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5-16 08:50 (목)
대구 여학생 사망 관련 4개 병원 행정처분에 응급의학과 반발
상태바
대구 여학생 사망 관련 4개 병원 행정처분에 응급의학과 반발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5.08 0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키지 못할 기준으로 응급의료현장 붕괴 가속화”
▲ 지난 3월 대구 10대 여학생 추락 사고 이후 응급실을 찾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정부가 관련 응급의료기관 4곳에 대해 행정처분을 실시한 것과 관련, 응급의학과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 지난 3월 대구 10대 여학생 추락 사고 이후 응급실을 찾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정부가 관련 응급의료기관 4곳에 대해 행정처분을 실시한 것과 관련, 응급의학과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의약뉴스] 지난 3월 대구에서 10대 여학생이 추락 사고 이후 응급실을 찾아 헤메는 동안 사망한 사건에 대해 정부가 관련 응급의료기관 4곳에 행정처분에 나서자 응급의학과 의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는 지난 3월 19일 대구광역시에서 발생한 응급환자 사망 사건 조사 및 전문가 회의 결과를 토대로, 관련된 8개 의료기관 중 4개 응급의료기관에 대해 응급의료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렸다.

행정처분을 받은 4개 응급의료기관은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병원 등이다.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은 응급의료법 제31조 4에 따라 중증도 분류 의무 위반, 동법 제48조 2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거부에 대해 시정명령 및 6개월 이내 이행 시까지 보조금 지급 중단, 과징금 부과 처분이 내려졌다.

복지부에 따르면, 대구파티마병원(최초 내원한 지역응급의료센터)은 당시 근무 중이었던 의사가 환자의 중증도는 분류하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를 통한 진료 등이 필요해 보인다는 이유로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할 것을 권유했다.

합동조사단 및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위에 대해 응급환자의 주요증상, 활력징후, 의식 수준, 손상 기전, 통증 정도 등을 고려, ‘한국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에 따라 중증도를 분류하도록 한 응급의료법 제31조의4 및 시행규칙 제18조의3을 위반한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구급대원이 재차 응급실에 전화를 걸어 정신건강의학과 이외의 응급진료에 대한 수용을 의뢰했으나, 정신과적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제공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합동조사단 및 전문가들은 외상 처치 등을 우선 요청했음에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이유로 수용하지 않은 것은 응급환자 등을 이송하는 자로부터 응급환자 수용능력 확인을 요청받은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도록 한 응급의료법 제48조의2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두 번째 내원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경북대병원은 중증외상이 의심된다며 권역외상센터에 먼저 확인하라고 권유했다.

이에 합동조사단 및 전문가들은 중증외상을 의심했음에도 환자 대면 등을 통해 주요증상, 손상 기전, 통증 정도 등을 고려한 중증도 분류를 시행하지 않은 것은 응급의료법 제31조의4 및 동법 시행규칙 제18조의3을 위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2회에 걸쳐 대구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전화를 걸어 수용을 의뢰했지만, 모두 다른 외상환자 진료 및 병상 부족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용병상이 있었으며 진료 중이었던 다른 환자들 중 상당수가 경증환자였고, 상황이 진행되는 도중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 의료진 간 소통을 통해 추가 환자 수용 능력을 확인하거나 환자 인계 등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합동조사단 및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위에 대해 응급환자 등을 이송하는 자로부터 응급환자 수용능력 확인을 요청받은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도록 한 응급의료법 제48조의2를 위반한 것으로 지적했다.

이 두 병원 외에 계명대동산병원과 대구가톨릭병원은 각각 외상환자 수술이 시작돼 어렵다는 이유로, 신경외과 의료진 부재로 수용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합동조사단 및 전문가들은 응급환자 등을 이송하는 자로부터 응급환자 수용능력 확인을 요청받은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도록 한 응급의료법 제48조의2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응급의료법 제48조 2에 따른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거부에 대해 11월 3일까지 시정 명령을 이행토록하고 이행기간 동안 응급의료기관 평가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도록 처분했다.

이와 함께 대구시에는 지역 응급의료 자원조사 기반 이송지침 마련과 응급의료체계 관련 협의체 구성ㆍ운영 등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아울러 복지부는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2023년∼2027년)’을 조속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발표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중 이번 사건이 현장ㆍ이송 영역의 ‘이송서비스 품질 개선(1-3)’, ‘이송 및 수용 적정성 관리체계 마련(1-4)’ 등 중점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

응급의료 기본계획에 따르면, 119 구급대의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을 병원 의료진이 사용하는 한국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기준(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 KTAS)과 통일해(Pre-KTAS), 중증도를 기준으로 적정한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어 각 시도 주도하에 지역별로 응급질환별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명, 위치 등 응급의료자원조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조사 결과를 반영해 지역 맞춤형 이송지침, 이송지도(map)를 마련하고, 119 구급대 및 지역 주민 대상 홍보를 통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송 중인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기관의 수용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 응급환자 수용이 어렵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기준, 수용 곤란 상황을 고지하는 주체, 절차 등을 포함한 표준 프로토콜을 규정하고, 응급의료기관 평가 등을 통해 관련 지도ㆍ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심정지 등 초응급환자에 대해 인근 모든 의료기관에서 수용 곤란을 고지한 경우 등 예외적 상황에서는 기준과 무관하게 환자를 수용하도록 지침을 마련하는 등 중증응급환자를 두텁게 보호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기본계획 병원 단계 영역의 ‘최종치료를 포괄한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2-1)’, ‘물적ㆍ인적 인프라 확충(2-3)’ 중점과제를 통해 ▲ 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 개편을 통한 최종 치료(수술, 시술 등) 역량 강화, ▲ 응급환자를 위한 치료시설(중환자실ㆍ입원실 등) 확충 등 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 역량 제고 또한 병행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대구 4개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처분과 정부의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의료계, 특히 응급의학과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회장 이형민)는 4일, 성명을 통해 “지키지 못할 기준을 마련하고 위반하면 처벌하게 될 경우 응급의료현장 붕괴는 더욱 가속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들은 “중증응급환자가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최고의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한 응급의료체계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번 사망사고의 원인은 개별 병원의 이기적인 환자거부가 아니라 중증외상응급환자에 대한 전반적인 인프라의 부족과 병원 전 환자의 이송, 전원체계의 비효율성”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사회는 응급의료법의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거부' 규정에 대한 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과 보조금 지급 중단 및 과징금 부과처분을 결정한 복지부의 행정처분에 문제를 제기했다.

의사회는 먼저 “중등도 분류는 효율적인 응급진료를 위한 수단이며 후속진료를 전제로 이뤄지는 행위”라면서 “만약 119로 내원한 모든 환자를 환자분류소로 일단 진입시켰는데 다른 병원으로 이송이 필요한 경우 접수와 비용발생에 따른 민원과 분쟁의 소지와 이송의 책임주체, 상급 진료의 지연이나 치료결과 악화에 따른 법적인 책임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거부 역시 과도한 처분이라는 것이 의사회의 설명이다.

의사회는 “현재 대부분의 수용거절의 이유는 후속진료와 최종진료의 부족 때문으로, 환자수용에 대한 판단은 상황마다 다를 수 있음에도, 이것을 법적으로 강제하거나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감기환자나 경미한 교통사고 같은 경증의 환자들도 119를 타고 내원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모든 119환자를 일단 받거나 못 받는 경우 응답대장을 전수 기록하라는 이번 복지부의 처분은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의들에게 가혹한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처분의 결과로 이송지연에 따른 책임이 현장의 의료진들에게 민사, 형사상 소송의 근거가 되어 향후 더 많은 소송을 유발하게 된다”며 “이번 사건은 10년 전에도 그 이전에도 반복됐던 일이며 앞으로도 발생할 것으로, 지키지 못할 기준을 마련하고 위반하면 처벌하게 될 경우 응급의료현장 붕괴는 더욱 가속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의사회는 경증환자의 119이송을 중단하고 상급병원 이용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병원전 환자분류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하며, 응급환자의 강제수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진료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감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것은 진짜 응급환자들이 제대로 적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응급의료현장에서 일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 모든 상황의 개선을 위해 대화와 논의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으니, 정책당국과 유관기관들의 적극적인 태도변화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변화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