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56 (금)
“비대면 진료, IT기술 발달됐다고 추진 NO···안전성 담보돼야”
“비대면 진료, IT기술 발달됐다고 추진 NO···안전성 담보돼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05.27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차산업혁명위·의학한림원 세미나···의료계·정부·환자단체·법조계·산업계 등 참여
政, 기본적으로 의료사각지대에 적용···의료인 책임소재·동의서 관련 이견도 나타나

“원격 진료는 정말 오지에 사는 거주민이나 중증장애인 등 대면 진료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사진>은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26일 공동개최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향’ 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패널토론에서 문 실장은 현재 국내에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나 시범사업도 없이 밀어붙이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 실장은 “전 세계에 우리나라처럼 전문의를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라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의사를 만나기 어려운 지역이나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원격 진료를 시행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그렇다면 섬, 산간벽지, 중증 장애인 등에게 먼저 적용해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문 실장은 특히 비대면 진료 논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편의성’이 아니라 ‘안전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원격진료에 대한 제대로 된 임상평가를 통한 대조군과 실험군 간 비교 연구도 없이 단지 우리나라 IT 산업이 발달했다는 이유만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말했다.

원격 진료로 인해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문 실장은 “원격진료도 의무기록이 남게 되는데 플랫폼 회사에 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환자의 개인정보의 안전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이야기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며 “또 비대면 진료 의사도 계속 바뀔 수 있는데 이를 명확히 추적하지 못하면 제대로 진료가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정부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의 기본적인 방향은 의료사각지대에서 시행하는 것이고, 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 플랫폼 업체는 직접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비대면 진료의 가장 기본적 방향은 의료사각지대에서 취약계층 관리 등 정책적 관점에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면서 특히 “플랫폼 업체는 직접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고 이보다 환자의 선택권과 의사의 진료권 등이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윤건호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원격의료연구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환자의 개인정보가 플랫폼 업체에 넘어갈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병의원 EMR(전자의무기록)을 클라우드로 관리해도 데이터가 공유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비대면 진료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의료사고 시 책임소재에 대한 문제도 논의됐다.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비대면 진료라고 의료인에게 면책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대면과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환자에게 대면진료 동의를 받았다고 해도 의사의 설명의무를 완전히 이행했다고 할 수 없다. 자칫 ‘동의만능주의’로 흐를 수도 있다”며 “이보다 의사의 설명의무 권고를 더 자세하게 해야 한다. 동의서보다는 설명의무나 녹화를 통해 설명입증자료를 더 확실히 확보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형우 과장도 “비대면 진료도 대면과 동일한 책임을 지는 게 원칙이다. 의사의 중과실이나 고의가 있으면 책임을 지고 그게 아니면 면책이 원칙이며, 동의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의사의 책임과 환자의 책임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는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 대표는 “지금도 각종 동의서에 의료인 면책조항이 많은데 비대면 진료에까지 면책을 적용하면 안 된다. 또 의사의 설명 의무 범위도 더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석균 실장은 대면 진료보다 불확실성이 큰 비대면 진료에 의료인 면책조항이 없으면 의사의 진료가 더 소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비대면 진료에서는 감기증상일 뿐인데 실제론 급성후두염이어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의사에게 면책이 되지 않으면 의사들은 비대면 진료 시 약을 먹고 효과가 없으면 병원에 내원하라는 식으로 환자들에게 설명할 것이고, 환자들은 이런 의사들을 믿지 못해 계속해서 ‘닥터 쇼핑’을 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김헌성 가톨릭의과대학 교수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를 코로나19가 종료되면 합법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텐데, 현재 허용되고 있는 전화를 통한 비대면 진료는 원내감염을 막기 위해 ‘병원에 오지 말라’는 개념으로, 현재 논의되는 비대면 진료 방향과는 다르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정용 내과의사회 원격의료TF 위원장은 청중 발언을 통해 “현재 대학교수 모임인 의학한림원이 원격의료 관련 유권해석을 맡았는데, 앞으로는 가급적이면 (원격진료 주체인) 개원의 단체에 유권해석을 맡겨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원격진료 초·재진 원칙을 여기서 구분하기도 쉽지 않고 심평원의 삭감, 처방일수 등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대학병원이 아닌 개원의의 입장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형우 과장은 “복지부는 어디까지나 원격의료는 환자의 선택권과 의사의 진료권이 유지되는 선에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이런 방향에서 의사뿐 아니라 환자에게도 필요한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