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절뚝거리는 예언자
가끔은 맞고 자주 기울었다
양팔저울로 별들의 몸무게를 재면서도
하얗게 지우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투명한 벽지에
나비의 울음소리를 그린다
촛농으로 문지르고 흰색을 덧칠한다
하얀 날개를 들추면 울거나 잠든 네 모습이 보인다
너무 일찍 찾아온 앵무새
가루약 같은 권태가 펄펄 흩날리는 것은
부드러운 바람이 잠깐 내 몸을 스쳐 지났기 때문이다
발을 헛디딘 봄바람이 양팔을 잡아당긴다
꽃잎 떨어진 자리마다
슬픔의 발자국이 선명하다
아픈 꽃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통을 노래한다
너무 늦게 핀 복사꽃
이별했던 문장이
양팔에서 위치를 바꾸고 또 바꾼다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 버릇이 생겼다
저울추 같은 고뇌가
검은 넥타이 사이로 반짝거린다
밀실에서 검게 태어난 너는
계절의 시차를 조정하며 투명해진다
운이 좋으면 가운 대신 시스루를 입을 수도 있겠다
창백한 의사가 등 뒤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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