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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채용 어려운 지방의료원 인근에도 동네의원은 ‘수두룩’
의사 채용 어려운 지방의료원 인근에도 동네의원은 ‘수두룩’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3.01.20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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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 관내에만 의원 13곳 운영 중···의료계 “공공일차의료 필요성 의문”
“2년 계약 의사보다 민간의원이 낫다···공공의료와 민간의료 경쟁해선 안 돼”

최근 고연봉에도 불구하고 지방 보건의료원의 의사 채용이 어렵다는 언론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보건의료원 인근에도 ‘동네 의원’들이 많이 운영 중이어서 보건의료원이 무리하게 전문의 고용에 나서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에선 국민들에게 ‘의사들이 너무 배가 불러 높은 급여에도 불구하고 일할 사람이 없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경상남도의 산청군보건의료원이 작년 11월부터 연봉 3억6000만 원을 제시하며 내과 전문의를 모집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없어 3차 모집을 지난 2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진행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또 앞서 울릉군보건의료원도 월 급여 2500만 원을 제시하며 내과나 가정의학과 전문의 채용 공고를 8차례나 냈지만 채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특히 일부 언론은 이 급여 수준이 전국 15곳의 보건의료원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계약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의사들이 고연봉이라고 무턱대고 지원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산청군보건의료원의 경우 지방공무원 신분이 아닌 2년 계약직이자 ‘업무대행의사’라는 개인 사업자 신분으로 의사 개인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해서 손해보험을 알아서 가입해야 하고, 하루 80명으로 정해진 진료 업무 외에도 의료원의 요구가 있으면 주말과 휴일 ‘응급 콜’ 등 한 사람으론 도저히 불가능한 업무량을 감당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4대 보험료 이외에 주거비 등까지 모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지난달 1일 9번째로 ‘지역보건의료사업 업무대행(의사) 모집 재공고’를 낸 울릉군보건의료원 역시 마찬가지이고 근무형태도 주 5일 40시간 근무로 명시됐지만 의료원 측이 필요에 따라 ‘야간 및 휴일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선 ‘의사 노예 계약서’ 또는 ‘의사 하도급 계약서’나 다름없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산청군 관내 의원들(사진=산청군보건의료원 홈페이지)
산청군 관내 의원들(사진=산청군보건의료원 홈페이지)

더 나아가 공공의료원에서 이처럼 무리하게 내과나 가정의학과 전문의 채용에 나서 일차 진료를 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재 의료 취약지인 전국 15곳의 지자체에서 보건의료원이 운영 중이지만 대부분 전문의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엔 공중보건의사 지원 부족까지 더해져 어려움은 더 커졌다.

하지만 이러한 보건의료원들 인근에도 일차 의료기관은 적잖게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인구 3만4000여 명이 거주하는 산청군 관내에도 의원급 의료기관 13곳이 운영 중인데 이 중 가정의학과 의원도 5곳이나 된다. 이외에도 치과의원 6곳, 한의원 15곳이 운영 중이다. 이처럼 의료 접근성이 뛰어난 우리나라에서 민간의료기관을 활용하지 않고 무조건 공공의료영역에서 일할 의사를 채용하려 하는 것은 예산낭비이자 인력낭비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19일 기자와 통화에서 “인구 3만4000여 명이 거주하는 지자체의 보건의료원에 꼭 일차 진료를 하는 내과 전문의를 고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2년 계약으로 신분도 불안한 임시직 전문의를 지자체에서 무리하게 채용하는 것보다 차라리 환자들이 인근의 의원급 의료기관을 더 쉽게 방문해 진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더 지역민들의 건강을 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공공의료기관이 민간의료기관과 똑같은 일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하는 것은 선심성 생색내기용 행정에 지나지 않는다”며 “진정한 공공의료의 역할은 민간의료와 똑같은 일차 의료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민간의료영역이 감당하기 힘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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