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에 이어 의과대학 교수들의 집단 사직까지 극단으로 치닫는 초유의 의·정 갈등 속에 환자들의 피해도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연합회)가 빠른 갈등 해소와 환자 중심의 의료환경 구축을 촉구하고 나섰다. 연합회는 25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 장기화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의료진의 빠른 복귀는 물론이고 양측이 각자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가 아닌, 환자중심의 의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5일 의료진의 빠른 복귀와 환자중심의 의료환경을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열린 연합회의 기자회견 모습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5일 의료진의 빠른 복귀와 환자중심의 의료환경을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열린 연합회의 기자회견 모습

연합회는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집단사직서 제출 방식으로 정부에 항의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이해한다’고만 말할 수 없는 것이 환자들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연합회는 지난 2월 20일,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응급·중증환자들에게 생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제출했다. 2월 29일에는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응급·중증환자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환자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당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응급 수술이나 처치가 필요한 환자, 그리고 적시에 최선의 수술이나 항암치료·방사선치료·장기이식·조혈모세포이식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경우 사태가 장기화하면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연합회는 “절망스럽게도, 이제 그 우려는 속속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20일까지 9개 소속 환자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환자 불편·피해 사례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31명의 환자가 진료 연기, 취소 등으로 인한 불편이나 불안, 피해를 실제로 겪고 있음이 드러났다. 암환자들은 조혈모세포 이식술과 항암치료 일정이 연기되었고, 백혈병·혈액암 환자의 골수검사와 심장질환 환자의 수술이 연기되었다. 또, 질환 특성상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0%에 육박한다는 한 환자는, 이상 소견을 보이는 유방조직의 제거술이 연기되어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었다.

연합회는 “전공의가 사라진 병원에서 그나마 교수와 전임의(전문의), 간호사 등 남은 의료진이 버텨주어 환자들도 이만큼이나마 버틸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 교수마저 병원을 떠난다면,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은 더는 보장받기 어려워질 것이며, 그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회는 “우리의 목숨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희생되어도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며 “초유의 강 대 강 대치에 더는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희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집단사직으로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라고 지시한 만큼 의료계와 정부의 최악의 극단적 대립 국면을 해소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등 9개 환자 단체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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