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UT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 일디코 링베이 교수
"세마글루티드, 임상적으로 혈당 강하와 체중 감량 효과 입증"
"DPP-4·SGLT-2 복용하고 있어도 GLP-1 RA 병용 시 혈당 조절"

최근 당뇨병 약물치료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ADA)는 2022 가이드라인을 통해 2형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 위험 감소의 이점을 보여준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효능제(이하 GLP-1 RA)를 조기 치료제로 처방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앞서 대한당뇨병학회 2021 당뇨병 진료지침에서도 GLP-1 RA를 죽상경화심혈관질환 및 만성신장질환을 동반한 환자에게 우선 권고되는 약제에 포함시켰다.

SGLT-2 억제제와 GLP-1 RA가 당뇨병 약물치료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노보노디스크의 GLP-1 RA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티드, 주사제)'과 '리벨서스(성분명 세마글루티드, 경구제)'가 지난해 국내 허가됐다. 전자는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이고, 후자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경구용 GLP-1 RA다.

이에 UT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UT Southwestern Medical Center) 일디코 링베이(IIdiko Lingvay) 교수를 만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2형당뇨병 치료 환경과 새롭게 등장한 경구용 GLP-1 RA가 갖는 장단점 등에 대해 들었다.

UT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 일디코 링베이 교수
UT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 일디코 링베이 교수

-제2형당뇨병 치료환경에서 GLP-1 RA의 역할은 무엇인가.

GLP-1 RA는 혈당 강하와 더불어 체중 감량이라는 치료 목표를 달성하게 해주는 치료제다. 실제 진료에서도 GLP-1 RA는 당뇨 진단 시점에 환자가 과체중이나 비만 환자일수록 신속한 효과를 보여 적극적으로 처방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서도 조기에 개입해서 환자들이 치료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게끔 권고하고 있다. 또 목표 달성 상태를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기 강력한 치료를 위해 병용요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GLP-1 RA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약제는.

메트포르민과 SGLT-2 억제제가 체중에 대한 추가적인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GLP-1 RA와 같이 사용하면 더 큰 효과를 낼 것이다. 미국의 경우 약가가 높다 보니, (SGLT-2 억제제 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설포닐우레아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GLP-1 RA 중에서도 세마글루티드 성분이 가지는 임상적 이점은 뭔가.

가장 큰 이점은 세마글루티드 성분이 임상적으로 입증한 혈당 강하와 체중 감량 효과다. 두 효과는 당뇨병 치료를 위해 꼭 달성해야 할 목표들이다. 물론 모든 당뇨병 환자가 이 약제 하나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당뇨병이라는 질환은 상당히 복잡하고,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마글루티드는 다른 약제들과 비교했을 때 포괄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또 현재 나와있는 데이터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 출시돼 있는 기타 GLP-1 RA에 비해 효과가 확실하다.

예컨대 세마글루티드와 둘라글루타이드를 비교한 'SUSTAIN 7' 연구와 'PIONEER 10' 연구에서 경구제와 주사제 모두 혈당 강하와 체중 감량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세마글루티드라는 하나의 성분으로 경구제와 주사제가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세마글루티드 주사제의 효과를 경구제로 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와 차별점이 있다. 효과 측면에서도 혈강 강하, 체중 감소, 저혈당 안전성 등 현재 있는 모든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들 중 이점이 많은 치료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세마글루티드 주사제를 더 선호한다. 일부 주사제에 대한 우려가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주사제에 대한 적절하고 충분한 교육이 이뤄졌다는 전제 하에 세마글루티드 주사제를 거부하는 환자들은 개인적으로 한 명도 없었다.

왜냐하면 주사제는 주 1회만 주사하면되고 약물 전달 시스템 또한 사용이 아주 간단하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주사제이지만 통증도 거의 없고, 경구제처럼 매일 약을 챙겨 먹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선호된다.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환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한국 당뇨병 환자들 중에는 경구제를 선호하는 경우가 더 많다.

미국에서도 그러한 문제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정말 환자가 (주사제를) 거부하는 것인지, 혹은 의료진이 주사제 처방을 꺼리는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1차 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이 먼저 환자들이 주사제를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로, 환자들에게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경구제만을 처방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한 번도 주사제를 사용해보지 않았던 환자들은 주사제에 대한 경계심이 있기 때문에 경구제와 주사제 중 어떤 것을 사용할 것이냐고 질문하면 경구제를 사용하겠다고 답변할 것이다.

하지만 주사제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준 다음 사용하게 한 뒤 3~4달 정도 후에 환자에게 경구제로 바꿔서 사용할 것인지 질문한다면 95% 환자는 주사제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경험했다.

'주사'라는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을 극복하게 돕는다면 환자들에게 주사제 자체는 큰 장애요인이 되지 않는다. 또 궁극적으로 봤을 땐 환자들에게 오히려 더 편리한 경우들도 분명히 있다.

-제2형당뇨병 치료제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를 꼽으면.

GLP-1 RA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아직 충분히 사용되고 있지 않은 환자군이 있다. 이미 진행성 신장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 즉 사구체여과율(eGFR)이 30% 이하인 환자들이다.

이 환자들은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어 저혈당 리스크가 높아진 상태지만 현재 인슐린을 사용하고 있다. GLP-1 RA는 저혈당 리스크 없이 혈당 강하효과를 달성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환자들에게 이상적인 치료제다. 이외에도 DPP-4 억제제나 SGLT-2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어도 GLP-1 RA를 병용하는 경우 혈당 조절 측면에 있어서 이점이 있다.

GLP-1 RA 특유의 장점이 발휘될 상황은 아직 너무나도 많다. GLP-1 RA가 활발히 사용된다면 당뇨병 치료 환경을 개선시킬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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