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개인주주 신동국 회장, 23일 임종윤 형제 측 지지
신 회장 “현 경영진 하에 투자 지체 및 인력 우출 우려”
한미그룹, “임직원 참여 사우회가 그룹 통합 찬성 결정”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협회 FKI타워에서 한미약품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임종윤 사장(왼쪽)과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맡고 있는 임종훈 사장(오른쪽) 모습(ⓒ청년의사).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협회 FKI타워에서 한미약품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임종윤 사장(왼쪽)과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맡고 있는 임종훈 사장(오른쪽) 모습(ⓒ청년의사).

한미약품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측근이자 한미사이언스 최대 개인주주인 한양정밀 신동국 회장이 한미약품 임종윤, 임종훈 형제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한미약품그룹-OCI그룹 통합에 제동이 걸렸다.

신동국 회장은 지난 23일 입장문을 통해 “본인은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주요 주주로서, 회사의 기업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이고 적절한 의사결정을 하고자 한다”며 임종윤, 임종훈 형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신동국 회장은 고 임성기 회장의 동향으로, 임 회장 생전에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12.15%(849만8,254주)으로 개인주주 중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신 회장은 올해 초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을 중심으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이 추진된 뒤 두 달여 가량 침묵을 지켜왔다. 다만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최대 개인주주로서 본인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선대 임성기 회장님의 뜻에 동감해 주주로서 참여한 이래, 오랜 세월 회사의 발전과 기업가치 제고의 과정을 곁에서 보아 왔고, 선대 회장님 작고 후에도 후대 가족들이 합심해 회사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해 왔다”고 했다.

신 회장은 “그러나 상속세와 주식담보대출 등 대주주들이 개인적인 사유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동안, 회사 경영에 대한 적시 투자활동이 지체되고 기업과 주주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급기야 최근에는 일부 대주주들이 다른 대주주들 혹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들에게 회사 주요 경영과 관련한 일체의 사안을 알리지 않고, 개인적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의 지배구조 및 경영권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거래를 행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니 매우 큰 우려와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신 회장은 “더욱이 선대 회장님의 뜻에 따라 설립된 재단들이 일부 대주주들에 의해 개인 회사처럼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것 또한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기업가치가 더 이상 훼손되기 전에 이제라도 주요 주주로서 명확한 의사표현을 통해 회사의 발전과 주주가치 회복 및 제고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 신회장은 그동안 현 경영진이 주도적으로 경영해 온 기간에 회사의 연구개발이 지연되고, 핵심 인력들이 회사를 떠났으며, 그 결과 주가도 상당한 하락을 경험했다고 비판했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비즈니스와 연관성이 낮은 기업과의 경영권 거래는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기보다 해당 대주주들의 개인적인 이슈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소형 자문사 등을 기용해 회사 본업과 관련 없는 여러 형태의 노이즈를 몇 년째 발산하면서 회사 임직원들의 피로도 또한 매우 상승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회장은 “본인은 임종윤, 임종훈 형제가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를 빠르게 안정시키는 동시에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 및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후속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기를 바라며, 궁극적으로는 이 중차대한 과정에서 대주주 일가 모두의 참여와 관계 정상화도 함께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표 대결에서 중요한 키를 들고 있는 신 회장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지지하는 대신 두 형제 측을 두둔하고 나서자 한미사이언스는 같은 날 “한미의 손을 잡아달라”며 개인주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한미사이언스는 “OCI그룹과의 통합을 결정함에 있어, 대주주 중 한 분인 신 회장께 관련 내용을 충분히 설명 드리지 못한 점 사과 말씀을 드린다. 여러 방법을 통해 그룹 통합의 필요성과 한미의 미래가치에 대해 말씀 드렸지만, 충분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그룹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OCI그룹과의 통합은 결코 대주주 몇 명의 개인적 목적을 위해 추진된 것이 아니다. 상속세 재원 마련이 통합의 단초가 됐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통합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한미사이언스는 ▲매년 약 7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평택 바이오플랜트 ▲파트너사와 함께 글로벌 3상을 진행하던 신약이 여러 문제로 개발이 중단돼 국내 신약으로만 한정해 개발할 수밖에 없었던 한미의 한계 ▲후보물질의 효능과는 거리가 먼, 파트너사의 경영 조건에 의해 우리의 소중한 후보물질이 반환됐던 경험들을 현재의 한계로 꼽았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러한 한계를 뚫고 나아가야만 비로소 글로벌 한미라는 우리의 비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란 이사회 결정과 판단이 있었다. 많은 주주들께서 우려하시는 목소리, 경청하고 있다. 여러 우려의 목소리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감정적 호소와 한미의 미래는 분리돼야 한다. 임종윤, 종훈 형제가 주장하는 진정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총 200조와 같은 비전을 오로지 한미 혼자만의 힘으로만 달성할 수 있을까”라며 반문했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주주총회가 곧 열린다. 한미가 과거로 남느냐, 미래로 전진하느냐가 결정되는 중요한 순간이다. 현재 한미그룹의 모든 임직원들도 현 경영진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으며, 통합 이후 펼쳐질 한미그룹의 미래가치에 큰 기대를 품고 있다”고 호소했다.

여기에 더해 한미약품그룹은 지난 24일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한미정밀화학 임직원 약 3,000명으로 구성된 한미 사우회가 OCI그룹과의 통합을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이번 주주총회에서 ‘통합 찬성’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미약품그룹은 한미 사우회의 입을 빌려 한미약품그룹 구성원들이 현 경영진을 신뢰하고 지지하고 있으며, 그룹 통합 이후 한미약품그룹의 비상과 약진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우회의 지지가 표 대결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회가 보유한 주식 수는 23만여 주로, 이는 한미사이언스 전체 발행 주식 6,995만6,940주의 0.3% 수준이다.

한미약품 측은 “지분율 자체보다 한미 임직원 전체가 OCI 통합을 지지하고 있다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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