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인상률, 조산원>한방>치과>보건기관>병원 순
의협 2년 연속 결렬…약사회 최저 인상률로 ‘결렬’

‘밤샘 협상’ 끝에 2024년도 요양급여비(수가) 인상률을 결정짓는 최종 추가소요재정(밴드)이 1조1,975억원으로 결정됐다(ⓒ청년의사).
‘밤샘 협상’ 끝에 2024년도 요양급여비(수가) 인상률을 결정짓는 최종 추가소요재정(밴드)이 1조1,975억원으로 결정됐다(ⓒ청년의사).

2024년도 요양급여비(수가) 협상 결과 대한병원협회는 공급자단체 중 가장 먼저 협상 타결에 성공했지만, 수가 인상 5%를 목표로 협상 타결 의지를 드러냈던 대한의사협회는 끝내 결렬을 선언했다.

수가 인상률을 결정짓는 최종 추가소요재정(밴드)이 작년보다 1,127억원 증가한 1조1,975억원으로 늘어났지만, 공급자단체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일 오전 6시경 서울 당산동 공단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공급자단체들과 2024년도 수가협상을 마무리 했다.

이날 수가협상은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밤샘 협상을 탈피하기 위해 협상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31일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 개최 시간을 오후 2시로 앞당겨 추가소요재정(밴드)을 예년에 비해 일찍 제시하기도 했지만 수가 인상 줄다리기는 팽팽했다.

연도별 추가소요재정(ⓒ청년의사)

새벽 1시 재정운영위 소위원회에서 최종 밴드를 확정 한 뒤에도 4차 협상에 이르러서야 협상 타결 소식이 들려왔다. 4차 협상 직후 병협은 전 유형 가운데 가장 먼저 도장을 찍었다. 이어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도 수가 인상률에 합의했다.

반면 의협과 대한약사회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결렬을 선언했다. 약사회는 최근 10년여 간의 수가협상 이래 최초 결렬을 선언했으며 의협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결렬을 이어갔다.

2024년도 협상이 타결된 유형의 수가인상률은 조산원 4.5%, 한방 3.6%, 치과 3.2%, 보건기관 2.7%, 병원 1.9%다.

공단은 공급자단체와 협상이 끝난 후 열린 재정운영위에서 이같은 결과를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협상이 결렬된 약국과 의원의 경우 공단이 제시한 최종 수가인상률은 각각 1.7%와 1.6%다. 협상 결렬 유형의 인상률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되는데, 통상 공단이 제시한 수치대로 확정된다.

공급자단체 가운데 대한병원협회는 가장 먼저 도장을 찍었다(ⓒ청년의사).

가장 먼저 도장 찍은 ‘병협’…치협·한의협 줄줄이 ‘체결’

협상을 체결한 공급자단체들도 수가 인상률을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공급자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 도장을 찍은 병협은 지난해 수가 인상률보다 0.3%p 늘어난 1.9%로 체결했다.

병협 수가협상단장인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협상 체결 후 기자들과 만나 “재정운영위 소위원회에서 충분한 밴드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 상근부회장은 “환산지수 점수 당 단가가 다른 유형에 비해 낮은 상황이 지속되고 격차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환산지수 역전현상이) 해소는 안 되더라도 최소한 줄어들기를 기대했는데 달성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병협 회원들에게도 병원 운영 정상화를 위한 수가 인상을 확보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송 상근부회장은 “어려운 코로나19 시기를 지나왔고 어떻게 보면 정상으로 돌아가는 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원에 충분한 수가 인상을 시켜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안타깝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필수의료 등 최소한 원가가 보장되는 부분들이 성취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두 번째로 타결 소식을 알린 치협도 4번째 협상에 이르러서야 도장을 찍었다. 치협은 지난해 보다 0.7%p 인상된 3.2%로 체결했다.

치협 마경화 보험부회장은 “부족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끝까지 신뢰와 배려 속에서 협상을 마무리한 공단 수가협상단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현실성 있는 수가 인상을 목표로 수가협상에 나섰던 한의협도 협상은 체결했지만 아쉬움을 토로하긴 마찬가지였다. 한방 수가 인상률은 3.6%로 전년 대비 0.6%p 늘었다.

안덕근 부회장은 “한의계 어려운 상황이 오롯이 반영되지 못한 부분들은 상당히 유감”이라며 “서로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결렬이 됐기 때문에 올해는 타결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수가 협상에 임했고 협상을 마치게 됐다”고 말했다.

안 부회장은 “새로운 수가 모형이 이번 수가협상에 반영됐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기존 관행에 맞춰 진행됐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앞으로 개선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의협·약사회 최종 ‘결렬’ 선언…“기대에 미치지 못한 인상률”

반면 의협과 약사회는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약사회가 제시한 최종 수가 인상률은 3.6%였지만 공단 수가협상단은 마지막으로 1.7%를 제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결렬을 선언한 의협이 받아든 수가 인상률은 1.6%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재구성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재구성

박영달 부회장은 “올해 협상은 마지막까지 계약을 체결해야 할지 결렬해야 할지 그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며 “마지막까지 (인상) 수치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회원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낮은 수치를 받게 돼 최종적으로 결렬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약국은 코로나19 시기 확진자에 대한 조제 투약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일선에서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음에도 이런 희생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2022년도 행위료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고 2024년도 적용될 환산지수 인상률에 영향을 미친 점에 대한 부당함을 적극 어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박 부회장은 “이같은 상황에서 SGR(Sustainable Growth Rate) 순위와 격차가 엄격히 유지되는 현행 수가 계약 체결 하에서 순위를 역전하기도, 인상률을 올리기도 어려운 한계 상황이 이번 협상을 결렬로 끌고 간 가장 큰 요인”이라면서 “결렬이라는 실망스러운 소식을 전하게 돼 송구스럽다”고도 했다.

의협은 사상 최저 인상률인 1.6%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가협상이 의원급 의료기관에 “깊은 좌절과 배신감을 남겼다”고 했다.

김봉천 대외협력부회장은 “유형별 수가협상이 시작된 이후 무려 10차례나 협상이 결렬됐다. 지난해 역대 최저 수준인 2.1%로 인상률이 결정된 이후 이번에는 사상 최저치인 1.6%를 기록했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에 더 깊은 좌절과 배신감을 남겨주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총 진료비 100조원이 넘었음에도 예년과 유사한 밴드 규모로 공급자 간 치열하게 다투는 모습을 조장하는 협상 방식은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역대 가장 힘든 수가협상…공단 “간극 좁히고 균형점 찾으려 노력”

올해는 역대 가장 힘든 수가협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급자단체와 가입자단체 간 입장차가 컸다. 공단 수가협상단은 양 측 간극을 좁히면서 균형점을 찾고자 설득에 집중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

공단 수가협상단장인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전 유형 수가협상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가입자들은 고금리, 고물가 등 어려운 경제상황에 수가 인상이 보험료 인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고 공급자들은 의료물가지수 인상률만큼 수가 인상을 요구했다”며 “가입자와 공급자의 간극이 더욱 컸던 한해였다”고 말했다.

이 급여상임이사는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과 의료 인프라를 유지하고 근거 기반 수가 밴드를 설정해 참고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 소위원회에 제시했고 공급자와 가입자 간극을 좁히면서 균형점을 찾고자 노력했다”며 “약국과 의원 유형이 결렬돼 매우 안타깝고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 급여상임이사는 “올해 SGR 모형 값이 음수(마이너스) 값이 나왔다. 재정운영위 소위원회 위원들 입장에서는 지난해 양수 값이 나왔고 올해 음수 값이 나왔음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가 인상률을 제시한 것은 가입자단체 나름대로 (SGR 모형 이외에) 다른 모형들을 참고해 의사결정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또 부대의견으로는 의원과 병원 유형 수가 역전 현상 해소를 위해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가 연계된 형태의 개편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급여상임이사는 “올해 재정운영위 구성이 늦어지면서 실제 이 사항을 논의할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없었다”며 “이와 관계된 부대의견 내용을 수정해 내년 수가협상 시점에 반영하자는 부대의견이 안건으로 올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재정운영위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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