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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자료제출 요구, 다른 법익과 조화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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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자료제출 요구, 다른 법익과 조화 이뤄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1.23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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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 쟁점ㆍ과제 분석..."개인정보ㆍ업무상 비밀, 제도적 안전장치 강구해야"

[의약뉴스] 인사청문회나 국정감사ㆍ조사를 살펴보면 국회의원 및 상임위원회가 요구하는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거부하거나, 과도한 자료제출 요구에 쩔쩔매는 모습이 자주 연출되곤 한다.

이러한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와 관련, 개인정보나 업무상 비밀 유출로 인한 책임과 피해를 우려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강구해야 하며, 기본권 등 다른 법익과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회 입법조사처 이구형 입법조사관은 최근 ‘국회 자료제출 요구의 주요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국회가 안건심의나 인사청문, 국정감사ㆍ조사 등의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관련 자료에 대한 수집과 분석이 바탕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국회법’ 등 관계 법률에서 국회 본회의, 위원회 등의 의결이나 위원회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위원의 요구로 국가기관 등에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최근 국회로부터 자료제출 요구를 받은 국가기관 등이 개인정보 보호나 개별법 규정 등을 사유로 자료제출에 불응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반대로 국회의 자료요구 범위나 빈도가 과하다는 고충을 호소하는 등 국회 자료제출 요구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일례로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질병관리청 백경란 전 청장에게 주식 거래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백 전 청장은 코로나19 감염병관리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얻은 자료로 사적 이익을 취한 적이 없다면서 자료 제출을 거부한 바 있다.

또 지난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정호영 후보자에겐 세금기록 30년치를 요구하거나 가족에 대한 MRI 영상 자료 제출 등 국회의 과한 자료제출 요구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국회 자료제출 요구의 법적 근거는 ‘국회법’ 제128조에 있으며, 본회의, 위원회, 소위원회는 그 의결로 안건심의 또는 국정감사ㆍ조사와 직접 관련된 자료의 제출을 국가기관 등에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외에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0조, ‘인사청문회법’ 제12조는 각각 국정감사ㆍ조사 및 인사청문과 관련된 자료요구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자료제출 요구의 절차와 거부사유, 불응 시 제재 등과 관련된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조사관은 국회 자료제출 요구 관련 주요 쟁점으로, ▲국회 자료제출 요구와 다른 법률과의 관계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자료제출 요구 ▲개별 국회의원의 자료제출 요구 등을 꼽았다.

그는 “국회증언감정법 제2조는 국회로부터 자료제출 요구를 받은 때에는 다른 법률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해당 규정에 따르면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는 다른 법률 규정에 우선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자료제출 요구를 받은 국가기관 등에서 ‘개인정보 보호법’,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등 개별 법률의 비공개 규정 등을 근거로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개별법에서 다른 법률에 근거한 정보제공을 허용하거나, 다른 법률이 우선 적용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경우에는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가 우선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며 “개인정보 보호법은 다른 법률에서 특별히 규정하는 경우 제3자 정보제공을 허용하고, 다른 법률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 그 법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실명법’과 같이 개별법에서 다른 법률보다 우선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는 문제일 수 있다”며 “고위공직자 검증의 중요성을 고려해 인사청문 시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가 우선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금융실명법 제4조에서 국회에 대한 자료제출을 국정조사에 필요한 경우로 한정시킨 취지를 고려해 제한된 범위에서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석상 논란과 관련, 국회에서는 국회의 자료요구가 있으면 개인정보 보호법,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도 불구하고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거나, 개인정보 또는 영업비밀을 사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이 조사관은 “국회 자료제출 요구에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 등의 한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상충하는 규정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이 조사관은 국회의 각종 회의가 공개 원칙이기 때문에, 제출된 자료가 외부에 노출돼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국감국조법’ 제8조에 따르면 국정감사ㆍ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며 “민감한 개인정보는 식별이 곤란하도록 조치하거나, 비공개 열람을 활성화하는 방안, 개인정보 관련 자료제출을 국감 등 목적에 부합하는 범위로 한정해 제공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주요국 의회의 자료제출 요구 관련 규정 현황.
▲ 주요국 의회의 자료제출 요구 관련 규정 현황.

특히 현행법상 자료제출 요구의 주체가 아니지만, 실제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의 상당수가 개별 국회의원실 차원에서 이뤄진 점에 대해서도 ▲합의제 기관인 국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자료제출 요구와 같은 외부기관에 대한 대외적 의사표시를 국회의 회의체가 아닌 곳에서 할 수 있는지 여부 ▲의원 자료제출 요구에 대한 불응 시 현행법상의 제재수단(형사고발, 제재요구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 ▲국회의원 자료제출 요구 시 그 대상이 되는 자료의 범위를 현행과 비교해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여부 ▲자료제출 요구의 규모와 국가기관 등의 업무수행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현실 등을 감안해 현재 개별 국회의원이 본회의, 위원회 등의 의결 없이 직접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는 상황”이라며 “주요국의 경우 자료제출 요구는 주로 본회의나 위원회의 의결로 하고 있다. 개별 의원에 대해 자료제출 요구권을 규정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회 입법조사처 이구형 입법조사관은 “국회가 정책집행기관인 행정부의 사무를 감독하고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회 자료제출 요구권의 중요성은 크다”며 “지금까지 국가기관 등은 국회에 대한 자료제출을 최대한 기피하거나 축소 제출하려는 경향이 있어 왔고, 국회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자료까지 과도하게 요구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와 관련된 제도개선은 현실적 배경에 대한 검토가 기반이 돼야 할 것”이라며 “행정부와 국회 간 자료관리ㆍ협조체계 개선, 국회 자체의 입법지원역량 강화 등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 차원에서의 업무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 “자료를 제공하는 기관이 개인정보나 업무상 비밀 유출로 인한 책임과 피해를 우려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안전장치를 강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며 “법체계적으로는 자료제출 관련 규정이 국회법 뿐만 아니라 국감국조법, 인사청문회 등 국회관계법 전반에 규정돼 있는 점을 고려, 국회관계법 간 체계적합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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