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바티스 유병재 대표, 조직개편 마치고 본격 운영 선포
"글로벌에서 달라진 한국의 위상, 이젠 다른 리더십 필요해"

2021년 10월 한국노바티스는 글로벌 본사의 대대적인 조직개편 일환으로 그간 나뉘어져 있던 항암사업부와 전문의약품사업부를 하나로 통합하고, 그 선봉에 유병재 대표를 세웠다.

유 대표는 2006년 미국 존슨앤드존슨메디칼 혈관 사업부 마케팅 팀에 입사하며 처음 헬스케어 산업에 몸을 담았다. 이후 미국과 영국, 호주의 정형외과 사업부서의 마케팅 리더를 담당했으며, 2010년 국내 복귀 후 일반외과, 심혈관 중재 및 성형외과 등 다양한 사업분야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한국노바티스 입사 직전까지 존슨앤드존슨메디칼 북아시아 총괄 사장을 역임했다.

유병재 대표는 최근까지 존슨앤드존슨메디칼에서 한국, 대만, 홍콩을 포함한 북아시아지역 총괄 사장을 역임하는 등 지난 십수년간 글로벌 헬스케어 업계에서 조직 관리 및 경영 능력을 인정 받은 전문가다. 특히 한국노바티스 대표로 내국인이나 외부인사 영입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유 대표의 선임은 주목을 받았다.

유병재 대표는 ▲혈액암 ▲고형암 ▲심혈관대사 ▲면역 ▲신경과학 등 총 5개 핵심 치료군에 집중한다는 본사의 방향성에 따라 취임 후 조직을 재편했다. 이 과정에서 호흡기사업부 폐지, 인력 감축 등 내홍이 일기도 했다.

이에 다국적제약사 출입기자모임은 취임 2년차를 맞은 유병재 대표를 만나 지난 1년간의 소회와 함께 새로운 조직의 운영 목표와 포부 등에 대해 들었다.

한국노바티스 유병재 대표
한국노바티스 유병재 대표

-한국노바티스는 그간 내국인이나 외부인사 영입이 드물어 보수적인 기업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제약산업 경력이 아닌 유 대표를 선임한 이유가 뭐하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바뀌면서 기존과는 다른 리더십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노바티스에서도 예전에는 한국이 아시아 클러스터 내 소속된 국가였다면, 이제는 그 상위 조직인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지역의 개별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호주와 같은 위상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또 한국의 임상 능력, 한국 직원에 대한 위상도 많이 높아졌다. 한국 직원들이 글로벌 본사나 리전으로 진출하는 기회도 늘고 있다. 이미 내부에 제약 관련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많다 보니,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을 이끌 수 있는 리더를 찾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밖에도 외부 이해 관계자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직원들에게 매출 타깃 이상의 목적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리더, 더 나아가 국내 의료진, 스타트업이 글로벌 무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해줄 리더를 원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표 취임 이후 가장 집중했던 역할은 무엇인가.

한국노바티스에 합류한 이후 1년간 집중했던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변화하는 글로벌 제약산업에서 한국노바티스의 역할, 방향성을 찾는 것이었다. 지난 1년간 글로벌 제약산업에 관한 리서치, 컨설팅 자료를 많이 찾아봤다. 본사와 리전 담당자들을 만나서도 노바티스의 전략적 우선순위(Strategic Priority)와 한국의 역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두 번째는 내부 직원들과의 대화였다. 직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대화를 나눠본 결과, 직원들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에는 뛰어난데 '목적'을 향해 가는 것에 있어서는 좀 더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목표는 'KPI(핵심성과지표)'와 같은 골(Goal)이고, 목적은 KPI를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 가'를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노바티스의 목표가 매출,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 등이라면, 목적은 노바티스의 비전인 'Reimagine Medicine'이다. 때문에 'Reimagine Medicine'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직원들과 많이 대화하고,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각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하는지 공감하기 위해 노력했다. 앞으로의 한국노바티스도 '목표 지향적'이 아닌 '목적 지향적'인 회사를 만들고자 한다.

-'Reimagine medicine'은 어떤 의미인지.

직역하면 '의약을 재정의한다'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Medicine을 의약품이나 내과 정도로 해석하는데, 근본적인 의미는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 진단하는 등 모든 단계를 포괄한다. 즉, Reimagine Medicine은 '환자 치료에 있어서 여러 방법론을 재정의한다'라는 의미다.

노바티스는 R&D에 뿌리가 깊고,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한 위험도 기꺼이 감수하는 회사다. Reimagine Medicine은 아직 정복하지 못한 질병 분야에 있어서 선도적, 혁신적으로 치료제를 개발해 나아가겠다는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또한 구성원들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자의 활동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사업부 통합이 거의 마무리된 것 같은데, 조직 개편의 목적과 앞으로의 방향은 무엇인가.

사업부 통합의 가장 큰 목적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잘하자'였다. 제약업계에는 이미 많은 회사들이 존재하고, 제네릭 의약품이나 스페셜티(Specialty) 의약품 등 각자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사회나 환자가 요구하는 바도 각기 다르다. 따라서 노바티스가 잘할 수 있는 '질병에 대한 극복'을 잘하기 위해 사업부를 통합하고, 5가지 핵심 치료군(심혈관대사, 면역, 신경과학, 고형암, 혈액암)에 집중해 시너지 창출을 도모하게 됐다.

노바티스는 혁신적인 신약을 가장 선도적으로 공급하는 데 뛰어난 회사다.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혁신의 힘은 'Swiss Accuracy' 정신에 있지 않을까 싶다. 한번 목적을 설정하면 매우 정확하게 파고드는 정신이다. 자원과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경제 발전의 한계들을 제약, 시계와 같은 '정확성(Accuracy)'이 요구되는 분야에 초점을 맞췄던 것 같고, 그런 문화가 노바티스의 혁신 치료제 개발 동력으로도 작용했다고 본다.

또한 노바티스는 변화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방향이 맞다고 판단하면 바로 결정하고, 그 이후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완화시킬지 고민할 뿐 변화를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 때문에 결정도 굉장히 빠르다.

그 밖에도 노바티스는 오랜 기간 축적된 연구개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현재 노바티스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 건 수만 해도 5,000건에 달한다. 이러한 경함과 노하우가 혁신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노바티스는 계속해서 기술 플랫폼을 고도화하여 혁신 신약을 발 빠르게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좀 더 구체적이고 방법론을 제시한다면.

세 가지 측면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모두 잘 진행되고 있다.

첫째는 '환자에 대한 초집중'이다. 이는 회사만 나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때문에 직원들과 ‘목적’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면서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환자단체에 방문해 환자들이 치료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선 직원들이 각자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의미를 알아야 한다. 올해 목표, KPI 설정 시에도 매출 목표 외 궁극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직원들이 어떤 것을 새롭게 시도할 수 있을지 경험적인 측면에서의 KPI를 설정하는 방법을 논의 중이다.

둘째는 요즘 화두로 떠오르는 '공동창조(Co-creation)'다. 예전에는 협업, 소통에 대한 관심이 높았는데, 이 또한 목표일 뿐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지금이 공동창조가 중요해진 이유는 '파라독스(Paradox)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파라(Para)는 라틴어로 '거스른다'는 뜻이고, 독스(Dox)는 '관념'이라는 뜻이다. 즉, 파라독스는 고정관념을 어떻게 거스르느냐에 대한 것이고, 파라독스의 시대는 '예전 같은 방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시대'라는 뜻이다. 현 시대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고 각자 요구하는 것도 다르기 때문에 결국 이를 하나로 통합해 중론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공동창조'의 길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환자에 초집중하고 공동창조를 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겸손한 비전가의 정신'을 함양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눈 앞에 놓인 이슈만 해결해서는 공동창조를 이룰 수 없다. 환자를 위한 비전이 있어도, 언론이나 식약처, 정부기관에 우리의 입장만 관철시키려 한다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겸손함'이 필요하다. 겸손함에 대한 비즈니스적 정의는 'Pay attention to other(타인에 대한 관심)'이다. 겸손한 비전가의 정신으로 정부기관과 고객, 환자에게 관심을 기울일 때 비로서 공동창조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한국노바티스의 기업 문화는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

한국노바티스 유병재 대표
한국노바티스 유병재 대표

앞서 '겸손한 비전가의 정신'에 대해 말했다. 'Pay attention to other'를 하기 위해 모든 직원들의 대화법이 달라져야 한다. '제품이 급여됐다', '허가됐다', '세일즈 목표를 달성했다'와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본인의 커리어의 목적이 무엇이고, 치료제를 환자에게 공급하는데 있어 장애물은 무엇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의 근본적인 방향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다.

-올해 한국노바티스의 사업 목표는 무엇인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글로벌제약사 중 가장 많은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회사가 바로 노바티스다. 파이프라인 또한 매우 혁신적이다. 그러다 보니 올해 한국노바티스의 우선순위도 혁신치료제에 대한 환자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혁신치료제에 대한 환자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도출된 방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려 한다.

국내 기업, 스타트업과의 협력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 제약사들 가운데 글로벌 진출이 필요한 제품이 있다면 본사와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드리고자 한다. 또한 직원들이 환자단체, 정부관계자, 스타트업 등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접점을 늘려 그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과정에서 직원들이 '공동창조'의 경험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이 세가지만 달성한다고 해도 올해는 뭔가 해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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