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新 치료 패러다임 시대 도래 평가
활발한 CAR-T 처방 속 후발주자 진입·약가 인하도 전망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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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기적의 항암제라 불리는 CAR-T 세포치료제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가 건강보험 급여권에 들어오면서 대학병원과 국내 제약기업들이 분주한 모습이다.

킴리아는 지난해 재발·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25세 이하 B세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pALL)을 적응증으로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첨단바이오의약품 1호 사례다.

이후 1년여 지난 이달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 적용됐다. 5억원에 달하던 기존 약값이 건강보험 적용으로 이달부터 환자 소득에 따라 연간 83~598만원만 내면 된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CAR-T 세포치료제 도입을 두고 항암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왔다고 평가한다. 상당수 말기 암 환자가 생을 마감하기까지 연명하는 게 아니라 완치를 통해 일상에 복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CAR-T 처방에 분주한 대학병원들

CAR-T 세포치료제가 급여권으로 들어오면서 가장 분주한 곳은 이를 처방하는 대학병원들이다.

CAR-T 세포치료제를 처방하려면 환자 세포를 추출해 보관·처리할 수 있는 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시설을 갖추고 관련 법에 따라 식약처로부터 인체세포 등 관리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CAR-T 세포치료제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환자 몸에서 피를 뽑아 림프구를 별도로 추출해야 한다. 림프구에 존재하는 T세포가 치료제의 원료이기 때문이다.

현재 킴리아를 처방받으려면 병원에서 환자 세포를 모아 이를 미국으로 보내고, 킴리아의 제조사인 노바티스가 직접 제조한다.

환자 T세포가 이송 과정에서 변질되지 않게 병원에서 별도 처리 과정을 거친다.

이 같은 절차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실제 처방이 가능한 국내 의료기관은 빅5 병원 정도다. 

우선 서울대병원은 국내 최초로 병원 생산 CAR-T 치료에 성공했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강형진 교수(소아청소년과) 연구팀은 국내 병원 중 처음으로 CAR-T 세포치료제 생산부터 투여 후 환자 치료까지 전 과정을 준비해 백혈병 환자를 살렸다. 2018년부터 개발을 시작한지 약 4년만의 결실이다.

환자는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최고위험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로, 이전에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았지만 재발했다. 이후 신규 표적치료제 복합요법으로 관해에 이르렀지만, 다시 미세 재발해 더 이상 치료가 어려운 상태였다.

서울대병원은 환자의 말초혈액에서 림프구를 모아 CAR-T 세포치료제 생산에 돌입, 12일 만에 생산을 완료해 환자에게 투여했다. 

환자는 투여 후 대표적인 동반 면역반응인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이 발생했지만, 치료돼 건강하게 퇴원했다.

서울대병원 강형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연구기관인 병원이 CAR-T를 직접 생산해서 환자에게 투여 후 치료 관리까지 가능한 통합 시스템을 구축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많은 신규 CAR-T 후보물질이 서울대병원의 시스템을 통해 쉽게 임상에 진입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기업인 큐로셀과 미래의학연구원 내 GMP 시설을 마련하고 CAR-T 세포치료제 임상과 처방을 준비해왔다. 

실제 삼성서울병원은 작년 4월 첫 투약 이후 현재까지 약 20여명의 환자에게 킴리아 등 CAR-T 세포치료제를 투여했다.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도 인체세포 등 관리업 허가를 획득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달 노바티스와 협약을 맺고 세포치료를 위한 필수시설인 세포처리시설 GMP를 구축하는 등 CAR-T 세포치료제 킴리아를 이용한 치료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세포치료에 필요한 세포처리시설을 구축하는 등 킴리아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비했다. 이로써 CAR-T 세포치료제 투약이 필요한 국내 환자에게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성모병원 엄기성 교수(혈액내과)는 "킴리아를 활용한 치료 체계를 갖추게 돼 국내 환자들에게 보다 최신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도 CAR-T 세포치료 전문 센터를 열었고, 서울아산병원은 마지막 준비 단계에 있다.

연세암병원 정민규 교수는 "CAR-T 세포치료제 도입은 혈액암 치료 환자들에게 좋은 옵션이 추가된 것"이라며 "비록 초고가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30%의 환자가 완치를 경험했고 단기적으로는 50% 환자가 완전관해(CR)를 경험한 만큼 한국 환자들도 이득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앞으로 더 많은 국내 혈액암 환자들이 CAR-T 세포치료제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열한 후발주자 경쟁...약가인하도 기대

CAR-T 세포치료제가 본격 처방이 진행되면서 후발주자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기업은 큐로셀이다. 큐로셀은 삼성서울병원이 GMP 공간을 제공하고 임상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큐로셀은 지난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CAR-T 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을 승인받아 첫 환자 투여를 진행했다.

개발 중인 후보물질 CRC01은 B세포 림프종과 B세포 백혈병을 치료할 수 있는 CAR-T 세포치료제다. 

앱클론도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CAR-T 세포치료제 후보물질 AT101의 임상1/2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았다.

해당 임상은 재발성 또는 불응성 B세포 비호지킨 림프종 환자에서의 안전성과 내약성,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공개 단일군 다기관 연구다.

임상1상에서는 안전성과 내약성에 근거한 최대내약용량을, 임상2상에서는 임상시험 권장용량을 결정할 계획이다.

앱클론에 따르면 기존 CD19 항원을 표적하는 CAR-T 세포치료제와 달리 새롭게 개발된 인간화 항체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면역원성 문제가 적다. 

HK이노엔도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이에 CAR-T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앱클론과 업무협약을 체결, 공동개발에 나섰다.

다만, 현재 FDA로부터 허가를 획득한 CAR-T 세포치료제인 예스카타(악시캅타진 실로류셀), 테카투스(브렉수캅타진 오토류셀), 브레얀지(리소캅타진 마라류셀), 아베크마(아테캅타진 비클류셀) 등이 국내 진출이 점쳐진다.

정 교수는 "다른 CAR-T 세포치료제 경쟁약들도 킴리아 사례를 들어 한국 진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킴리아가 수용한 이례적인 급여 조건을 수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고 말했다.

킴리아는 성과기반 환급조건을 수용하면서 국내 급여권에 진입했다.

투약 시 요양급여 실시 현황 등에 관한 자료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도록 하는 조건이 붙었다. DLBCL는투여 시점과 투여 후 6개월, 12개월 시점에 이를 활용해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그 성과에 기반해 환급에 반영한다.

그는 "후발주자들이 한국에 진입해 경쟁하는 약제가 많아지고, CAR-T 세포치료제를 통해 치료받는 환자가 많아지면, 약제 간 경쟁에 따라 약가는 지금보다 분명 낮아질 것"이라며 "여기에 국내 혹은 아시아권에서의 조제 시설도 갖춰진다면 CAR-T 세포치료제를 경험하는 환자들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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