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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거부권 두고 보건의료계 세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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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거부권 두고 보건의료계 세대결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5.08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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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의료연대 연가 투쟁 이어 총파업 예고

[의약뉴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보건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은 지난 4일 정부로 이송됐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이송된 날부터 15일 이내에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마지노선인 19일까지 두 법안에 반대하고 있는 의사협회 등 보건복의료연대와 법안 공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간호협회 등 간호법제정추진범국민운동본부가 세대결에 돌입했다.

▲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뤄질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계에선 해당 법안들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보건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두 법안에 반대하며 릴레이 단식투쟁에 돌입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오는 11일 연가투쟁(부분파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마지노선인 16일 국무회의에서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17일에는 총파업으로 확대하겠다고 경고했다.

대한의사협회 간호법ㆍ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박명하 위원장은 지난 2일 의협회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9일과 16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주기를 바란다”라며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을 경우에는 17일 400만 연대 총파업을 하게 된다. 17일 총파업 이후에도 의료악법 상황이 변화되지 않는다면 내부 논의를 통해 더 강력한 투쟁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일 의료대란 위기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을 진행한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강민구) 역시 대통령 거부권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집행부 뿐만 아니라 해당 법안들이 원안대로 통과된 것에 대해 회원들의 분노가 있어 논의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며 “9일과 16일 국무회의가 두 차례 남았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보면서 논의해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 3일 국회 앞에서 1차 연가투쟁에 나선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대통령이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막아 달라"면서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꼭 행사해 달라”고 요청했고, 전국 각지에서 더불어민주당 규탄집회를 연 보건의료단체들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대전시의사회는 지난 3일 대전시민주당사 앞에서 민주당 규탄대회를 열고 “간호법은 간호사에게만 온갖 특혜를 주는 간호사특혜법이며, 면허박탈법은 중대 범죄만이 아닌 사소한 과실로도 면허를 빼앗는 과도하고 위헌성 높은 법”이라며 “간호법과 면허박탈법은 반드시 국회에서 다시 논의돼야 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경남보건복지의료연대도 같은날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에서 집회를 열고 “간호법은 대한민국 의료와 국민 건강을 집어삼키고 종국에는 국가를 위기로 빠뜨릴 악법 중의 악법이며, 면허 박탈법은 특정 범죄에만 적용해 법 개정의 취지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거부권 행사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4일부터 단식투쟁에 돌입한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은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의료인의 자존감을 짓밟고, 의료인 길들이기를 하겠다는 나쁜 의도로 시작된 법안”이라며 “의료인 면허취소법과 간호법이 폐기되도록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와는 달리 간호법 제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간호계와 간호법제정추진범국민운동본부에서는 어렵게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대통령의 거부권에 저지되지 않도록 세를 집중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와 여당이 간호법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이라며 보건의료계의 위기를 강조하면서 거부권 행사에 명분을 실어주자 맹공을 펼치는 모습이다.

간호법안의 국회 통과 직후 연일 각급 간호단체와 간호법제정추진범국민운동본부 명의의 성명서를 배포하며 간호법 제정을 압박하고 있는 대한간호협회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대선기간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던 동영상들을 모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여기에 더해 8일에는 정부와 여당이 공권력을 동원,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간협은 “보건복지부와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공권력을 동원해 간호법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서, 언론을 이용해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을 기정사실화하고, 간호법안에 대한 재입법 추진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건복지부와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의 허위사실이 이유가 되어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간호사들은 의사집단들과 같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지만, 부당한 공권력의 폭력에 맞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항할 것이며,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더해 간협은 8일, 국제간호협의회(ICN) 파멜라 시프리아노(Pamela Cipriano) 회장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서신을 발송, 간호법 제정을 압박했다.

파멜라 회장은 서신을 통해 "수준 높은 간호와 환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은 1923년에, 영국은 1939년에, 일본은 1948년에 간호법을 제정했다"면서 “간호법은 환자 안전을 보장하고 간호사의 채용과 근속을 개선하며, 명확한 규제 및 교육 기준과 절차를 수립하고, 적절한 근무 환경을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2023년 5월 12일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탄생 203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며 한국 간호가 시작된 지 100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면서 “이 뜻깊고 역사적인 순간에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간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 온 간호사들에게 간호법 제정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하사해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와 여당이 간호법 국회 통과 과정과 이로 인해 파생된 보건의료계의 갈등을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적으로 말하긴 이른 단계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지난 4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 간호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조 장관은 “대통령이 재의요구를 한다 안한다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는 직역간 이해보다는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인지 충분히 숙고해서 의료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국민의힘도 간호법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 아님을 강조했다. 또한 거부권 행사 건의를 놓고 국민 여론을 신경쓰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논평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다며 자신들이 날치기 처리한 간호법의 재가를 요구하고 나섰으나 이는 명백한 거짓”이라며 “간호법이 아닌, 간호사 처우 개선에 대한 원칙을 선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간호법과 함께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인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은 거부권 행사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ㆍ여당 모두 면허취소법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고 있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간호법에 한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홍보이사겸대변인은 “면허취소법이라고 해서 위해도가 적지 않다"며 "오히려 전공의들이 지적했다시피 보건의료직역에서 좋지 않은 근로환경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인권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민감하게 보고 있는데, 의료와 전혀 관계없는 영역의 여파로 10년 이상 세월을 들여 마련한 면허를 일시에 박탈하는 과잉 입법은 불공정하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 정부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의사들이 중요한 자원이라고 하면서 의사 수를 늘리자고 주장하고 관련된 정책을 펼치려고 하는데, 한 쪽에선 의사 면허를 취소시키는 법안을 만들고 있다"면서 "일반적인 흐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만약 의료인면허취소법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온다면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 등 다양한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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