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전역 휘감은 감정 ‘분노’…대법원 판결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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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전역 휘감은 감정 ‘분노’…대법원 판결 규탄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12.2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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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방사선사협회·임상병리사협회, 대법원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 열고 항의
이필수 의협 회장 삭발 단행…의료계 내 다양한 단체 성명 셀 수 없이 쏟아져

의료계 전역에 ‘분노’의 감정이 순식간에 번지고 있다.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진단기기 사용 판결 때문인데,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의료계 내 다양한 단체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성명이 쏟아지는 중이다.

우선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 대한방사선사협회(회장 조영기), 대한임상병리사협회(회장 장인호),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박명하)는 12월 26일 대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법원의 판결을 규탄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초음파진단기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A씨에 대해 벌금 8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의협에 따르면 한의사인 A씨는 부인과 증상을 호소하던 여성 환자에게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2년여 기간 동안 약 열흘마다 초음파진단기기를 사용해 총 68회에 걸쳐 자궁을 촬영하는 방법으로 장기간 과잉 진료행위를 했다.

문제는 68회나 촬영하고도 환자의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쳤다는 점이다.

이필수 회장은 “환자에게 치명적 위해를 입힌 심각한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불법을 저지른 한의사를 엄벌하기는커녕 정확한 진단명과 진단 시기의 중요성을 폄훼해 국민건강을 방임하는 충격적이고 무책임한 판결을 내렸다”며 “환자를 진료하는 데 있어서 ‘부적절한 진단수단의 사용’이 어떻게 환자에게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인지 재판부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영기 회장도 “의료인은 각각 면허된 범위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게 엄격히 규정하고 있고 이런 취지로 현행 의료법 제2조 역시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적시해 한의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있다”며 “초음파진단기기를 통한 진단은 영상 현출과 판독이 일체화돼 있어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의료행위일 뿐만 아니라 의사의 지도하에 방사선사와 임상병리사가 규정된 정도 관리로 엄격하게 수행·통제한다”고 강조했다.

즉, 현재 허가된 의료용 초음파기기가 인체에 유해성이 적으므로 전체 초음파 진단기기를 누구나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것은 극히 단편적이고 비전문적인 시각이라는 것이다.

장인호 회장은 “대법원이 ‘그 면허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서 허용된 범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으며 초음파진단기기를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와 같은 무책임한 이유를 들어 내린 판결은 결국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회장은 이어 “이번 사건 또한 총 68회에 걸친 초음파진단기기 사용에도 불구하고 한의사는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쳐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됐다”며 “재판부는 이를 처벌하지 않고 국민 생명과 건강을 외면하면서까지 ‘새로운 판단기준’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어느 누가 이에 동의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박명하 회장도 “모든 의사들은 학교에서 초음파 교육을 받지만, 한 번도 임상에서 진단기기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며 “초음파 자체가 위험하다는 게 아니라 오진에 대한 부담을 극복하고 환자 위험을 담보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기자회견 도중 이필수 회장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항의를 표현하기 위해 삭발을 단행했다.

이 회장은 “이번 판결로 인해 발생할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험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회와 보건복지부는 의료인의 면허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의료법령 개정에 나서야 한다”며 “향후 한의사들이 면허의 범위를 넘어서는 무면허의료행위를 지속해서 시도한다면 이를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불법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편 각 지역과 직역의사회들은 이번 판결을 두고 일제히 성명을 발표, 쉽게 사그라들 분노의 불길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대법원이 이번 판결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어이없는 판결이라는 비판과 함께 대법원의 무지를 질타하는 내용이 많았으며 향후 의료계에 미칠 파장과 국민 위해를 우려하는 등 참담함과 분노가 함께 공존했다.

현재 규탄 성명을 발표한 단체는 대한의사협회, 서울특별시의사회, 의협 대의원회,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대전광역시의사회, 전라남도의사회, 대한내과의사회, 한국초음파학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신경과의사회, 대한개원의협의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피부과의사회, 대한정맥통증학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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