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로나 백신 피해보상 방침 위기…의료계 '수용불가'

법원, 예방접종 후 증상 원인 불분명 시 인과성 인정 취지 판결
의료진, 법률적 잣대 따른 혼란 야기 우려…"인과관계 증명돼야"
피해보상위 회의록도 공개 요구…의료진 "위원보호 전제 필요"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2-09-22 06:06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이상반응) 피해보상과 관련, 전문위 회의록 비공개, 인과관계 과학적 입증 등 그간 유지해온 정부 방침이 연이어 외부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의료계에선 반발과 더불어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 법원發 인과관계 입증 논란…의료계 ‘법원 틀렸다’ 반발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30대 남성 A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예방접종 피해보상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소송에서 질병청은 A씨 증상이 예방접종과 인과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지만, 재판부는 백신 접종과 증상 간에 인과성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질병청이 증상 발생을 14일 후로 전제하고 있다는 점, 접종과 증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할 개연성이 있다는 점, 백신 접종으로 인한 피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점 등이 고려됐다.

재판부는 “예방접종과 증상 간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간접적 사실관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이는 경우 그 증명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시간적 밀접성, 이론·경험상 인과관계 가능성, 원인불명 등으로 예방접종과 증상 간 인과관계를 추론하기에 충분하다는 해석이다.

재판부는 “다른 원인으로 이상반응이 나타났다는 증명이 없는 한, 백신과 증상 간 역학적 연관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피해보상신청 거부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재판부 판결대로라면, 앞으로 질병청은 예방접종 후 나타난 증상에 대해 원인을 밝혀내야만 피해보상 신청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증상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면 예방접종 간 인과성을 인정하고, 피해보상을 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의료진은 법적 판단이 과학적 판단보다 우선돼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증명되지 않은 가정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상급종합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 분야 사안을 법원이 판단할 능력이 있는지, 앞으로 예방접종 부작용 여부와 피해보상을 법원이 담당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이번 판결은 보상체계를 뒤흔들 수 있다”며 “일부 우려대로 줄소송이 이어질 것은 자명하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감염내과 교수는 “과학자는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만 하는 것과 달리, 법원은 증상 원인이 백신이 아니라는 증거가 없으면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률적 판단을 하고 있다”며 “실제로는 인과관계가 없는데, (이번 판결로)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이는 백신 불신 확대, 접종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법률적 잣대를 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인과관계와 무관하게 일정 금액 이하 치료비용을 선 지원하는 것이 정부에게 더 이득이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감염내과 교수는 “소송에 소요되는 비용·인력·시간·정성 등을 고려한다면,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고 일정 금액 이하 치료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했을 것”이라면서 “행정적으로 보상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겠지만, 결국 이같은 상황까지 온 것에는 정부 책임도 있다”고 덧붙였다.

◆ 감사원 “피해보상위 회의록 공개”…의료진, 제한적 공개 제안

감사원에서도 코로나19 백신 부작용과 관련해 질병관리청을 압박하고 있다.

감사원은 질병관리청에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국민감사 청구와 관련한 의견 자료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코백회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질병청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에서 진행한 이상반응 심의가 적법했는지, 역학조사관 심의결과와 피해보상전문위 심의결과가 다른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면서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 회의록 공개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청은 ‘심의 과정에서 전문위원회의 자유로운 논의를 저해하지 않도록 각 위원의 개별 발언은 공개하지 않는다. 정부는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사례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심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에 있다.

감사원이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질병청은 전문위 회의록 비공개 원칙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선 의료계는 전문위원 정보가 보호된다는 전제하에선 공개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감염내과 교수는 “각 위원 간 구체적인 발언까지는 아니더라도 판단 기준이나 전반적인 회의 내용이 공개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더욱이 법원에서 인과관계 여부를 따진다고 나섰는데 위원회 회의록 공개 여부를 따지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감염내과 교수도 “정보공개 청구에 따라서 회의록을 공개하더라도 위원 명단까지 공개되면 아무도 전문위원을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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