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구로병원 이승룡 교수, "1차 치료에 2세대 약제 알레센자 선호"

"알렉티닙은 ALK 표적치료제 중 유일하게 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와 RWE(Real-World Evidence)를 통해 크리조티닙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5년 장기 생존율 개선을 입증했다. 또 부작용 우려도 적고, 환자의 뇌전이 유무와 상관없이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 특히 2차 치료에 롤라티닙 사용시 가장 긴 PFS(Progression-Free Survival)를 나타내 2세대 약제 중 1차 약제로 알레티닙을 고려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이승룡 교수(대한폐암학회 총무이사)는 4기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순차 치료전략을 설명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고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이승룡 교수
고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이승룡 교수

현재 국내에는 ALK 표적치료제로 1세대 약물인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를 포함해 2세대 약제인 '알레센자(성분명 알렉티닙)', 자이카디아(성분명 세리티닙), 알룬브릭(성분명 브리가티닙) 그리고 3세대 약물인 '로비큐아(성분명 롤라티닙)' 등이 도입돼 있다.

여기에 지난 7일 '로비큐아'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며, 이르면 상반기 중 국내 임상 현장에서 3세대 약물 급여 처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는 치료 선택지가 늘고 약제별 처방 기준도 다양해진 만큼,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분야에서 치료전략의 수립이 중요해짐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이승룡 교수를 만나 최적의 순차 치료전략을 들었다.

-4기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표적항암제의 등장은 임상 현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왔나.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새로운 치료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치료 성적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이것은 내성 발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치료제 개발을 반복하는 항생제 사례와 비슷하다. 폐암 표적항암제 역시 암이 진화하며 생기는 내성 기전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그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약제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렇게 약제가 한 단계 더 진화할수록 예전보다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도 길어지게 된다.

2000년대 초반, 즉 표적항암시대 초반만 해도 아직 ALK 표적항암제가 없었기 때문에 환자들의 OS는 1년이 채 안되는 10개월에 불과했다. 이후 '베바시주맙(오리지널 상품명 아바스틴)'이라는 약제가 나오면서 1년이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3세대 표적항암제까지 등장한 현재,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리얼월드 데이터(Real-World Data)를 보면, OS가 거의 60개월까지 나온다. 근 20년 동안 생존기간이 1년에서 5년으로 늘어나며, 장족의 발전을 이뤄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4기 환자의 1차 치료부터 1~2세대 약제들이 모두 급여 적용되고 있다. 약제들의 급여 확대로 변화된 부분이 있다면.

예전에는 ALK 표적항암제가 '크리조티닙'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이후 차세대 약제들이 등장하고 후속 치료 개념이 생기며, 1차 치료에서 2세대 약제 중 어떤 약제를 선택하느냐가 이슈가 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서도 어느 정도 제시하고 있지만, 지금은 1세대 약제보다는 2세대 약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많다. 우선 치료 성적면에서도 PFS나 OS에서 2세대 약제들이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뇌혈관장벽(Blood Brain Barrier, BBB) 투과율도 2세대 약제가 훨씬 더 높다. 최근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OS는 늘었는데, 뇌전이를 잘 조절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BBB를 잘 통과하는 약제들은 뇌전이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의료진의 입장에서 2세대 약제들의 대부분은 치료 성적은 물론, BBB도 잘 통과하기 때문에 부작용 측면에서 약제 선택이 조금씩 나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알렉티닙'이 뇌전이 유무와 상관없이 일관된 효과를 보이고, 부작용 조절도 잘 돼 1차 약제로 처방하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2세대 약제는 3가지가 있다. 그중 '알렉티닙'을 1차 치료 선호 약제로 꼽은 이유는 무엇인가.

2세대 약제 중에 '세리티닙'은 위장관계 부작용 이슈 때문에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알렉티닙'과 '브리가티닙'은 환자 특성에 따라 처방을 달리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특성에 서로 다른 장단점이 있다. 일단 부작용 측면에서 두 약제 모두 우려가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브리가티닙'은 초반에 급성 폐렴 부작용 이슈가 있다. 반면 '알렉티닙'은 상대적으로 낮은 위장관계 부작용을 내약성이 보다 양호하고, 최근 리얼월드 연구 데이터까지 추가되면서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효과도 입증했다. 환자 복용 편의면에서 '알렉티닙'은 하루에 2번 총 8캡슐(4캡슐씩)을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면, '브리가티닙'은 하루 1알 복용한다.

다만, '알렉티닙'은 ALK 표적치료제 중에서도 유일하게 RCT와 RWE를 통해 '크리조티닙'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5년 장기 생존율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2020년 ASCO(미국 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된 ALEX 업데이트 연구에 의하면, 알렉티닙 투여군의 5년 생존율은 62.5%로, 크리조티닙 투여군의 45.5% 대비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차이를 보였다. 5년이 되어도 환자의 62.5%가 생존해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지난해 ESMO(유럽종양학회)에서 발표된 리얼월드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알렉티닙'은 ALEX 연구에서 중추신경계(CNS)에서의 질병 진행 위험을 '크리조티닙' 대비 약 84% 낮췄으며, CNS 전이를 동반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27.7개월의 PFS 중간값을 확인했다. 리얼월드 코호트에서 기저 시점에 CNS 전이를 동반한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알렉티닙 투여군의 PFS 중간값이 대조군 대비 약 3.5배, OS 중간값은 3.8배 이상 더 길었다.

'브리가티닙'은 후발 주자이다 보니 아직 리얼월드 데이터가 나올 만큼 자료가 축적되지 않았다. 이같은 점과 함께 2차 치료에 향후 '롤라티닙'으로의 순차 치료전략을 고려해, 임상적 가치를 입증하고 긴 PFS를 보여준 '알렉티닙'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고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이승룡 교수
고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이승룡 교수

-'롤라티닙'이 4월 초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임상 현장에서도 급여 적용이 가시회되고 있다. 3세대 약제인 '롤라티닙'이 가져올 변화는.

2세대 약제로 치료 받은 환자들이 내성이 생겨도, 그 다음 단계에서 '롤라티닙'으로 내성 기전들을 막을 수 있다. 때문에 2세대 약제를 1차 치료에 처방하고, 2차 치료로 넘어갈 때 '롤라티닙'을 사용하는 것이 최상의 조합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2세대 약제 중 '알렉티닙'만이 유일하게 '롤라티닙'과 순차 치료에 대한 임상적 가치를 입증했다. 이는 향후 '롤라티닙'을 활용한 치료전략 수립에 중요하게 고려할 부분이 될 것이다.

'롤라티닙'의 2상 임상연구를 보면, 1차 치료에 '알렉티닙'을 사용한 경우 5.5개월의 PFS를 보여, 1차 알렉티닙-2차 롤라티닙 조합에서 가장 긴 PFS를 나타냈다(그림). 리얼월드 데이터는 임상연구에서보다 더 길 수 있어, 향후 '알렉티닙-롤라티닙'의 순차치료 조합에 대한 결과는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진단이나 병용요법의 탐색 등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은 다른 종류 폐암에 비해 진단이 매우 쉬운 편이다. BRAF 등 다른 종류 폐암은 약이 있어도 진단 방법이 어려워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tation Sequencing, NGS) 검사 등을 해야 하지만, ALK는 면역화학염색만 하면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진단도 어렵지 않고 치료 약제도 잘 나와 있다. 또 아직까는 병용요법에 관한 니즈(needs)도 없는 편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은 생존기간이 60개월에 달할 만큼 치료 반응이 좋은 암이다. 환자들이 5년 이상 살고, 기존에 있는 약제로도 충분히 잘 치료가 되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약제를 추가해 약제 독성을 늘려 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뜨릴 이유가 없다.

때문에 이 분야에서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면 3세대 약제인 '롤라티닙' 이후에 사용할 수 있는 4세대 신약이 나와야 한다는 정도가 미충족 수요(unmet needs)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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