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공단 수가협상 자료제시 순서 변경…변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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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자-공단 수가협상 자료제시 순서 변경…변수 될까?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5.0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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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과 달리 선(先) 건보공단 자료 제공, 후(後) 공급자단체별 입장 설명
건보공단, “단체장 및 수가협상단 다수 교체에 따른 일종의 배려 차원”
공급자단체들,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큰 차이 없다는 시선도 존재
지난해 2024년도 대한병원협회 1차 수가협상이 진행된 장소 사진. ⓒ병원신문.
지난해 2024년도 대한병원협회 1차 수가협상이 진행된 장소 사진. ⓒ병원신문.

2025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수가협상)의 막이 본격적으로 열린 가운데 예년과 다른 변화가 도입돼 주목된다.

공급자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수가협상 ‘카드 패’를 보여주는 순서가 뒤바뀐 것.

그동안의 수가협상에서는 공급자단체들이 각 유형별 어려움과 애로사항을 토로하면서 적정 수가 인상의 당위성을 피력한 후(1차 협상), 건보공단이 진료비통계와 건강보험재정 등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대략적인 인상률 및 추가소요재정(밴드)을 공개했는데(2차 협상), 2025년도 수가협상에서는 이 순서가 변경됐다.

즉, 올해는 건보공단이 1차 협상에서 자료를 먼저 제시하고 공급자단체들이 2차 협상에서 해당 자료를 토대로 유형별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3차(최종) 수가협상에 돌입하기 전 ‘공급자-가입자-건보공단 간 3자 면담’을 처음 도입한 것에 이은 또 하나의 변화다.

통상 1차 협상은 공급자단체들이 읍소하는 자리, 2차 협상은 건보공단이 데이터를 공개하는 자리였다.

문제는 공급자단체들이 건보공단이 갖고 있는 데이터의 수치와 내용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1차 협상에 먼저 나서다 보니 3차(최종) 협상을 대비해 적정수가 인상률의 근거가 될 자료를 정리하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번 변화는 지난 4월 17일 열린 공급자단체 수가협상단과 건보공단 수가협상단 간 사전 미팅에서 한 공급자단체 수가협상단 대표가 순서를 바꾸자고 제안했고, 이를 건보공단이 수용하면서 전격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은 올해 유독 단체장들이 많이 교체됐고 수가협상단도 새로 구성된 곳이 많은 만큼 유연한 수가협상을 위한 일종의 배려라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수가협상은 건보공단과 공급자단체가 힘겨루기 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 누가 먼저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단지 올해는 공급자단체 집행부를 비롯해 수가협상단도 다수 교체됐기 때문에 수가협상이 낯설고 준비가 덜 됐을 것 같으니, 이에 유연한 협상 태도로써 소통과 배려를 한다는 연장선상에서 순서를 변경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5년도 수가협상 의약단체장-건보공단 이사장 상견례. ⓒ병원신문.
2025년도 수가협상 의약단체장-건보공단 이사장 상견례. ⓒ병원신문.

실제로 올해 병협, 의협, 한의협 회장이 교체됐고 각 단체별 수가협상단도 병협, 약사회, 치협 일부를 제외하고 전부 새 얼굴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은 △송재찬 상근부회장(대표) △유인상 제1보험위원장 △김한수 제2보험위원장 △이재학 보험이사,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최성호 부회장(대표) △최안나 총무이사 겸 보험이사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회장 △강창원 대한내과의사회 보험정책단장, 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은 △박영달 부회장(대표) △이영민 대외협력본부장 △이광희 보험이사 △이용화 보험이사, 대한치과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마경화 보험부회장(대표) △김수진 보험이사 △설유석 보험이사 △함동선 서울지부 부회장, 대한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정유옹 수석부회장(대표) △이완호 보험부회장 △손지영 보험이사 △박용연 보험이사,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은 △김남훈 급여상임이사(대표) △박종헌 급여관리실장 △김문수 보험급여실장 △권의경 수가계약부장 등이다.

2025년도 수가협상은 5월 16일과 17일 양 일간 한의협, 의협, 약사회, 병협, 치협이 1차 협상에 나서고 5월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한의협, 병협, 치협, 의협, 약사회가 2차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이후 5월 28일 공급자-가입자-건보공단 간 3자 면담이 2시간가량 진행되고, 5월 31일 3차(최종) 협상에 돌입한다.

밴드 결정의 키를 들고 있는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의 경우 5월 14일 1차 회의, 5월 28일 2차 회의, 5월 31일 3차 회의가 예정돼 있으나 변동될 수 있다.

이번 1·2차 협상 순서 변경을 두고 공급자단체들은 크진 않으나 일말의 기대는 할 만한 요소라고 내다봤다.

A 공급자단체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공급자단체들이 패를 먼저 까고 읍소하고 난 후에 건보공단이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에 수가 인상 기대치와 목표치를 설정하는 게 까다로웠다면, 올해는 대략적인 밴드 수치라도 미리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이를 통해 서로 전혀 다른 꿈을 꾸는 경악할만한 의견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 공급자단체 관계자는 “1차 협상 때 공급자단체들이 서로의 입장을 준비하고 주장하려면 맥락이 없고 너무 바빴다”며 “1차 협상에서 건보공단이 먼저 자료를 제시할 경우 2차 협상에 임하는 공급자단체들이 자료 분석과 반박 논리 준비에 좀 더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순서 변경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뿐 특별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C 공급자단체 관계자는 “건보공단과 공급자단체들이 서로 옥신각신하는 횟수는 조금 줄어들 수 있겠으나 누가 먼저 설명하느냐이지 유의미한 요소는 없을 것 같다”며 “건보공단 쪽에서도 특별히 목적의식을 갖거나 달라질 것을 기대하고 순서를 변경한 게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D 공급자단체 관계자는 “예전부터 고착화한 방식에 변화를 주자는 공급자단체들의 건의를 건보공단이 수용한 것 같은데, 크게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수가협상의 다양한 변화 중 한 부분으로 보고 있다”며 “수가협상단과 집행부에 약간의 여유 시간은 생겼지만 협상 결과에 특별한 영향이 있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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