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 무급휴가 공지…7일 단위로 신청
노조 반발 "노사 간 합의 없었다…7일 단위도 꼼수"
간호사들 "경영 손실 무급휴가로 충당" vs "차라리 쉬자"

연세의료원이 21일부터 일반직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확대 운영을 실시하자 간호사들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청년의사).
연세의료원이 21일부터 일반직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확대 운영을 실시하자 간호사들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청년의사).

전공의 사직의 여파로 인한 경영난 극복을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연세의료원이 간호사 등 일반직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시행하자 간호사 사이에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의사 사직으로 인한 손실을 일반 직원이 감당하고 있다는 반발과 함께 “업무가 줄어든 김에 차라리 쉬자”는 의견도 나온다.

의료계에 따르면 연세의료원 인재경영실은 지난 21일 직원 공지를 통해 ‘일반직 안식휴가(무급휴가) 한시 확대 운영 안내’를 발송했다. 대상은 세브란스·강남세브란스·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근속 연수가 1년 이상인 간호사 등 일반직이다.

신청 일수는 4주로 7일 단위로 총 4회까지 사용 가능하며 신청일로부터 1개월 내 사용할 수 있다. 무급휴가 확대는 비상경영체제가 종료될 때까지 시행된다. 연세의료원 금기창 원장은 지난 15일 경영 서신을 통해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무급휴가는 자율적으로 신청하되 부서장 승인이 필요하며 승진, 기존 연차 사용 등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필수의료 유지 등 운영 상황에 따라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공지 후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은 직원 대상으로 긴급성명을 내고 사측이 일방적·기습적으로 무급휴가를 강행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조와 사전 협의된 내용이 아니라고도 했다.

세브란스노조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이 와중에 노조와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환자 곁을 지키고 있다. 또한 의료원 경영 현황을 이해하며 이에 협의해 상생의 길을 찾을 의사도 있었다. 이런 교직원들에게 상을 내리는 것은 고사하고 뒤통수를 치는 최악의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노조는 연세의료원이 무급휴가를 7일 단위로 사용하도록 해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한다고도 주장했다. 또 안식휴가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아무리 포장을 해도 무급휴과에 불과하다”며 “마치 노사 간 합의에 따른 제도인 것처럼 안식휴가라는 단어를 선택하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신청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며 이를 강제하는 경우 즉시 신고해달라고 했다.

노조의 반발에 인재경영실은 재차 ‘일반직 안식휴가 한시 확대 운영 Q&A’를 공지하고 해명했다.

우선 안식휴가를 7일로 신청하더라도 근무일(평일)만 무급 처리된다고 했다. 예를 들어 7일 중 이틀이 주휴 및 쉬는 날(오프, Off)이라면 5일 분의 급여만 차감된다는 것이다. 또한 안식휴가 신청은 개인 자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무급휴가 시행을 두고 의료원 내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부 간호사는 의사 사직으로 인한 비상경영체제 상황에서 일반직 무급휴가로 경영 손해를 충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A간호사는 세브란스 간호사 커뮤니티에 “현장이 고된 만큼 무급이라도 당연히 쉬고 싶다. 그러나 막무가내 운영에는 반대해야 한다"며 "무급휴가 대상자의 대부분이 간호사일 텐데 우리의 희생으로 병원을 살리자는 것 아닌가. 정말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B간호사도 “무급휴가는 최악일 때 아니면 되도록 쓰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자율이라 하더라도 이런 제도로 동료에게 영향이 가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기회에 무급휴가를 쓰더라도 쉬고 싶다는 간호사도 상당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C간호사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주위에서 무급휴가를 원하는 동료들도 많다"며 “예전처럼 업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인력은 남아 돈다. 몸은 편하지만 차라리 무급휴가라도 써서 쉴 사람은 쉬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나도 신청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병원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뾰족한 대책이 없는 만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현 사태의 원인이 전공의 사직인 만큼 간호사 입장에선 충분히 무급휴가에 반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공의들이 병원을 나선 지 한 달 째에 접어들면서 다른 대형병원들도 무급휴가를 도입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동아대병원·제주대병원·대전을지대병원 등이 의사 직군을 제외한 일반직의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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