 청구는 업무가 아닌 권리행사의 일환으로 이를 위탁으로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위임을 통한 대행 청구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업무를 진행함에 따라 소요되는 비용부담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건보 재정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건보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의료계는 청구간소화 관련 내용에 전면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배진교 의원발 보험업법 개정안에도 동일한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의료기관에 대해 보험사의 보험금 청구 절차 개선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기본적인 법적·경제적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별도의 행정직원이 없는 의원급에 서류 전송 등을 위한 행정부담을 발생시키는 것은 일방적이고 불필요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심평원에 해당 서류전송 업무를 위탁하는 것은 현재 환자가 직접 보험사에 제출하는 방식이나, 핀테크 업체를 활용해 의료기관에서 보험사로 직접 제출하는 방식에 비해 오히려 정보 유출 가능성이 더 높다”고 언급했다. 

    청구 간소화에 담긴 보험업계의 숨은 의도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의협 측은 “보험료 지급 거절을 위해 가입자 및 의료기관들과 소송을 남발하는 등 본인들의 이익에만 민감한 실손보험사들이 청구간소화를 통해 소액 미청구로 인한 낙전수입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환자진료정보 획득을 통해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숨은 의도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