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

의료진 동의 없는 ‘분쟁조정 자동개시’…의사-환자간 신뢰 구축은 언제쯤

이재혁 기자 / 기사승인 : 2022-02-11 07:42:36
  • -
  • +
  • 인쇄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 강화 둘러싼 醫‧시민사회 입장 차 ‘확연’
▲ 시민사회단체에서 의료분쟁조정 자동 개시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최근 국회에서 추진하는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법의 강화 개정에도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사진= 제공)

 

[메디컬투데이=이재혁 기자] 시민사회단체에서 의료분쟁조정 자동 개시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최근 국회에서 추진하는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법의 강화 개정에도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해당 개정안이 의료인의 최소한의 방어권까지 박탈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법 개정을 통해 고질적인 문제인 의사-환자 간 신뢰 구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지난해 12월 31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 제9항은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등급 1급 중 일부’ 등 중대한 의료사고에 한해 피신청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분쟁 조정절차를 자동 개시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강 의원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참여 의사가 없어 자동 각하된 의료분쟁 신청 건수는 3969건으로, 전체 신청건수 1만48건의 약 40%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신해철법’으로 불리는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법안의 본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피신청인이 조정에 응하고자 하는 의사를 조정중재원에 통지해 조정절차가 개시되도록 하는 조항을 삭제했다.

이어 의료사고 피해 정도와 무관하게 사고 당사자로부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이 조정신청을 받은 경우 ‘지체 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하도록 했다. 다만 조정통보를 받은 피신청인은 14일 이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법안이 발의되자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의료분쟁 조정법은 이미 치명적인 독소조항을 가지고 있다며 “개인 간 의료분쟁을 국가가 강제로 조정하게 하는 전 세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먼저 의료과실을 판단할 중재원 감정부를 구성부터 5인 가운데 의료전문가는 2명 뿐이고 3인이 비전문인으로 구성돼 의료인에 대한 불신이 내재된 편향적 구성이라는 주장이다.

대개협은 “의료는 선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위험을 감수한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의료분쟁조정법은 이미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환자는 무조건적인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전제하에 제정돼 법안이 내재한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기본적인 문제가 많은 의료분쟁조정법을 보완이나 파기하기는커녕 피신청인에게 아주 작은 방패로 주어졌던 ‘조정 참여 동의권’마저 빼앗아 버리는 개정안은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을 무시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편향적인 강제조정은 의사의 소신 진료 기피 및 일부 과에 대한 기피현상 심화를 초래해 국민 건강권에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같은 자동개시절차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9년에는 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 제9항이 피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기도 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5월,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는 피해가 가장 중하고 또 피해를 입은 사실이 분명함에도 소송으로 나아갈 경우 의료소송에 이미 내재돼 있는 정보의 비대칭에 더해 환자의 사망으로 인해 인과관계 등 필요한 내용을 증명하기 더욱 곤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며 해당 청구를 기각했다.

또한 최근 진행된 보건복지부가 주재한 이용자중심의료혁신협의체 회의 당시 한국소비자연맹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을 비롯한 이용자단체는 의료계와 정반대의 의견을 개진했다.

소비자연맹과 환연은 ▲자동개시 대상 의료사고 범위 확대에서 더 나아가 ▲수탁감정 및 분쟁 조정·중재의 공정성과 합리성 갖춰야 한다는 입장 밝히며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현재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중재의 효력이 발생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분쟁조정이 강제력을 가져서 실효성을 더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복지부는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 시민사회단체와 의료계 간 입장 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한편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그간 피력해온 감정부 위원 구성 개선 등 보완점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되는 개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중재원에 대한 의료인들의 신뢰 또한 회복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의료인이 잘못이 없을 경우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중재원에서 조정을 하겠다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불가항력적 사고는 국가가 책임지고 환자에 보상 및 배상하는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dlwogur93@mdtoday.co.kr)

[저작권자ⓒ 메디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정부 "다음 주부터 군의관 36명 신규 파견···비상진료 지원 지속 추진"
내년도 의대 증원분 1489~1509명…법원 제동은 ‘변수’
‘복지부 장관 고소’ 사직 전공의 “대화와 타협 실종…법의 영역으로 공 넘어가”
의협 빠진 공단-의약단체 수가협상 상견례···이달 말까지 수가계약 체결
국민연금, 9종의 공‧사 연금 통합조회 한 번에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