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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5-21 15:44 (화)
그것이 특별한 존재로 대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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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특별한 존재로 대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3.03.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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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잘 된 것이다. 처음에 놀랐던 여순은 곰곰히 생각하고 나서 나름대로 결심을 했다. 어차피 살아갈 수 없는 일이라면 어떤 수를 쓰는 것이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들어갈수록 깊어지는 심연 속에서 허우적거리기보다 이판사판 걸어볼 만한 모험이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두려움이 온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 보다 더 잘못될 수는 없다고 다짐을 하면 할수록 더 잘못되는 수가 있다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던 것이다. 아직은 모르지 않는가. 이 놈의 전쟁이 언제 끝날지 누구의 승리로 끝날지 그렇다면 나의 신세가 어떻게 바뀌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오늘 하루를 견디는 것은 다가오는 내일을 꿈꾸는 것보다 거칠고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말수는 여순의 이런 흔들리는 마음을 알았는지 그것은 각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감당해야 해’

말수는 그 말을 남기고 조용히 뒷문으로 사라졌다. 그가 나가고 난 방은 생각보다 컸다. 원래 방이 이렇게 컸던가. 여순은 말수가 없는 방이 공허하기보다는 너무 크게 다가왔다.

그날 이후 여순은 감당이라는 말을 가슴에 새겼다. 과연 나는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 무섭고 떨렸다. 발각되면 죽음이다. 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그것은 자신과는 한 발 떨어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자신의 일로 다가오자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등 뒤로 날아온 총알이 가슴을 뚫고 빠져나간다. 총알은 빠르지 않고 느리게 나아갔다. 여순은 가슴으로 나온 총알이 앞으로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금속성의 탄두 끝에 자신의 붉은 피를 묻이고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총알을 여순을 손을 뻗어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총알이 아무리 느려도 여순이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느리지는 않았다. 여순은 뒤늦게 총알 대신 쏟아지는 피를 양손으로 받쳐 들고 어찌할 줄 모른다. 마치 피를 처음 보는 것인양 이게 뭐지? 하는 표정이다. 버려야 할지 그냥 들고 있어야 할지 허둥대는 꼴이 가관이 아니다. 

한 번의 포탄의 파편이 얼굴에 박혀 그것을 빼는데 잘 빠지지 않는다. 억지로 잡아 당기자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광대뼈까지 따라 나온다. 여순은 기겁을 한다. 

이번에는 병사의 긴 칼이 목을 찔러 온다. 한 번에 잘려 땅에 떨어지지 않고 좌우로 건들거리는 목을 두 손으로 잡아 바로 세운다. 그리고는 내리친 병사를 향해 도망갔다고 죽이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따진다. 병사가 여순대신 까무라친다. 

여순은 감당할 자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해보지 않은 일이라서 더 그렇다.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라는 것을 안다. 지금까지 잘 참아왔다. 그 인내심으로 감당해 내자. 한 번 해보는 것이다. 한 번죽지 까짓껏 두번 죽느야 하는 심정이었다.

아침에는 걱정했다가 저녁에 파김치가 되고 나면 여순은 이렇게 다짐을 했다. 여순은 말수가 가고 난 후 방안을 운동장 삼아 운동에 열심이다. 몸이 튼튼해야 오래 버틸 수 있고 그래야 살아서 고향에 갈 수 있다는 말수의 말이 뼈에 박혔기 때문이다. 

혹시 누가 알고 따라오면 빨리 달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했다. 여순은 틈나는대로 방안에서 달리는 연습을 했다. 앉았다 일어섰다는 반복했다. 서너 발 떼면 닿는 벽을 반환점 삼아 달리고 또 달렸다. 

달리기라면 자신이 있었다. 소학교 때 운동회서 일등을 한 적도 있다. 학교를 오가는 길에 늘 달렸다. 언덕을 오르거나 내려갈 때 했던 그 동작 그대로 여순은 발을 들었고 들었고 든 발을 힘차게 앞으로 내 딛었다.

그러는 나날이 계속되자 등을 뚫고 나오는 총알의 환영도 사라졌다. 몸에서 땀이 나고 다리에 근육이 붙자 살아야 한다는 의욕이 앞섰다.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 지옥은 견디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벗어나라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 그런 말이 생각났는지 여순은 그 말을 되 내면서 하루를 보냈다.

지옥은 견디라고 있는 것 아냐, 벗어나라고 있는 거야.

그날 이후 말수는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계획을 세워서 온다는 그는 여러 날이 지나도 방문을 열지 않았다. 여순은 초조했다. 그가 죽었는가, 체념하고 있을 때 그가 들어왔다.

몹시 풀이 죽어있었다. 더군다나 팔을 다쳐 멜빵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보다 먼저 탈출하려다 잡힌 동료 때문에 감시가 더 삼엄해 졌다고 했다. 잡힌 동료 세 명은 두들겨 맞다가 죽었다고 했다. 

죽었어. 

그 말은 탈출을 포기하자는 말로 들렸다. 이제 글렀구나. 여순은 낙담했다. 

말수는 죽은 자들이 불상하다고 했다. 언제 죽어도 죽지만 생각보다 일찍 죽었다는 것이다. 도망치다 잡히면 어떤 꼴을 당하는지 본보기로 당할 때 말수는 탈출을 포기하기보다는 더 해야 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여순이 그러면 탈출은 끝났어.

말수는 그런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시간이 지체된 것뿐이니 조금 더 기다리자고 했다. 군함은 언제나 떠나고 기회는 찾아온다고 되레 성급하게 구는 여순을 달랬다. 당장 내일 밤이라도 갈 것 같더니 이제는 보채는 여순을 진정시키고 있다. 

그 말에 여순은 고개를 끄덕여 동감했다.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기다리자. 지금까지 참았는데 서두르다 일을 그르칠 수 있다.

말수는 기다리면 일을 그르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졌다.  그가 그것을 증명이라고 해보이듯이 품에서 권총 한자루를 꺼내 여순에게 주었다.  

‘잘 간수해. 나는 숨겨둘 곳이 없어. 놈들이 늘 점호를 하거든.“

여순은 금속성이 주는 차가움을 느끼면서 권총을 받았다. 무섭다기보다는 왠지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보다 권총은 무거웠다. 이걸 한 손으로 받쳐 들고 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순은 권총을 제대로 들기 위해 팔굽혀 펴기 운동을 했다.

그것은 말수가 시킨 일이 아니었다. 자유자재로 권총을 쥐고 흔들수 있게 됐을 때도 여순은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마에 땀이 나고 호흡이 가파지고 근육이 불거질 때 여순은 생명을 느꼈다.

죽마을 해변에서 언젠가 자신이 넘어졌을때 휴의가 점례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을 엎고 뛸 때 느꼈던 그런 당황하면서도 기분좋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그런 기분이라면 피할 이유가 없지. 여순은 지친 몸을 다시 바닥에 대고 몸을 일으켰다 누웠다는 반복했다. 

권총은 벽의 벌려진 틈에 숨겨 놓았다. 일부러 발로 차거나 뜯어 보지 않는한 찾기 어려울 만큼 감쪽같았다. 더구나 방은 어둡고 권총도 어둡다. 총이 옆에 있자 여순은 없는 자신감이 생기는 듯 했다.

여차하면 권총을 꺼내리아. 그런 마음으로 아무도 없는 시간에는 그것을 꺼내 손에들고 쏘는 연습을 했다. 어느 날 말수는 권총에 총알을 재고 방아쇠를 당기는 연습을 여순에게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또 어떤 날은 분해하고 조립하는 것도 보여줬다. 어렵지 않았다. 총은 몇 개로 쉽게 분해되고 조립됐다. 여순은 자신의 삶도 권총처럼 저렇게 분해됐다 조립되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권총과 자신의 처지가 닮았다. 잘도 붙여된다. 여순은 속으로 이렇게 중얼 거렸다. 

여순은 달리고 싶었다. 총을 쏘기 보다는 쉬지 않고 달리고 싶었다. 등에 맨 책보 속의 도시락이 달락거려도 신경쓰지 않고 마구 달려 나가고 싶었다. 책보를 생각하자 여순은 눈시울이 불거졌다.

소학교 시절 황토배기를 넘어서 남자애들과 달리기 시합을 하던 때가 눈에 어른거렸다. 고학년 남자를 빼고는 여순을 달리기에서 이기는 남학생은 없었다. 여순은 그만큼 빨랐고 쉽게 지치지 않았다.

그래 변또. 양은 변또는 소리가 요란했어. 그 안에 수저와 젓가락이 같이 따라왔거든. 

달리다 보면 책보는 흘러내리거나 앞이 뒤가 되기도 해 불편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젓가락 소리가 용희를 더 자극했다. 덜거덕거리는 그 소리는 때로는 박자가 되기도 하고 용기를 주기도 하고 빨리 집에 가려는 마음을 재촉하기도 하고 승부욕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여순은 언덕을 넘어 들판을 달리고 다시 언덕을 오르고 과부촌과 교회를 지나 학교 앞에 도착하는 그 모습에 울컥했다. 그리고 다시 탈출을 생각했다. 달리면 무작정 달려 나가면 안 될 것도 없지 싶었다.

탈출에 필요한 다른 어떤 것이 필요할 지 그리고 실패해 잡혔을 때 죽지 않기 위해 어떻게 둘러대야 할지 곰곰이 생각했다. 말수가 놓친 것이 있다면 자신이 대신 챙기고 싶었다. 그러다가 실패에 이르자 여순은 그것은 끝이라고 둘러댈 것을 따지지 않았다.

이미 죽은 몸인데 둘러댄다고 살아날까. 

여순은 오로지 성공만을 떠올렸다. 필리핀으로 떠나는 군함에 승선하기만 하면 탈출은 절반은 성공이라고 말수는 조용하게 말했었다. 여순도 그 말을 믿었다. 일단 타고 나서 볼 일이다. 그 다움은 닥치면 하면된다. 그러나 닥치면 하게 될 일이 미리 생각났다.

얼마나 긴 시간을 군함의 외진 곳에서 숨어 있어야 할지 그리고 뱃멀미는 어떻게 대처할지 고심했다. 그렇다. 뱃멀미였다. 아무리 큰 군함이라도 바다 앞에서 나뭇잎이라고 했어. 그러니 흔들리겠지. 그러면 속이 울렁거리고 먹은 것을 토하겠지.

여순은 멀미를 연상하자 속이 벌써 뒤집어 지고 있다. 헛구역질이 올라왔으나 꾹 참았다. 신물은 이미 입안에서 맴돌고 있다. 자 군함에도 오르고 멀미도 이겨내고 필리핀에 도착했다고 치자. 그러면, 그 다음은. 말수는 대책이 있을까, 심란했으나 이곳의 심란함을 생각하자 그것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되버렸다. 

자유만 있다면 흙이라고 못 먹을까. 먹어 봤잖아. 먹을 만 하던데. 

여순은 애써 흙맛을 생각하면서 억지 웃음을 지었다. 정 먹을 게 없으면 흙도 먹고 개미도 먹고 벌레도 먹고 개구리나 뱀도 먹지. 그러고보니 먹을 게 지천에 널려 있다.  굳이 세상에 나올 필요있나. 정글 숲에 숨어서 짐승처럼 살면되지. 그래, 그게 뭐가 어때서. 이 곳보다는 나아, 백배 천배 낫단 말이야. 

아니면 굶어 죽어도 좋아. 속이 비면 마음도 편해지니 죽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끼면서 죽어도 좋을거야. 죽을 때 말수가 옆에 있다면 서로에게 유언을 해도 되겠지. 아니면 남길 게 없는데 유언 같은게 무어냐고 핀잔을 받으면 그 핑계 삼아 아무말도 하지 않고 꼴가닥 하고 죽으면 되지. 

여순은 줄 선 병사들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고 계속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이런 생각 하면서 견뎌냈다. 


점례는 여순보다 일직 죽음을 체험했다. 자신의 의도한 일이었는데 실패로 돌아갔으니 점례는 실패에 대한 책음을 져야 했다. 일어나 보니 점례는 자신이 내동댕이쳐졌다는 것을 알았고 맨 처음 떠오른 것은 책임이었다. 실수에 대한 책임.

누군가 책임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해야 한다. 그런데 주변은 너무 조용했다. 개미 지나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포성도 멈추었고 군가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들 어디로 사라졌을까. 이것은 어떤 징조인가. 점례는 바닥에 손을 집고 허리를 세우려고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현기증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잠깐 돌아왔던 의식이 다시 꺼졌다. 돌아오는 것은 길었으나 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점례는 도로 쓰러졌다. 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눈뜬 점례는 아직은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는 것을 알았다.

책임에 대한 무담도 사라졌다. 그래서 그 상태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손 하나 움직이지 않고 죽은 듯이 곰을 만나 죽은 사람 시늉을 하듯이 그대로 있었다. 무사히 곰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점례는 그야말로 꼼짝않고 있었다. 

그러나 허사였다. 곰은 다가와 냄새를 맡았다. 자신의 것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는 물기도 했고 핥기도 했다. 살아 있는데 죽여서 먹기 위해서 곰은 나름대로 머리를 쓰고 있었다. 

곰의 콧김이 훅하고 끼쳐왔다. 날 것 그대로 짐승의 냄새가 점례를 아프게 찔러왔다. 점례는 놀라 스스로 움칠거렸다고 느꼈다. 실수였다. 놈이 알아챘다면 그것으로 마지막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이 내는 몸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곰이 들이키는 숨소리였다. 곰은 점례의 배에 커다란 다리를 하나를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올려 논 앞발을 좌우로 흔들었다. 배가 조금 출렁였다. 잠시 후 다리를 땅으로 내려놓은 곰은 주위를 한 참 맴돌았다. 그리고는 미련은 있지만 지금은 아니고 나중에 다시 오겠다는 몸짓을 보이며 저쪽으로 엉금엉금 사라졌다.

그러나 완전히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점례는 살았다고 안도할 수 없었다. 무엇하나 내 영역인 것이 없었다. 죽음조차도 그랬다. 차라이 곰에게 물려 죽었으면 싶었다. 대가를 치렀는데 어떤 기쁨도 맛보지 못했을 때 느끼는 허탈감이 몰려왔다. 이제 죽든 살든 게의치 않고 싶었다.

만사가 귀찮았다. 그래서 한 참을 그대로 있었다. 그 자세로 더 있기 어려울 무렵 어쩔 수 없이 손을 바닥에 대고 몸을 일으켰을 때 점례는 몸이 아까보다는 한결 편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 힘을 받아 점례는 본능적으로 겨울잡을 깨는 곰처럼 문을 살짝열었다. 낮게 깔린 달이 안쪽을 들여다보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초저녁이었다. 아니 새벽인지도 몰랐다. 한순간 점례는 마치 달이 자신을 영접하고 있다고 느꼈다. 나를 받아 주는 것은 하늘뿐이었다.

꼬박 삼일을 고생한 후 점례는 몸을 추스렸다. 정신이 들었다고 여겼을 무렵 초소의 병사 두 명이 점례를 찾아왔다. 이곳 대장의 명이라고 했다.

그들은 장교님은 바빠서 올 수 없으니 같이 가야 한다고 했다. 양쪽에서 점례를 부축하면서 그들은 이런 하찮은 일을 시킨 것이 불만이라는 듯이 어서가자고 서툰 걸음을 걷는 점례는 채근했다.

하지만 그들은 예의 있게 행동하려고 무척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장교의 다짐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태도였다. 점례는 부축없이도 제 발로 갈 수 있었으나 그것이 편해 그대로 두었다.

장교는 여유가 있었다. 점례를보고는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초소에서 처음보았던 신경질적인 표정은 사라지고 없었다. 장교는 다 알고 있으니 이제는 안심해도 된다고 정말로 점례를 안심시켰다. 

그는 이곳 전투병과의 최고 장교보다 계급은 한 단계 아래였으나 보직의 중요성은 높았다. 그래서 다른 장교들은 그에게 상관 대접을 했으며 그는 그들은 부하처럼 다루는 기색을 보였다. 말하자면 이곳 만주의 산속에서는 대장이었다. 

그는 점례에게 병을 핑계로 너를 빼돌렸으미 이제는 안심해도 된다고 점례가 궁금해 하는 지점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그것이 점례를 특별한 존재로 대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장교의 호의에 점례는 고개를 숙였다.

이제 병사들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들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 점례는 순간 그런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점례는 다시 막사로 돌아가지 않았다. 장교는 이곳에서 병을 고치고 나랑 같이 살자고 했다.

그게 가능할까.

장교는 막사의 불만을 누그러트리기 위해 만주 시내로 나갔을 때 점례를 대신할 중국인 여성 3명을 데려왔다. 점례가 빠지더라도 인원상의 문제가 없게 미리 대비한 것이다.

섬의 최고 장교가 왜 자신에게 이런 친절을 베푸는지 점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은 그저 그들이 선택한 데로 움직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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