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벨 위한 대책과 멘토링 시스템 도입 필요
펠로우 교육 프로그램 개선 필요...대정부 정책협력 전략 수정 필요성 제기

대한심장학회는 15, 16일 양일간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심장내과 분과전문의 수급에 대한 현안과 대책이라는 주제로 토론세션이 진행됐다.
대한심장학회는 15, 16일 양일간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심장내과 분과전문의 수급에 대한 현안과 대책이라는 주제로 토론세션이 진행됐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국가 응급의료체계의 근간이며, 심혈관 질환을 치료하는 심장내과 의사들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심장내과 전문의 수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공의의 워라벨 확보와 멘토링 시스템 도입 및 펠로우 교육 프로그램 개선 필요성이 제시됐으며, 의료행위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위한 대정부 정책협력 전략이 수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안됐다.

15~16일 경주 하이코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대한심장학회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ACC Asia 2022'에서 '심장내과 분과 전문의 수급에 대한 현안과 대책'이라는 주제로 세션이 열렸다.

심장내과 의료인력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발제한 을지의대 유승기 교수는 심장내과 전문인력의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편중 및 질적 편중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새로운 대형 종합병원의 개원이 늘고 있지만, 순환기 분과 전문의 배출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10년간 순환기 내과 전문의 배출 수는 거의 변동이 없었으며, 오히려 최근 1~2년 사이 내과 전문의 중 순환기 분과 전임의 지원은 급감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내과 전공의 수련기간을 기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지만 순환기 분과 전문의 수에는 큰 차이가 없어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에 따른 기대효과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수련기간 3년 단축, 순환기 내과 지원 효과 없어

유 교수는 "수련기간을 단축한 이후 내과 전문의 수는 늘었지만 순환기 분과 전문의 수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며 "전통적으로 지원 강세를 보이는 대형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순환기 분과 전문의 지원이 미달되는 사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순환기 분과 전문의는 그동안 비슷한 전문의 수를 보이고 있던 신장내과와 소화기내과 전문의 수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내과에서 대표적으로 워라벨이 좋지 않고, 보상에 비해 응급 시술 등 사회적 책임성은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이란 게 유 교수의 분석이다.

또 비현실적으로 낮은 콜 수당 및 콜 대기 수당 역시 인정받지 못하는 등 미흡한 수가 보상이 지원율을 낮추고 있으며, 타 진료과에 비해 번아웃 현상 심화가 전문의 지원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의를 지도할 수 있는 멘토링 시스템 역시 부재해 순환기 분과 지원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유 교수는 지적했다.

현재 대형병원 및 심혈관센터는 늘어나고 있지만, 내과 수련 기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순환기 분과 전문의 공급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또, 응급센터 운영에 필요한 로테이션 스케줄을 채울 중재시술 전공의 비율도 같이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 근무 심장내과 의사 중 50대 이상 비율이 거의 절반이라 의료진 노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승기 교수는 "경제적 보상 강화 못지 않게 워라벨 확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분과 전문의 수련기간을 넘어 지속적으로 의지하고 논의할 수 있는 멘토링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전문 펠로우 프로그램 디렉터를 양성해야 한다"며 "훌륭한 의사는 결코 혼자 탄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주의대 김송이 교수는 학문 후속세대 감소의 대책이라는 주제를 통해 응급의학과 회생의 방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응급의학과는 1994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응급의료 기금을 조성했다.

매년 요양기관 과징금의 50%인 20~30억 수준을 기금에 적립했으며, 도로교통범칙금의 20%를 응급기금으로 전환 시켰다.

또, 2002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을 통해 400억원의 기금을 확보했으며, 2010년 도로교통 과태료 20%인 2000억원을 지원 받았다.
 

심뇌혈관법 제정과 담배세·주류세 등 기금마련 필요

김 교수는 "지역 응급의료센터에서 중환자 전담의를 응급의학 전문의로 배정하면서 전문의 수요가 증가해 전공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김송이 교수는 순환기내과 전문의를 지속적으로 배출하려면 실제 임상에서 어려워하는 일에 학회차원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행위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 합리화가 이뤄져야 하며, 시술료 및 행위료가 현실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질병 질환군 분류를 중증 질환으로 포함시키도록 학회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

특히 학회가 정치권과 지속적 관계를 형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응급의료법 같은 심뇌혈관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법 제정을 통해 담배세 및 주세 등을 활용해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순환기 내과 의사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수준의 응급 시술료 및 행위료, (대기) 당직비 등이 책정돼야 한다"며 "유관학회와 소방청 같은 유관기관 등과 긍정적인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송이 교수는 내과 전공의 지원율은 간신히 100%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원축소에 따른 영향이며, 지방 병원은 정원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체 순환기 분과 전임의 수는 10년간 큰 변화가 없으며, 이 중 3년차 전임의가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전임의 대부분은 서울, 경기 지역 3차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순환기 분과 전문의의 자기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지속적인 후학 양성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순환기 분과 전문의가 지속적으로 배출되기 위해서는 전문의 스스로와 학회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는 것.
 

심초음파 급여화로 개원의로서 역할 커지고, 강점 기대

한편, 패널토의에 참여한 연세의대 김세은 전임의는 심장내과를 전공하는 이유는 학문 자체에 대한 매력과 재미 때문이라며, 번아웃 등 삶의 질이 낮아도 만족도가 높은 이유라고 말했다.

김 전임의는 "수련기간 3년 단축과 전공의 근무시간이 제한됐지만, 환자 수는 증가하면서 전공의의 로딩이 증가하고 스텝과 전공의 간 협력이 감소했다"며 "전공의 수련기간 3년 단축이 심장내과에 대한 관심을 떨어트리고, 심장내과 지원을 막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대의대 박태호 교수는 "적절한 보상과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며 "순환기 학문의 경우 재미는 있지만, 펠로우 이후 개업에 대한 문제가 많다. 그 결과 타 분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지난해부터 심장초음파가 보험급여 적용을 받고 있다"며 "심장내과 펠로우들도 이제는 개업을 하더라도 충분한 강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심장초음파 수요가 많고, 개원의로서의 역할도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태호 교수는 "앞으로 학회는 심장내과 전문의의 행위에 대한 적정한 보상 확보를 위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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