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태원참사국조특위 ‘법의관 자격법 촉구 토론회’ 개최
법의관 자격법 가안 공개…법의관 자격 중 한의사는 제외될 듯

더불어민주당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24일 국회에서 '법의관 자격법' 제정 촉구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24일 국회에서 '법의관 자격법' 제정 촉구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는 법의관 자격제를 법제화해 인력 양성을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의학을 필수의료로 생각하고 논의해 달라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설훈‧남인순‧전해철‧기동민‧최인호‧고영인‧이성만‧이수진‧조오섭‧신현영‧이동주 의원과 국회 10. 29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검시를 위한 법의관 자격 및 직무에 관한 법’ 제정 촉구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회는 지난 2005년부터 여러차례 검시제도 개선과 법의관제도 도입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지금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이태원 참사 이후 다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법의관제도 도입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검시를 위한 법의관 자격 및 직무에 관한 법’ 제정안 가안이 공개됐다.

법의관 자격은 의사와 치과의사로 제한했다. 지난 2021년 3월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발의 한 제정안은 법의관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직능을 ‘의사‧치과의사‧한의사’로 명시했다.

의사와 치과의사가 법의관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병리학 전문의나 법의학‧해부학 등을 전공한 자로서 검시 관련 기관에서 1년 이상 종사 ▲대학에서 법의학‧병리학‧해부학 관련 분야 조교수 이상으로 1년 이상 재직 ▲법에 따라 법의관 양성기관으로 지정된 곳에서 교육과정 이수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누구는 직무를 수행하는 법의관에 대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거나 직무수행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독립성 보장 조항도 넣었다. 이 외에도 ▲법의관 직무 ▲법의관의 검안 방법 ▲수사기관 협조 ▲검시 관련 기록 보존 ▲법의관 양성기관 지정 ▲시체 보관 장소 운영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처우 열악한 법의관, 이대로 방치하면 현재 인원 유지도 어렵다"

대한법의학회 김장한 회장(서울아산병원)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검시를 위한 법의학 자격 및 직무에 관한 법’에 대해 발표하며 검안 인력 보강을 위해 법의관 자격을 확대하고 시체안치실을 공적 시설로 운영하기 위해 대학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회장은 “검시제도 도입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이 우선 입법화 돼야 한다”며 “검시에 대한 정부부처 간 권한 쟁의는 검시제도 도입의 중요 쟁점이 아니므로 현행 제도 하에서도 시행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시체 검안 절차 적정화를 통한 종결 사건의 정상화, 사망기록 공적 관리와 사망신고 절차를 개선하고 사법 부검은 지금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며 “다만 입법이 미뤄지는 주요 원인인 검시위원회와 검시연구원은 제도 핵심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보류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서중석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이전 법률안이 좌초된 배경에는 일부 사항들에 대해 국과수 법의관과 대학 법의학 교수들 사이에 약간의 이견이 있었고 각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법률안에 따른 유불리를 고려하는 등 보이지 않는 견제가 있었다”고 했다.

서 전 원장은 “이번 검시법률안은 각 기관의 이해가 충돌되지 않도록 법의관 양성에 중점을 두고 입법안이 마련됐으면 한다”며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운영 규칙은 시행령 마련 시 추가 논의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 전 원장은 향후 논의 과정에서 대량재해 발생 시 법의관 역할에 대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량재해 발생 시 법의관 역할은 ▲시신을 훼손하지 않은 검안 ▲CT를 이용한 영상부검을 통한 사인 규명 ▲필요한 경우 해부를 통한 사인 규명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극복하기 위한 유가족과 부상자에 대한 의학적 위로 등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법의관은 국과수 공무원으로, 법의학 교수는 의대 기초의학분야 소속으로 처우와 보수가 매우 열악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 전 원장은 “숙련된 국과수 법의관들의 높은 이직률, 대학 신규 교수 채용 어려움 등을 고려하고 시대적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대로 방치할 경우 현재 인원 유지도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전 원장은 “보건복지부의 법의학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적절한 의료관리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하는 많은 죽음에 대해 보건행정적 대책이 견고하게 마련돼야 하고 의대 교육 및 전공의 인력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때 법의학의 미래도 반드시 고려해 달라”고 했다.

"법의관들이 사회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 만들어야"

공무원 신분을 보장해주는 것보다는 법의학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의대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는 “공무원 기반으로 (법의학자를 양성하는 것은) 좀 애매하다. (젊은층의) 공무원 선호는 이제 지나갔다”며 “우리는 법의관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이게 언제까지 유효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법은) 자격을 부여하는 입장에서 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법의학 분야에)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돈도 못버는데 사명감만 강조하거나 국가공무원으로 ‘으쓱’하는 것으로는 (양성이) 안된다. 롤모델만 보여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경제적 문제 등 (법의관들이) 사회적으로 활동하기 유리한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 근본적으로 법의학자를 늘리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법의관이 충분히 양성되기 전 과도기적인 현 상황을 출발점으로 삼아 향후 한단계씩 점진적으로 제도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법의관에 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법의학에 대한 의대생의 관심과 현직 법의관들의 사기를 높이는 효과를 부를 것”이라고도 했다.

국과수 양경무 법의학부장은 “의사가 사인 규명을 잘 할 수 있도록 법적 받침을 해주길 바란다”며 “법의학은 의사가 기피하는 필수의료 분야로 생각해 달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성경은 사무관은 “법의관 양성 필요성에 대해 깊게 공감하는 마음으로 업무 추진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법의관 양성 법률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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