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의대 증원’이라는 대형 이슈 속에서 의료계 대표자 문제가 또하나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에 대표성 있는 협의체를 구성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구성되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대표성을 가지기 어렵다’며 협의체 단위의 대표자를 요구하는 반면, 의협과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 등 의료계에서는 ‘의협이 법정 대표자단체가 맞는데 정부가 분열을 조장한다’며 반박하고 있다.

문득, 지난해 1년간 복지부와 의협이 29회 진행해온 ‘의료현안협의체’가 떠올랐다.

복지부는 1년간의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구체화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의료 개혁의 핵심으로 두고 추진하고 있다. 다른 보건의료계나 시민사회 단체와도 활발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의료사고특례법 추진, 보상체계 강화 등 정책패키지의 면면을 살펴보면 의료현안협의체가 낳았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협의체를 취재하는 동안 현장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협의체 백브리핑에서도 ‘의대 증원에 대한 이견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의료현안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논의됐다’는 것이 복지부-의협 양측 모두의 입장이었다.

복지부-의협의 동행이 파행으로 끝난 건 결국 의대 증원 문제였다. 지난해 11월 의대정원 수요 조사결과부터 술렁였던 것이 2월 6일 의대 증원 확대 발표 직전에 급조된 마지막 29차 협의체는 논의가 아닌 강도높은 양측의 비난후에 ‘결별’했다.

이후 의협은 의대증원은 물론 합의로 이뤄진 정책패키지에도 미처 논의되지 못한 독소조항이 있다며 강하게 반발한 반면, 정부는 간간히 정책패키지 발표 직후 나온 의협의 성명(일부 환영)을 인용해 의료계와의 합의가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가 의협을 대표자로서 부정하고 싶어하는 태도는 일견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부에게 묻고 싶다. 의협이 대표성이 없다면 지난해 1년간 가장 깊게 논의해 완성시킨 정책패키지 역시 대표성이 없는 것인지, 협의체는 그저 남는 것 없는 ‘나쁜 연애’였던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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