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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NASA) 우주선 소재가 고압산소치료기에?”
“나사(NASA) 우주선 소재가 고압산소치료기에?”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3.03.24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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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오션 채재익 대표 “가격보다 환자 안전이 제일”
“수년간 1대도 못판 적 있었지만 신념 흔들림 없어”
지난해 실적 전년대비 300% 급증···중소병원 수주 늘어

화상, 피부 미용, 암, 노화 방지, 돌발성 난청, 치매 등에 모두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다. 바로 고압산소치료다. 고압산소치료란 기압을 높이면 산소가 효율적으로 체내에 흡수되는 원리를 이용한 치료법이다. 평상시의 두 배 이상의 기압이 형성된 챔버 내에서 호흡을 통해 산소를 유입시켜 혈액 중 산소 농도를 증가시키는 방식이다.

고압산소치료는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적응증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인터오션이 국내 고압산소치료기 시장을 선도하면서 점차 고압산소치료를 도입하는 병원이 늘어가고 있다.

㈜인터오션 채재익 대표는 잠수부 출신이다. 산업잠수챔버 개발로 시작해 의료기기사업부를 신설하고 지난 2013년 국내 최초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를 개발했다. 장밋빛 미래를 예상하고 블루오션에 뛰어들게 됐지만 사업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수주 실적이 몇 년간 전무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채 대표는 고압산소치료기 개발이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 하나로 사업을 이어나갔다.

지난 23일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 KIMES 2023에서 의료기기기자단과 만난 채재익 대표는 “고압산소치료기가 다양한 질환 치료에 이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발하는 업체가 없었다”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선진 의료장비만 있다면 생명을 살릴 수 있는데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압산소치료기 제작을 멈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채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안전’이다. 국내 인증 기준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은 안전 장치도 잠수챔버 안전 기준에 근거해 설치하고, 산소 배관과 밸브에는 미국 나사 우주선에 적용되는 규정을 준용한다. 폭발 위험성이 있는 산소 배관 클리닝에는 유럽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채 대표는 “사업을 하다보니 우리나라 고압산소치료기 관련 안전 규정이 대단히 허술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들의 안전이다. 자동화 터치패드의 고장을 대비해 백업 매뉴얼 버튼을 설치하고, 여러 해외 기준에 맞추다보면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게 되지만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술력으로 이름을 알린 덕에 인터오션의 의료용 챔버 판매량은 해마다 50% 이상 성장 중이다. 지난해 실적은 재작년에 비해 300% 증가했다. 특히 요양병원과 중소병원 수주가 급증하면서 채 대표는 이제 1인용 챔버로 사업 초점을 옮겨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병원은 공간이 부족해 기계실이나 소화수 탱크를 설치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이동형 챔버 생산을 위해 소재 개발에도 진행하고 있다.

채 대표는 “챔버 개발과 더불어 지금은 소재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며 “운동선수나 응급환자 이송 시에는 금속 챔버는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벼운 섬유 소재의 이동형 챔버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국내 고압산소치료기 시장이 성장하는 데에는 제도상 한계점이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해외에 비해 급여가 적용되는 적응증이 현저히 적어,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고압산소치료기를 활용할 기회가 부족하다.

채 대표는 “현재 고압산소치료 급여는 일부 적응증을 대상으로 최대 14번까지 적용된다. 환자는 매일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사실상 2주로 치료 기간이 제한되는 셈”이라며 “고압산소치료를 통해 환자가 호전되더라도 이후에는 비용 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이어 “2019년 대한고압의학회가 한국형 고압산소치료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권고 수준에 그칠 뿐 인력 운영 등 강제성이 없다”며 “고압산소치료 관련 법령이 미비해 치료기 구입 결정권자들의 안전 인식이 낮은 편이다. 등 보건복지부 등 보건당국이 나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주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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