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위기 상황 속 ‘최고’의 세계 의사 행사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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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위기 상황 속 ‘최고’의 세계 의사 행사 열린다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4.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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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율 WMA 의장 인터뷰…글로벌 보건 이슈에 대한 의사의 책임·역할 주제
정부의 일방적 주도로 강행된 한국 의료상황 WMA의 심각한 문제로 떠올라
사진 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 도경현 국제이사, 박정율 부회장(세계의사회 의장), 이정근 회장 대행. ⓒ병원신문.
사진 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 도경현 국제이사, 박정율 부회장(세계의사회 의장), 이정근 회장 대행. ⓒ병원신문.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강행 정책으로 인해 촉발된 최악의 의료 위기 속에서 최고의 세계 의사 행사가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린다.

대한의사협회(회장대행 이정근) 주최의 ‘2024 KMA GLOBAL FORUM(2024 의협 글로벌 포럼)’ 및 세계의사회 주최의 ‘2024 WMA 제226차 서울이사회’가 그것.

이번 행사들을 통해 현 한국의료계의 상황이 국제의료계로 더욱 널리 전파돼 정부에 의한 의사 직역의 자율성과 인권 침해가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정율 세계의사회 의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제226차 세계의사회 서울이사회 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4월 9일 의협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세계의사회의 미션과 비전, 역할과 기능 등을 소개했다.

세계의사회(WMA)는 1947년 9월 17일 설립된 전 세계 의사를 대표하는 국제민간의사중앙기구로, 현재 114개국 의사회와 1,500만 명의 의사들이 자주성 및 권리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안락사와 고문, 장기이식 등 사회적인 문제를 비롯해 환자의 안전 문제 등 세계적·지역적으로 이슈가 되는 문제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의사의 의료행위, 의과학 연구 관련 윤리기준, 의학교육 및 의사 인력 수급 등에 있어서 최상위 국제 기준 마련 등을 수행하고 있는 게 바로 세계의사회다.

박정율 의장의 설명에 따르면 세계의사회의 미션과 비전에서 최우선적인 것은 진료이고, 그다음은 의료윤리, 의학교육, 건강과 관련된 인권이다.

이처럼 네 가지 핵심 요소에 대해 세계의사회는 최고 수준의 국제 표준을 지향하고 추구하며 유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고, 세계 인류의 건강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정책을 크게 3가지 형태(결의문·성명서·선언문)로 구분, 매년 4월 이사회 및 10월 정기총회에 사이에 준비 작업을 거쳐 수십 개의 주요한 결의문·성명서·선언문을 발표한다.

실제로 의협은 창립 100주년인 지난 2008년에 세계의사회 서울총회를 개최한 바 있는데, 당시 채택된 ‘서울선언문’에서는 의사 직업의 자율성과 임상에서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어떤 간섭이나 규제, 억압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전문가로서 스스로의 역할을 할 수 있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점들에 대한 내용을 골자로 한 선언문이었던 것.

이에 올해 열리는 행사에서도 현재 한국 의료계가 겪고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대한 세계의사회 차원에서의 집중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박정율 의장은 “의장의 책임과 의무가 막중해서 힘들 때도 있으나 112개국 30명의 이사, 150여 명의 자문들이 치열하게 회의와 발표를 진행하고 그렇게 도출된 의견들이 결정될 때는 한목소리로 모두가 동의하기 때문에 굉장히 아름답고 민주적이다”라며 “올해도 국제적으로 이슈화된 각국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해 해당 국가나 의사회가 국민들의 최적화된 건강을 위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 의장은 이어 “한국을 포함해 5개국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회원 국가들이 이를 인지해 협업할 수 있도록 시의적절한 조치를 모색할 방침”이라며 “최고 선진국 수준의 반열에 오른 한국 의료의 현 위기 상황에 대해 세계의사회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관심을 갖고 주시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2024 KMA 글로벌 포럼의 대주제는 ‘세계 보건 이슈에 대한 의사의 역할과 책임’이다.

4월 16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의료윤리를 비롯해 △자율규제 △의료보험과 수가체계 △기후변화 △각국의 보건의료 현안 △한국의 최근 의료 상황 등에 대한 활발한 소통과 논의가 5개 세션에서 펼쳐진다.

첫 번째 세션은 프랭크 울리히 몽고메리(Frank Ulrich MONTGOMERY) 세계의사회 평의회 의장이 좌장이며, ‘의료윤리에 관한 글로벌 이슈’가 주제다.

세계의사회 재정기획위원장이자 전 미국의사협회 회장인 잭 레스넥(Jack RESNECK, Jr) 박사의 ‘세계의료윤리문제에 대한 WMA의 역할(헬싱키 선언)’을 시작으로, 라민 파르사-파르시(Ramin PARSA-PARSI) 세계의사회 국제의료윤리강령위원장의 ‘의료윤리 글로벌 표준(국제의료윤리강령)’과 김옥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의학교실 교수의 ‘의료윤리(아시아적 관점)’가 발표된다.

박정율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세계의사회 의장) ⓒ병원신문.
박정율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세계의사회 의장) ⓒ병원신문.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하이디 스텐스마이렌(Heidi Stensmyren) 전 세계의사회 회장이 좌장을 맡은 ‘의학분야의 전문적 자율규제(국내와 국제 비교)’가 진행된다.

오트마 클로이버(Otmar KLOIBER) 세계의사회 사무총장이 ‘국가의료행위의 자율규제(성공과 실패)’를. 브루스 스콧(Bruce SCOTT) 차기 미국의사협회 회장이 ‘사이비의료, 오보와 허위정보’를, 안덕선 전 세계의학교육협회(WFME) 부회장이 ‘의료자율규제(아시아적 관점)’을 각각 소개한다.

세 번째 세션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건강문제’을 주제로 신동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명예교수가 좌장을 담당했다.

루제인 알코드마니(Lujain ALQODMANI) 세계의사회 회장이 ‘기후위기(전세계적인 보건위기와 기회)’를 주제로 발제하며 박정율 세계의사회 이사회 의장이 ‘기후 위기(해야 할 일-의과대학 교육과정으로의 이행)’을 발표할 예정이다.

네 번째 세션에서는 오사혼 에나블레레(Osahon ENABULELE) 전 세계의사회 회장의 진행 아래 ‘국민건강보험과 의사급여제도(개혁의 필요성)’ 세션이 실시된다.

스테이넌 토르다르도티르(Steinunn THORDARDOTTIR) 세계의사회 의료윤리위원장이 ‘보편적 건강 보장(글로벌 관점)’을, 루돌프 헨케(Rudolf HENKE) 세계의사회 회계관이 ‘의사급여제도의 현황(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한 시사점)’을, 레아 와프너(Leah, WAPNER) 이스라엘의사회 대표가 ‘의사의 급여체계(글로벌 관점)’를,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개요(성과와 과제)’를 각각 발표한다.

다섯 번째 세션에서는 박정율 세계의사회 의장이 직접 좌장을 맡아 ‘지역적 및 글로벌 보건의료 현안’ 토의를 이어간다.

패널로는 루제인 알코드마니(Lujain ALQODMANI) 세계의사회 회장을 비롯해 애쇽 필립(Ashok PHILIP) 세계의사회 차기회장, 토루 카쿠타(Tohru KAKUTA) 세계의사회 이사회 부의장, 지언 하가이(Zion HEGAY) 세계의사회 사회의무위원회 위원장, 도경현 대한의사협회 국제이사 등이 나선다.

아울러 세계의사회가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하는 ‘2024 WMA 제226차 서울이사회’는 4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다.

첫째 날에는 세계의사회의 의료윤리위원회 및 사회의무위원회의 회의가 개최되며, 둘째 날에는 사회의무위원회의 및 재정기획위원회 회의, 셋째 날에는 이사회 본회의가 속개된다.

특히 이사회 전날인 4월 17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세계의사회 젊은의사협의회(JDN)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박정율 의장은 “이번 WMA 서울이사회 총회 개최를 대한민국 의학의 권위를 드높이는 기회로 삼아 세계 13위 경제 대국으로서의 위상과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의료를 대내외에 알려 국가 이미지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국제활동을 꿈꾸는 후배 의사들에게 국제적 시야를 갖고 다양한 분야와의 협력을 독려한 박 의장이다.

박 의장은 “의사로서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의료 정책 관련 국제적 활동에 관심이 있으면 WHO, UN, WMA에서 탄생시킨 WFMA(세계의학교육연합회) 등에서 인턴 등을 경험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며 “이외에도 자국 대표를 파견하는 유엔개발계획(UNDP), UNICEF(UN 아동구호기관),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이주기구(IOM) 등이 있으니 세계와 인류의 건강을 위해 이들 단체와 두루 협업해 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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