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의 위상 강한 외과에서 주치의로서 전담의 역할 한계
"환자 중심 두고 전담의·집도의·전공의 관계 다시 그려야"
본사업 전환 2년이 지났지만 입원전담전문의 역할에 대한 현장 고민은 여전하다. 내과와 함께 입원전담전문의 진출이 활발한 외과도 예외는 아니다. 수술이 주가 되는 과목 특성상 주치의로서 집도의의 위상이 강조되고 입원전담전문의는 이를 따르는 수직적 위계를 깨트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연세암병원에서 열린 대한외과계입원전담전문의연구회 춘계 심포지엄에서도 이런 고민이 주를 이뤘다.
대한외과학회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는 60명으로 전체 19.8%를 차지한다. 내과(35.6%) 바로 다음이다. 외과계로 범위를 넓히면 25.8%까지 늘어난다.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비중은 본사업 전환 후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외과 통합병동 진료의 경험'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보라매병원 외과 황성은 교수는 외과 소속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주치의'로서 자리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황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전공의와 지도교수 관계 속에 애매하게 위치하면서 업무적으로 유리되고 역할적 한계를 느끼고 있다"면서 "간호간병통합병동이 아닌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으로 환자를 보내기 꺼리거나 환자와 보호자는 입원전담전문의 병동 이동을 희망하는데 집도의가 반대하는 등 (거부감도) 여전하다"고 토로했다.
황 교수는 "주니어 교수들과는 각자 업무를 보면서 그 내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지만 시니어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가 반드시 함께 회진을 돌고 업무에 동반하길 바라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서 발생하는 소통 문제로 입원전담전문의들이 힘들어한다"면서 "입원 업무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주치의로서 감독한다는 인식이 현장에 명확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임상과 내 수직적인 관계를 탈피하기 위해 '입원의학과'를 별도 설치하고 입원전담전문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 2020년 개원부터 입원의학과를 둔 용인세브란스병원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만큼 다른 임상과와 관계에서 오는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외과 김태형 교수는 "입원의학과 소속 입원전담전문의는 임상과와 동등한 지위로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만 두 과 간에 불협화음이 발생하면 (해당 임상과가)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을 거부할 위험이 있다"면서 "임상과 안에 함께 소속하면 어떻게든 화합점을 찾겠지만 다른 과면 업무 배제를 선택해버린다"고 지적했다.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입원전담전문의들은 환자 안전 향상과 수련·근무 환경 개선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를 되새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처음 제도 도입 당시에는 환자를 중심으로 두고 집도의와 입원전담전문의, 전공의가 상호협력하는 이상적인 그림을 그렸지만 현실은 집도의가 전공의에게 지시를 내리고 전공의가 다시 입원전담전문의에게 환자를 인계하면서 모두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제도가 흘러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와 집도의가 반목이 아닌 협력하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 환자를 중심에 두고 집도의와 입원전담전문의는 치료 계획을 함께 논하고 공유하고 전공의와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환자 관리를 상의하고 교육하는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성은 교수 역시 "외과 전공의 수련 기간이 3년으로 줄면서 술기를 연마할 기회를 어떻게 확보할지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런 한계 속에서 병동 주치의 업무가 자칫 전공의 수련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전공의와 입원전담전문의 역할을 숙고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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