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협상 완료…병원 1.9% · 치과 3.2% · 한의 3.6% 인상률 체결
의원·약국은 최종 제시 인상률 각각 1.6% · 1.7%였으나 결렬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밤샘협상 극복을 위한 노력에도 ‘밤샘’으로 치열하게 진행된 수가협상에서 의약단체들이 고심 끝에 희비가 교차됐다.

수가협상장을 나오는 송재찬 병협 부회장.
수가협상장을 나오는 송재찬 병협 부회장.

병원이 장고 끝에 체결 도장을 찍고, 의원은 작년과 같은 고배를 마셨으며, 약국은 처음 맞는 낮은 인상률에 충격과 함께 결렬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등 6개 공급자단체와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협상(수가협상)을 완료했다.

7개 유형의 평균인상률은 1.98%로 전년과 동일했으며, 추가재정소요액(밴드)는 1조 1975억원으로 전년보다 1127억원 증가했다.

올해 수가협상에서는 재정운영위원회 3차 소위원회를 지난해보다 당겨 14시에 진행하면서 1차 밴딩값(추가재정소요금액 폭)을 일찍 구성했으나, 공급자단체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범위의 수치가 제시되면서 밤부터 새벽까지 수차례에 걸쳐 협상이 이뤄지게 됐다.

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병원 수가협상단장)은 1차 밴딩값 구성 후 진행된 첫 협상을 마치고 “여러 차례 노력에도 변한게 없다. 못 미치는 수치를 주고받았다”고 밝혔으며, 의사협회 김봉천 대외협력부회장(의원 수가협상단장)은 “오늘 첫 협상에서 제시받은 것으로는 회원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정운영위 소위는 공급자단체들의 불만에 자정무렵 한시간 가량 논의를 거쳐 밴딩값을 최종 확정했으며, 그때부터 공급자-건보공단 간 정신 없는 협상이 이어졌다.

각 공급자단체들은 최종 밴딩값에서 저마다 제시받은 수치를 두고 입장과 두차례에 걸쳐 수가협상장을 오갔다.

(왼쪽부터)송재찬 병협 부회장, 마경화 치협 부회장, 안덕근 한의협 부회장.
(왼쪽부터)송재찬 병협 부회장, 마경화 치협 부회장, 안덕근 한의협 부회장.

이후 새벽 4시 경, 주요 공급자단체 중 수가협상의 첫 타결을 끊은 것은 병원협회였다.

병원협회 송재찬 부회장은 “가입자를 대표하는 재정소위에서 충분한 밴드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데 대해 아쉬움이 많다”며 “환산지수 점수당 단가가 다른 영역이 90원이 넘어있는 (수가역전) 상황이 아직도 지속돼 격차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 의료체계 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병협에 이어 체결한 대한치과의사협회 마경화 상근보험보험부회장(치과 수가협상단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 마무리를 잘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며 “끝까지 신뢰와 배려 속에서 협상을 마무리한 수가협상팀에 감사를 전한다”고 짧은 메시지를 전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인상률에 합의한 대한한의사협회 안덕근 부회장(한의 수가협상단장)은 “아쉽지만 타결을 했다”며 “저희의 어려운 상황이 오롯이 반영되지 못한 부분들은 상당히 유감이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고통분담 차원에서 체결하게 됐다”고 말했다.

(왼쪽부터)박영달 약사회 부회장, 이필수 의협 회장, 김봉천 부회장, 조정호 보험이사.
(왼쪽부터)박영달 약사회 부회장, 이필수 의협 회장, 김봉천 부회장, 조정호 보험이사.

대한약사회 박영달 부회장(약국 수가협상단장)은 협상 결렬 소식을 먼저 알리면서 “올해 협상은 마지막까지 계약 체결을 해야할지 말지 고민한 끝에 정말 어렵게 결렬을 결정했다”며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너무 낮은 수치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회원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어 “협상 전부터 이미 여러차례 우려했듯, 2022년도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약국의 코로나19 확진 조제 수 증가와 투약안전관리료, 대면투약관리료 등 코로나19 수가로 인한 약국 행위료 증가가 올해 환산지수 결정에 악영향으로 작용하게 됐다는데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의사협회 김봉천 부회장은 이필수 의협 회장을 포함한 협상단과 함께 나서 결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봉천 부회장은 “의협과 건보공단과의 수가협상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건보공단의 인상률 제시로 또다시 결렬됐다”며 “이로써 2008년 유형별 수가협상 이후 무려 10차례나 협상이 결렬됐고, 지난해 역대 최저수준인 2.1% 인상률 결정 이후 사상 최저치인 1.6% 인상률을 기록하며 의원급 기관에 더 깊은 좌절과 배신감을 안겨줬다”고 질타했다.

김 부회장은 또한 “그동안 정부는 건보재정이 적자일 때에는 고통 분담을 명분으로 의료계의 희생을 요구해 왔고, 흑자일 때는 보장성 강화 등 우선순위가 있다는 이유로 저수가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며 “이제부터라도 적정 수가 책정에 우선적인 재정이 투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국가적 재난상황 등이 발생할 경우 더 이상 의료계의 희생을 강요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일 건보공단 급여이사.
이상일 건보공단 급여이사.

건보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는 협상 종료 후 “작년 수가협상 이후 공단은 은 의료계 수가제도 개선 요구와 재정운영위원회 부대의견에서 수가조정 모형을 개선하라고 한 두가지 숙제가 있었지만 시간은 짧았다”며 “공단은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보사연 연구를 토대로 기존 수가협상에서 밴드설정을 참고할 SGR 모형 이외 개선 SGR모형 등 5가지 모형의 산출 환산지수값을 재정소위에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수가협상과정에서 없었던 내용으로 재정소위와 공급자 최초로 공식 간담회를 2시간 가량 개최해 가입자는 의료현장 목소리를 전하고, 가입자 나름대로도 어려움을 전달하는 기회가 됐다”면서도 “가입자와 공급자 사이 간극이 더욱 컸던 한 해로 약국과 의원 최종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상일 이사는 개선된 환산지수 모형에 대한 공급자 지적에 “공급자들은 의료물가지수라는 모형의 가중치인 올해 3.81을 원가상승분 만큼 보전해 달라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기대치가 충족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것 같다”며 “현실적으로는 SGR 단일 모형으로는 음수값(-)이 나왔다. 재정소위 입장에서는 작년 양수값에서 준 평균 인상률 1.98%를 올해 음수값에서도 그대로 준 것은 저희가 제시한 모형을 고려해 작년 통상보다 높은 수치로 의사결정한 것이라 해석한다”고 밝혔다.

한편, 건보공단은 재정운영위원회가 심의·의결한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결과를 6월 초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 보고할 예정이다.

건정심에서는 이번 협상에서 결렬된 의원 및 약국 유형의 환산지수를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6월 중 의결하고 이후 보건복지부장관이 2024년도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의 내역’을 고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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