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육, 단순 지식 강의서 환자중심교육으로 전환
이영미 교수 "증원에 의한 교육 피해, 수치로는 설명 어려워"
입법조사처, 입장 표명에는 말 아껴 "정책 조사 지원할 뿐"

국회 입법조사처는 28일 국회 도서관에서 연속 간담회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관련 쟁점과 해결과제’ 중 ‘의과대학생 교육과 전공의 수련 개선과제’를 개최했다(ⓒ청년의사).
국회 입법조사처는 28일 국회 도서관에서 연속 간담회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관련 쟁점과 해결과제’ 중 ‘의과대학생 교육과 전공의 수련 개선과제’를 개최했다(ⓒ청년의사).

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으로 의학 교육의 질이 낮아질 것이라고 재차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의대 교육이 “10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7일 국회 도서관에서 연속 간담회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관련 쟁점과 해결과제’ 중 ‘의과대학생 교육과 전공의 수련 개선과제’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의대 정원이 2,000명이 늘어나면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 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최근 의대 교육이 대형 강의실에 학생들을 모아 단순 임상 지식을 강의하던 것과 달리 진행되는 만큼 갑작스러운 증원으로 현장 혼란이 더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고려의대 의학교육학교실 이영미 교수는 “그동안 역량 바탕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해 의예과(예과)와 의학과(본과)를 통합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도 예고되며 학제 개편을 의학 교육 혁신의 계기로 만들고자 했다”며 “그런데 의대 증원으로 다 무너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최근 사회가 의사에게 ‘환자중심의료’를 기대하는 만큼 대형 강의 위주의 획일화된 교육으로는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 양성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환자 중심의료를 위한 필수 역량을 기르기 위해선 ‘임상의학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사회와 환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의사는 환자의 병을 고치는 것뿐 아니라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하고 환자에 공감해야 한다”며 “그러나 대부분 환자들은 병원에 의대생이 오는 것과 의대생 실습에 참여하는 것을 싫어한다. 병원 입장에서 환자는 고객이기에 많은 의대생이 실제 환자를 거의 못 만나고 졸업한다”고 말했다.

이에 임상의학교육을 통해 환자가 외국 사람일 경우, 사회적 지원이 필요할 경우 등 다양한 사례에 대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토론과 발표 수업, 표준화 환자를 이용한 시뮬레이션 수업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시행하려면 교수와 학생이 일대일 혹은 교수 1명에 학생 5~6명 수준으로 배치돼야 하며 그 외에 시뮬레이션센터, 세미나실 등 시설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에는 한 사례에만 교수 10명 정도를 섭외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런 내용을 단순 강의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현재 이조차도 자원이 한정돼 있어 모든 학년에서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사에게 공익을 요구하려면 의대생·전공의 교육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의료에는 사익도 있지만 공익을 추구하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정부는 전공의 사직도 금지하고 있다. 공공재가 어떻게 사표를 내느냐는 것”이라며 “의사의 공익을 강조하려면 이제 국가가 의사 양성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이제까지는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다. 공공성을 확장하고 싶다면 다른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학 교육이 100년 전으로 후진하는 게 아니라 세계 의학과 의료를 선도하는 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밥그릇 싸움이 절대 아니다. 의대 증원으로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이에 교수들 모두 걱정하고 있다. 이 사태가 빨리 마무리되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2025학년도 개강까지 역량 갖추기 어려워…교수 채용부터 문제"

(왼쪽부터) 고려의대 이영미 교수와 인제의대 이종태 명예 교수는 2025학년도까지 각 의대가 증원된 정원을 교육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청년의사).
(왼쪽부터) 고려의대 이영미 교수와 인제의대 이종태 명예 교수는 2025학년도까지 각 의대가 증원된 정원을 교육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청년의사).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교수들은 각 의대가 2025학년부터 신입생을 받기까지 증원된 규모의 학생을 교육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영미 교수는 “현재 정원 40명인 충북의대의 교수가 120명이다. 이들이 내년부턴 200명을 가르쳐야 한다. 교수를 400~500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인가. 교수로 갈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또 “정부는 신입생들이 예과로 입학하는 만큼 시설·인력 확충을 위한 시간이 있다고 하는데 최근 예과 수업의 3분의 1을 의대에서 하고 있다. 그 학생들은 누가 가르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인제의대 이종태 명예교수도 “지역 의대에서 정원이 많이 늘었는데 사립의대는 정부 지원이 없는 만큼 매우 열악하다. 한 의대의 경우 해부학 교수를 못 뽑아서 수의과대학에서 뽑았다고 들었다”며 “지방대의 경우 의대를 제외하면 ‘벚꽃 엔딩’이라고 한다. 결국 정부에서 막대한 돈을 투자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의대 정원을 늘렸을 때 의학 교육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 등을 들어 이를 설득하거나 설명하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이영미 교수는 “2,000명을 늘렸을 때 어떤 점이 나빠지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고는 생각한다”며 “그러나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질병만 보던 의사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돌볼 줄 아는 의사까지는 양성하고 있었는데 2,000명을 늘리면 다시 질병만 보는 의사를 양성하는 것으로 후퇴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에게 맡겨도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접 교육한 전문가의 경험이라는 게 그런 것이다. 양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보여주지 않아도 암묵적인 지식과 경험을 근거로 (전문가의 의견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한편, 입법조사처는 의대 증원과 의료 공백 등 현 상황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입법조사처는 지난 12일 ‘의사 인력 증원 규모와 방법 및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장·단기 방안’ 주제에 이어 이번 주제까지 두 번에 걸쳐 의대 증원 관련 간담회를 진행해 왔다.

사회문화조사실 이만우 국장은 “국회의 기능 중 하나는 행정부 정책을 바꾸고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갈등을 조정하는 주체가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는 입법자가 수행하는 업무에 필요한 정책 조사 등 지원하는 역할”이라며 “이에 직접적인 입장을 표명하기엔 어려운 상태”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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