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오른 ‘2025 수가협상’…“병원계 위기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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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오른 ‘2025 수가협상’…“병원계 위기 살펴야”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5.0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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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 의약단체장 및 건보공단 합동 간담회…의협 불참
이성규 회장, “위태로운 병원계 의료공급망 복원 위한 전향적 재정 활용 필요”
의료공급 왜곡 개선 위한 균형 있는 협상 통해 정부 의지 가늠할 수 있길 기대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의약단체장들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5월 3일 2024년도 수가협상 상견례를 가졌다. ⓒ병원신문.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의약단체장들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5월 3일 2024년도 수가협상 상견례를 가졌다. ⓒ병원신문.

“건강보험제도의 존재 이유이자 최우선 가치인 ‘국민의 건강’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는 병원계의 의료공급망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를 복원하기 위한 이해와 전향적인 재정 활용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성규 대한병원협회 회장은 5월 3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열린 ‘2025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수가협상) 관련 의약단체장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합동 간담회(상견례)’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상견례는 5월 2일 취임한 제42대 이성규 회장의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단체장 인사말에서 이성규 회장은 그간 병원계는 국민의 건강과 의료안전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했고, 과거 메르스나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등 국가적인 보건의료위기 속 정부와 협력해 대응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피력하며 인사말의 운을 뗐다.

이성규 회장은 “정부와 건보공단은 병원계의 공헌에 걸맞은 대우와 사회적 인정을 보여줌으로써 일선 병원들이 자긍심을 갖도록 해줘야 하는 책무가 있다”며 “정책 파트너로서 이 같은 상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하나의 방식이 수가협상”이라고 언급했다.

이성규 대한병원협회 회장. ⓒ병원신문.
이성규 대한병원협회 회장. ⓒ병원신문.

특히 수가협상 상견례는 정부의 보건의정료정책 전반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가적인 차원에서 향후 대한민국 의료공급체계의 방향성이 숙의되고 있는 시점인 만큼 그동안의 수가협상 결과가 의료공급 왜곡을 야기한 원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이성규 회장이다.

즉, 올해 수가협상 결과는 정부와 보험자의 정책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나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아울러 보험자인 건보공단은 재정의 안정과 적절한 의료서비스의 공급을 위해 가입자와 공급자의 의견을 상호 존중해 조정해야 하는 위치에 있지만, 그동안의 수가협상은 지출억제와 가입자 부담 완화에 너무 초점을 맞춰왔다는 게 이 회장의 지적이다.

이 회장은 “이제부터라도 건보공단이 의료공급의 왜곡을 개선하기 위해 좀 더 균형 있는 협상에 임해야 한다”며 “건보공단의 예측이나 우려와 달리 계속된 흑자로 지난해 말 기준 건강보험재정 누적준비금은 약 28조 원에 이르고 있으니 올해 협상을 필수의료인프라 등 의료공급체계 개선을 위한 적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위기에 처한 병원계의 위태로운 의료공급망을 복원하기 위해 가입자의 이해와 전향적인 재정 활용에 대한 보험자의 역할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는 당부로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이 회장은 이어 “모든 국민이 제때 치료받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것은 건강보험제도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가입자를 위한 최우선 가치”라며 “이를 실현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위기에 처한 병원계의 의료공급망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공급자단체들도 서로의 이해와 배려 속에서 2025년도 수가협상이 원만히 마무리되길 기원했다.

단지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의식한 듯 임현택 회장을 비롯해 임원진 그 누구도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으나 수가협상단은 이미 꾸려 협상 채비를 끝마친 상태로 알려졌다.

(사진 왼쪽부터) 최광훈 대한약사회 회장, 마경화 대한치과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이순옥 대한조산협회 회장. ⓒ병원신문.
(사진 왼쪽부터) 최광훈 대한약사회 회장, 마경화 대한치과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이순옥 대한조산협회 회장. ⓒ병원신문.

최광훈 대한약사회 회장은 “약국은 보험 정책이나 재정 투입 계획에서 소외도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수가협상이 진행되길 바란다”며 “올해가 약국 조제 수가 개선을 통한 경영 개선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마경화 대한치과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미래의 건강보험 재정을 너무 걱정하는 바람에 현재 막힌 곳들을 방치하고 있다”며 “큰 구멍은 별도의 재정으로 막아내되 작은 구멍들은 충분한 추가 소요 재정(밴딩)이란 잔비를 내리게 해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도 “그동안 정부는 한의계의 급여 개선에 있어서 소극적인 자세로 희생을 강조했다”며 “이제라도 적정한 수가가 보장될 수 있도록 현 기조와 체제를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순옥 대한조산사협회 회장은 “과거 모자보건센터가 필수의료의 한 축을 담당했듯이 폐업 위기에 고통받는 조산사들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병원신문.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병원신문.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운영을 위해 전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골든타임 내 진료를 제공받는 필수의료 체계 구축과 의료 인프라 유지, 건강보험료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기석 이사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필수의료 침체 극복, 지역별 의료 격차 해소, 위험도와 난이도가 높은 의료 행위에 대한 충분한 보상, 수가 불균형 체계 개선 등 왜곡된 의료 전달체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하지만 최근 3년간의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다행히 흑자라곤 하나 중장기로 봤을 때 건강보험료 수입기반은 약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 이사장은 이어 “지난해 도입한 5개의 환산지수 조정 모형으로 산출한 값을 밴드를 결정하는 재정소위원회에 제시해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수가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며 “부디 건보공단의 핵심 가치인 소통과 배려에 기반한 수가협이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상견례를 시작으로 구체적인 협상 일정이 확정되면 5월 한 달간 공급자단체들과 건보공단 간의 본격적인 수 싸움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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