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일반·단순 진료질병군으로 분류…상종 지정·평가시 불리
박건우 이사장 “치매 중증도 재고 위해 TF 출범해 대응할 것”

신경과 의사들이 ‘입원환자분류체계’에서 치매의 중증도가 저평가됐다며 치매의 중증도 재조정을 요구했다. ‘태스크포스(Task Force)’를 구성해 중증도 재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각 질병군은 입원환자분류체계를 기반으로 진료·진단의 난이도와 중증도에 따라 ▲전문진료질병군 ▲일반진료질병군 ▲단순진료질병군으로 나뉜다. 전문진료질병군은 중증도·난이도가 높은 질병이며, 일반진료질병군은 모든 의료기관에서 진료가 가능한 질병, 단순진료질병군은 진료가 간단해 상종에서 진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질환이다. 따라서 상종에서는 난이도와 중증도가 높은 전문진료질병군을 치료해야 상종 지정·평가 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과 65세 이상 치매의 경우 일반진료질병군에, 64세 이하 환자의 치매는 단순진료질병군으로 분류돼 있다. 비교적 난이도와 중증도가 낮은 편이다.

(왼쪽부터)대한치매학회 이애영 회장, 박기형 학술이사, 박건우 이사장
(왼쪽부터)대한치매학회 이애영 회장, 박기형 학술이사, 박건우 이사장

대한치매학회 박건우 이사장은 지난 16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치매의 중증도가 낮게 책정돼 있다. 상종에서는 중증도가 낮은 환자를 많이 볼수록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일각에서는 치매를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치매가 중증 질환으로 인정받지 못 하는 것은 치료가 더디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기형 학술이사는 “치매의 중증도가 하락한 이유는 지난 18년 동안 치매 신약이 승인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치료제가 없으니 사람들도 1차병원이나 3차병원에서 쓰는 치료제가 같기 때문에 어딜 가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증도 하락에 따라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박 이사는 “지속적으로 개발되는 치매 치료제와 최신 기술을 접목해 환자를 진료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중증도가 하락해 치매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게 된다면 치매 진료가 경시될 수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박 이사장도 “치매의 중증도가 낮아지게 되면 환자들은 3차병원에 갈 것 없이 바로 1차병원으로 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1차병원에서는 발전하는 기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치매학회는 정부에 치매를 전문진료질병군으로 상향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TF를 구성하겠다고도 했다.

박 이사장은 “치매의 중증도를 바꾸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왔지만 병원 내 여러 전문과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쉽지 않다”며 “이미 만들어져 있는 구조를 바꾸려고 하니 저항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치매의 중증도를 재고할 수 있도록 TF를 구성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