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의학 기틀 세운 삼성서울병원, 향후 10년도 준비
“의료진 재충전하고 진료하는 사회적 시스템 필요”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서지영 교수(오른쪽)는 지난 22일 중환자의학과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신종 감염병이 다시 닥쳐와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는 좋은 모델 중 하나가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청년의사).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서지영 교수(오른쪽)는 지난 22일 중환자의학과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신종 감염병이 다시 닥쳐와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는 좋은 모델 중 하나가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청년의사).

“메르스(MERS) 당시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환자의학 시스템이 강했기 때문이다. 메르스 이후 감염병에 대한 대비가 이뤄졌다면 코로나19 다음에는 중환자 진료 체계가 강해져야 신종 감염병이 다시 우리나라를 덮쳐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된다. 그것을 보여준 좋은 모델 중 하나가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2일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창설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중환자의학과 서지영 교수는 중환자의학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이 지난 2013년 처음 중환자의학과를 도입했고 이를 이끈 이가 바로 서 교수다. 서 교수는 대한중환자의학회장도 맡고 있다.

10년 전 중환자치료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며 이목을 끈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는 최근 중환자치료 성과로 주목 받고 있다. 무엇보다 우수한 성적 뒤에는 ‘중환자의학과 전문의 제도’와 ‘중환자실 다학제 진료팀’ 도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중환자의학과 전문의 제도는 중환자의학 전문의를 배치, 24시간 중환자실에 상주하는 제도로 당시 교수 5명과 임상강사 4명을 포함해 중환자 전문의 9명이 배치됐다.

중환자실 다학제 진료팀은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를 기본으로 각 진료과별 담당 교수와 전문의, 전공의는 물론 간호사와 약사, 영양사까지 모두 중환자실 회진을 함께 한다.

무엇보다 중환자실이 진료과 중심이 아닌 다학제 진료팀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점이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진료 시스템의 장점이다.

이같은 중환자진료 시스템이 가동된 이후 중환자치료 질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양정훈 교수팀이 지난 2012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2013년 3월 이전 전담전문의와 다학제 진료가 없는 ‘낮은 관리 그룹’ 616명과 2013년 3월 이후 심장내과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가 배치되고 다학제 진료를 받은 ‘높은 관리 그룹’ 1,815명을 나눠 조사한 결과, 낮은 관리 그룹 대비 높은 관리 그룹에서 사망률이 47% 감소했다.

또 심장내과 중환자실에 입원한 ‘심인성 쇼크’ 대상 환자 중 에크모 치료를 받은 환자 사망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낮은 관리 그룹 대비 높은 관리 그룹에서 상대적 사망위험률이 76% 감소했다.

특히 심장내과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는 일반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와 달리 기본적 중환자 전담의로서 지식뿐만 아니라 약물 사용에 불응하는 심인성 쇼크 환자치료에 기계적 순환보조 장치인 대동맥 내 풍선펌프, 체외막 산소화장치(ECMO), 좌심실 보조장치(인공심장) 등 체외순환기계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이에 삼성서울병원은 다학제 심혈관계 중환자치료팀을 구성해 심장내과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를 배치, 운영 중이다.

지난 2016년부터 도입된 ‘중환자 재활팀’ 덕분에 중환자의 일상생활 복귀도 더 빨라졌다. 실제 삼성서울병원 내과 중환자실에서는 섬망을 경험한 환자 평균 비율이 45%에서 35%로 감소되며 조기 중환자 재활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박치민 중환자의학과장은 “중환자시스템이 변화되고 진료 시스템이 혁신적으로 변화한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임상결과가 좋아지는 결과를 보며 중요한 체제로 우리나라 중환자의학을 변화시키고 끌고 가는 시스템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모든 중환자 체계가 (삼성서울병원처럼) 이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하나의 중요한 모델로 표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정치량 교수, 박치민 과장, 서지영 교수, 양정훈 교수(ⓒ청년의사).
왼쪽부터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정치량 교수, 박치민 과장, 서지영 교수, 양정훈 교수(ⓒ청년의사).

중환자의학 시스템을 통해 치료 성적도 좋아졌지만 치료 지속성을 이어가기 위한 진료환경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정훈 교수는 “중환자 치료를 하는데 있어 환자를 보는 의료진이 지치지 않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의료진이 밤새 일 하고 다음 날 또 일을 하면 환자가 행복하게 치료 받을 수 없게 된다. 의료진이 재충전하고 진료를 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중환자의학 시스템이 가동되기 위해서는 ‘교육’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배출된 중환자세부전문의 500여명 중 삼성서울병원에서 배출된 인원이 90여명으로 15~20%를 차지한다.

박 과장은 “중환자를 담당하는 전공의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공의 대상 연수강좌를 개최하고 전국으로 오픈하고 있다”며 “연간 200~300명이 참여해 중환자에 대한 기본 교육을 받고 있다. 전문의 대상 연수강좌 코스도 진행하고 있으며 세부전문의 교육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세부전문의 교육에서도 삼성서울병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세부전문의 교육시스템도 들여다보면 기본 교육의 틀을 잘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환자 시스템이 국내에 계속 퍼지고 늘고 있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박 과장은 “진료와 교육, 연구 결과들이 하나의 우리나라 중환자 진료 시스템을 끌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앞으로 10년 동안 변화를 이끌어 중환자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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