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까지 의원 개설자 '휴대폰 번호' 제출 요청 공문 발송
"구민 의료 서비스용"이라지만…"개원가 통제 의도 짙어"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로 의료계가 정부와 갈등하는 상황에서 보건소가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자의 휴대전화 번호 등 연락처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원가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의원 통제 목적이 짙다고 보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소는 지난 18일자로 '연락처 현행화'를 위한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대상은 관내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자다.

보건소는 "구민 의료 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만반의 대비를 하고자 관내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자 연락처를 현행화하고자 한다"면서 "각 의원급 의료기관은 휴대폰 번호 등 개설자 연락처를 담당자 메일로 회신하라"고 했다. 기한은 오는 21일까지다. 연락처가 확보되지 않은 의료기관은 "유선으로 확인할 예정"이라면서 "적극 협조해 달라"고 했다.

보건소가 21일까지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자 연락처 제출을 요청한 공문(자료 출처: 독자 제공).
보건소가 21일까지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자 연락처 제출을 요청한 공문(자료 출처: 독자 제공).

관련 근거로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와 의료법 제61조를 들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수집해 수집 목적 범위에서 이용하도록 했다. 의료법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필요한 사항 보고를 명할 수 있고 '의료기관 개설자나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20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에 이 같은 요구를 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나 자신조차 개업 이래 이런 요청을 받지 않았다"면서 "은연 중에 의사를 압박하고 통제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했다.

특히 '휴대폰 번호' 등 연락처 제출을 요구한 점을 지적했다. 의대 정원 문제로 갈등하는 상황에서 의원 대상 행정명령에 쓸 목적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 시점에서 단순히 보건소 보관용 수집에 그치리라 보지 않는다. 결국 정부로 의원들의 정보가 모두 올라갈 것"이라면서 "업무개시명령의 경우도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통고되지 않나. 이와 같은 목적에 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따라서 각 구의사회가 회원 보호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회원 개인이 거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보건소는 의원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관이고 점검·조사 권한이 있다"면서 "지역 의사회 차원에서 보건소에 어떤 권한으로 정보를 수집하느냐고 항의해 무효로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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