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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사협 정재현 부회장, "한의대 폐지 전제가 아니면 의료일원화 불가"
병원의사협 정재현 부회장, "한의대 폐지 전제가 아니면 의료일원화 불가"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1.27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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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초음파기기 판결 후 '의료일원화' 주장 또 나와
"방제학, 경혈학 배우지 말라고 하면 더 이상 한의학 아니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무죄 판결 이후 다시 의료계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의료일원화' 주장에 대해 정재현 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이 비판 의견을 내놓았다.

정 부회장은 지난 25일 유튜브 크로커다일남자훈련소 채널에 출연해 “한의대 폐지를 전제로 하지 않고는 의료일원화 얘기를 아예 꺼내지 않는게 맞다”라고 말했다.

의료일원화란 현행 의학과 한의학으로 양분돼 있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하나로 합쳐 '통합의사'로 명명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합의사가 되면 한의사가 엑스레이나 초음파 등 진단의료기기를 아무런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고, 의사 역시 한방진료가 가능해 진다는 게 골자이다. 한의계에서는 최혁용 전 한의협 회장 등이 '의대-한의대 복수전공'등의 교육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의대와 한의대의 교과 과정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한의사들 사이에서도 의료일원화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온 바 있다.

지난 2020년 8월에는 '국민건강과 민족의학 수호 연합회(국민연)'가 성명을 발표하며 “한의사 제도를 없애려는 최혁용 (당시 한의협) 회장의 조속한 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기 판결 이후 의료계 내부에서 다시 의료일원화 논의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젊은의사협의체·KMA POLICY 특별위원회 등은 오는 29일 비공개로 공청회를 열고 의료일원화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의협은 한의대와 한의사제도 폐지를 전제로 하는 의학교육 일원화와 기 면허자 기존 면허 유지 및 상대 영역 침해 금지 원칙을 세워놨다.

정 부회장은 “의료계 내부에선 한의사들이 초음파 등 현대의료기기를 계속 쓰게 한다면 차라리 이번 기회에 일원화하는게 어떻냐는 의견이 일부 나오는 것 같다”라며 “이들의 논리는 한의학을 품에 안아서 없애버리자는 것인데 그게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외국 같은 경우는 과학적 검증을 통과한 것들만 대체의학으로 정의해 남겨놨다”라며 “일본 같은 경우에는 한의학을 일단 없애고 다시 만들었는데 우리나라는 그 과정이 없으니 일원화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민연 측에서도 일본이 메이지유신을 거쳐 의료일원화를 이뤄내며 정통 한의학이 사라져 버렸다는 이유로 통합의사제도에 반대했다.

정 부회장은 “한의사들이 원하는 방식의 의료일원화는 통합의사로 명명해서 한약도 쓸 수 있고, 침도 놓을 수 있고, MRI도 쓰며 현대 신약도 쓰는 것”이라며 “그러나 의대와 한의대의 교과 과정을 보면 (의료일원화는)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정 부회장은 “의학을 배울 때 임상을 배우는 가장 중요한 학년이 본과 2학년이다. 그런데 한의대와 의대 2학년 커리큘럼을 보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통합되지 힘든지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이 예로 든 서울 모 의대의 2학년 1학기 교과과정을 보면 '소화기학, 신장학, 피부과학, 내분비대사학, 혈액종양학, 감염학, 운동기학, 류마티스학, 알레르기학' 등이 전공필수 과목으로있다. 2학기 과정에는 '감각신경학, 생식의학, 소아노인유전학, 정신과학, 임상의학종합평가'등이 있다. 또 다른 예시로 든 지방 모 한의대의 2학년 1학기 과정은 '본초학(本草學)및실습, 양방진단학, 약리학및실습, 양방병리학및실습, 경혈학(經穴學)및실습, 상한론(傷寒論), 방제학(方劑學)및실습' 등으로 의대 과정과의 차이를 나타냈다.

정 부회장은 “의사들은 환자가 아프면 증상을 보고 검사를 한 뒤 진단을 내리는데, 진단이 나오면치료는 표준화가 돼 있다”라며 “그런데 한의학에서 방제학은 한의사가 진단을 내리면 어떤 처방을 내릴 것인가를 또 생각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이 말은 진단이 나와도 처방이 표준화가 안 돼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의료일원화를 하며) 방제학, 경혈학 등을 배우지 말라고 하면 더이상 한의학이 아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아예 합칠 수가 없는 것”이라며 “한의대 폐지를 전제로 하지 않고는 의료일원화 얘기는 아예 꺼내지 않는게 맞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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