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학회 학술대회서 ‘의료분쟁 올바른 예방과 대처법’ 소개
이동필 변호사 “전개될 의학적 상황의 환자 이해 돕는 것 필요”
한정호 교수 “경영진과 입장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 인식해야”

의료사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의료인들이 중증환자 진료기피 등 의료분쟁의 부작용을 피하고 환자의 생명도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대표변호사는 지난 17일 열린 대한소화기학회 춘계학술대회 ‘의료분쟁의 올바른 예방과 대처법’ 세션에서 이같은 질문에 대한 답으로 환자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사람 대 사람의 상호이해와 공감을 통해 형성되는 신뢰관계와 유대감 즉, ‘라포(Rapport)’ 형성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의료분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의사와의 상호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거나 특정 시술의 과정과 예상되는 합병증이나 부작용에 대해 환자 측이 사전에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 원인일 때가 많다”고 했다.

이어 “의료현장에서의 동의서 작성이 주치의가 아닌 시술에 관여하지 않는 인턴이나 간호사에 의해 이뤄지고, 그 과정 또한 동의서 받는 임무를 수행하는 수준이어서 환자들은 대부분 인간성 없는 의례적 설명으로 받아들이고 ‘병원 측이 책임 안 지려고 서명 받는구나’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며 “합병증이나 부작용은 왜 발생하고, 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지 등을 실제 사진이나 이해하기 쉽게 나타낸 그림과 같은 매체를 동원해 설명한다면 훨씬 도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불편해하는 사항을 경청하고 반드시 환자가 궁금해 하는 사항을 확인하며 이에 대해 다시 설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의료사고 발생 후에는 사고가 왜 발생했고 환자의 상태는 어떤지, 앞으로 어떻게 치료하고 예상되는 합병증이 어떤지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환자나 보호자가 현재 상황과 앞으로 전개될 의학적 상황에 대해 잘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며 “의료사고에 따라 환자가 힘들어하거나 감정이 나빠진 부분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고 위로하고 사과한다면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으면서 감정적 분쟁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함부로 다른 의료진, 의료보조 인력, 다른 의료기관에 대한 불평·불만을 이야기하거나 비난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실제로 A병원에서 심방세동이 있는 환자에게 아스피린 단독처방을 해오다 환자가 비교적 심한 뇌경색으로 B병원에 입원했는데 B병원 의사가 ‘요즘 심방세동에 누가 아스피린을 처방하나?’라는 혼잣말을 하는 것을 들은 환자 보호자에 의해 A병원이 물리적으로·법적으로 큰 곤욕을 치른 사례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형사 고소를 주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의료사고가 생기면 환자 측이 취할 수 있는 법적절차에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와 형사고소, 두 가지가 있다. 과거에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민사소송으로 법원에서 과실 추정을 통한 손해배상을 받은 후 이를 증거자료로 형사고소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환자 측과 손해배상 합의를 할 때 ‘형사고소나 고발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서로 합의 하에 추가하게 되면 설령 형사고소를 하더라도 양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손해배상 합의를 할 때는 형사고소·고발을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추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감정 전문성 강화 필요”

그렇다면 진료행위가 의료분쟁으로 이어졌을 경우 의료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날 ‘소화기 분야 의료분쟁의 올바른 대처법’이란 주제로 발표한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는 “형사고발로 경찰조사를 받기 전 꼭 변호사 또는 법무담당자와 충분한 협의를 하길 권고한다”며 “특히 한 명의 변호사만 상담하지 말고 선임 전 단계여도 2~3명의 변호사와 상담하고 이 중에 의사 출신 변호사 1인을 포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왼쪽)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대한소화기학회 춘계학술대회 온라인 중계화면 캡처)
(왼쪽)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대한소화기학회 춘계학술대회 온라인 중계화면 캡처)

이어 “경찰·검찰 조사 단계에서 변호사가 동행해야 할지는 변호사와 충분히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봉직의 또는 전공의의 경우엔 병원 경영진과 소송에서 입장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준비하길 바란다”고 했다.

또 “의사, 특히나 자기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전문의들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느라 사회와 법정에서의 시각은 무시하는 경향을 버리고 질병에서 의사가 전문가이듯이 법률에서의 전문가는 의사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인정하고 의료소송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형사특례제도를 의료분쟁에 도입하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감정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한 교수는 “중재원의 활성화를 위해 의료분쟁에 형사특례제도가 일부 도입됐지만 그 범위가 경미한 의료과실에 한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로 극히 제한돼 있어서 효과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며 이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중재원에서 감정단과 교육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대한의사협회에서 자체적인 감정원을 설립하려 하지만 이 또한 재원과 인력풀 등의 여러 넘어야할 문제점이 있다. 특히 국민과 의료계가 모두 신뢰할 감정기구가 없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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