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과 배대웅 교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과 배대웅 교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과 배대웅 교수

일반 두통 환자 중 40~50% 이상이 편두통 환자
편두통 진단 늦어 일반 진통제 의존하다가 약물과용두통으로 이어질 수 있어
편두통 1차 치료제 ‘트립탄’, 종류에 따라 효과와 안정성 달라

- 두통 환자 중 편두통 환자의 비율은?
국내 인구의 90%는 평생 동안 최소 한 번 이상 두통을 호소하며, 이중 편두통으로 진단되는 비율은 (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약 15% 정도로 알려져 있다. 두통 환자들 가운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훨씬 적다는 점, 그리고 병원을 찾은 환자들 중 많은 수가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한다는 부분까지 고려하면 실제 편두통 환자의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희 병원의 두통클리닉을 찾은 환자의 약 90%는 편두통이며, 일반 병원을 찾는 두통 환자의 약 40~50%는 편두통 환자라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편두통은 흔한 질환이다.

- ‘편두통’ 진단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편두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부 의사들 중에도 편두통을 ‘한쪽 머리가 아픈 것’이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 편두통 환자 중 양쪽 머리가 아픈 환자가 약 30~40% 정도 된다. 국제두통질환분류에서 편두통에 대해 △통증이 4~72시간 지속되는지 △구역이나 구토가 동반되는지 △빛이나 소리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지 등의 진단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긴장성 두통과 편두통을 헷갈리기 쉽다.

- 편두통 진단이 안 돼 치료가 늦어지는 사례가 많은가?
저희 두통클리닉 환자분들 중에 눈이 아파서 오랜 기간 안과 치료를 받다가 편두통으로 진단받은 분도 계셨고(편두통 환자의 약 80%가 안구통을 호소한다), 체하고 머리가 아플 때마다 내과 치료를 받았으나 효과를 못 보다가 뒤늦게 편두통 진단을 받은 분도 계셨다.

편두통의 전구 증상 중에 두통 수 시간~며칠 전부터 예민해지고 우울해지는 증상이 있는데, 이러한 증상이 반복돼 정신과에 갔다가 우울증으로 진단받아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환자분도 계신다. 뒷머리나 뒷목 통증으로 신경외과나 정형외과에서 목디스크를 진단받는 분들 중에도 실제로는 목디스크 때문에 두통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편두통 진단 기준에 부합하는 편두통 환자분들이 굉장히 많다. 

문제는 이처럼 오진된 환자들이 두통 완화를 위해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등의 비스테로이성 소염진통제(이하 NSAIDs계열 약물)부터 오피오이드와 같은 마약성 진통제를 계속 복용할 경우, 오히려 약물과용두통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존에 편두통의 1차 치료제로 쓰이던 NSAIDs계열 약물이 현재 1차 치료제로 쓰이지 않는 이유는, 약물의 효과가 좋지만 아주 크지는 않아서 (약에 따라) 2~4정을 한 번에 복용하는 경우가 많고, 약효의 지속시간이 짧아 반복 복용함에 따라 약물과용두통의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NSAIDs계열 약물을 장기간 자주 복용할 경우 중독될 우려가 있고, 위장관계 출혈, 콩팥이나 간기능의 심각한 문제도 초래할 수 있다.  

안과, 내과 등에서 이러한 진통제들을 오랫동안 처방받았으나 증상이 더 나빠진 뒤 저희 두통클리닉을 찾은 환자들 대부분은 편두통 환자들이었고, 편두통의 1차 치료제인 트립탄을 복용함으로써 증상이 크게 줄어들었다. 

- 트립탄이 편두통 치료에 효과적인 이유는?
‘트립탄’이 현재 편두통의 1차 치료제인 이유는 효과가 뛰어나고 위험성이 덜하기 때문이다. 

우리 뇌막 근처의 삼차신경이 자극을 받을 때 분비되는 여러 신경전달물질 중에 주요한 물질이 CGRP(calcitonin gene related peptide)이다. 편두통은 이 CGRP에 의해 주변 혈관이 확장되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염증 반응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편두통 완화를 위해 이 CGRP를 억제하는 것이 중요한데, 트립탄은 세로토닌 1B/1D 수용체와 일부 다른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면서 CGRP의 분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편두통 특이약물이다.

- 트립탄을 복용한 뒤 두통이 사라졌다면, 그 환자는 편두통 환자라고 볼 수 있나?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 다만, 트립탄은 두통 발생 후 1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효과적이고, 또 두통이 만성화된 환자의 경우 트립탄의 반응성이 떨어지는 경향도 있다. 트립탄 자체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어 환자마다 자신에게 맞는 트립탄이 다르므로, 정확한 진단은 국제두통질환분류 3판의 기준을 통해 환자의 병력과 두통의 경과 상태 등을 모두 고려해서 내려야 한다. 

- 미국두통학회(AHS) 2002 학술대회에서 트립탄이 NSAIDs계열 약물이나 오피오이드보다 심혈관계 부작용의 위험도가 더 높다는 근거가 없다고 발표됐다
앞서 트립탄이 세로토닌 1B/1D 수용체에 작용한다고 했는데, 그중 1B가 뇌혈관에 관련된 물질이다. 따라서 트립탄이 뇌혈관을 수축시키면서 심뇌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트립탄의 기전에 따른 이론적 메커니즘이며 실제 그런 환자가 많았다는 뚜렷한 데이터는 아직 없다. 다만, 학술적으로 트립탄이 뇌졸중이나 협심증 같은 위험성을 약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관련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 트립탄의 부작용과 안정성이 궁금하다
트립탄이 NSAIDs계열 약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안전하지만, 부작용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는 트립탄 센세이션으로, 트립탄 복용 후 얼굴이나 목, 가슴 부위로 방사되는 듯한 답답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완화되지만 환자 입장에서 당황할 수 있으므로, 주치의는 약 처방 시 이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드려야 한다. 
둘째는 비특이적인 피로, 졸림, 어지럼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효가 아무리 좋아도 이러한 부작용들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치의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 여러 종류의 트립탄들 중 부작용 걱정이 낮은 트립탄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부작용 발생률이 낮고 안정성이 높은 트립탄은 프로바트립탄(상품명:미가드)이다. 앞서 언급한 트립탄 센세이션과 중추신경계 부작용이 매우 낮기 때문에 관련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신 분들에게 적합한 약제다. 단, 각각의 트립탄들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고 환자마다 약제에 대한 감수성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트립탄을 쓸 것인가는 환자에 따라 달리 적용해야 한다. 

편두통의 양상은 사람마다 달라서, 어떤 사람은 심한 두통이 급격하게 진행하고 어떤 사람은너무 자주 반복되거나 지속 시간이 길다. 전자의 경우라면 약효의 지속시간은 조금 약하더라도 효과의 발현이 빠른 트립탄이 좋다. 반면 후자의 경우라면 프로바트립탄이 좋은 선택이다. 프로바트립탄의 반감기는 약 26시간으로 보통 2~6시간 정도의 반감기를 갖는 다른 트립탄들에 비해 약효의 지속시간이 압도적으로 길다.

프로바트립탄이 반감기와 지속시간이 긴 반면 약의 효과 발현이 조금 늦은 편인데, 이는 숏액팅인 NSAIDs계열 약물을 함께 복용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 월경편두통 환자에게 프로바트립탄(상품명:미가드)이 효과적인 이유는?
프로바트립탄이 가진 고유한 위상이 바로 월경편두통에 대한 준예방약제(mini-prophylactic)로써의 기능이다. 환자가 월경 하루 전날부터 1~2회 복용하면, 그 시기를 마법같이 지나간다. 월경이 규칙적이고 언제 아플지 예상이 가능한 환자라면 프로바트립탄이 매우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

- 편두통 환자에게 조언한다면
편두통은 매우 괴로운 병임에도 당사자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 대부분 ‘질환’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병원을 잘 안 찾거나, 병원을 가더라도 일반진통제만 복용하면서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편두통을 조기에 잘 진단해 트립탄 복용 등 정확한 치료를 받게 되면 편두통의 빈도와 강도가 크게 낮아지고, 편두통의 만성화를 예방할 확률이 높아진다. 두통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두통전문의를 찾아 보다 빠른 진단과 치료를 받을 것을 권고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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