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오에 대한 국가형벌권 발동은 최후 수단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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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과오에 대한 국가형벌권 발동은 최후 수단 돼야”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2.12.2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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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제안…법적분쟁 해소 대안
복지부, 사회적 합의 필요…형평성‧국민 법감정 고려해 신중 검토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12월 21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병원신문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12월 21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병원신문

필수의료 분야의 가장 큰 기피 원인 중 하나인 법적분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이 제안됐다.

고의나 중과실 없이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인을 기소하거나 무분별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는 12월 21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열린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토론회’에서 의료과오 형사처벌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수십 배 높은 상황이라며 필수의료 붕괴 방지를 위해 형사처벌 부담감을 해소할 수 있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필수의료는 고난도‧고위험 수술이 많아 의료인이 의료과오 없어 최선의 진료를 제공했더라도 환자 사망 등 좋지 못한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 상존한다.

이를 이유로 의료인에게 빈번한 법적 책임을 묻는 현실은 의료인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고 형사처벌 가능성은 의료인에게 부담을 넘어 공포에 가깝지만 제도적 보완장치 부재로 필수의료 분야 기피의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는 게 전성훈 이사의 설명이다.

전 이사는 “필수의료 기피 3대 원인은 격무, 저수가, 처벌부담감으로 이 원인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충분한 재정 투입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다만 특례법 제정이 재정 투입이 필요 없는 유일한 필수의료 붕괴 방지 대책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 이사는 의료과오에 대한 국가형벌권 발동은 최후 수단이 돼야 한다면서 국가형벌이 과도할 경우 고위험진료 기피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이사는 “고위험진료 기피 현상이 이미 현실화된 것이 바로 ‘필수의료 분야 진료과목 전공의 지원 기피 및 이탈’ 문제로 이어져 그 피해는 국민과 환자 전체가 입게 될 것”이라며 “최소한 필수의료 분야에서 만큼은 의료과오에 대한 국가형벌권 발동을 자제에 의료인이 최선의 진료에 나설 동기를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특례법 제정이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를 보호하고 궁극적으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제안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안)에는 △목적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를 위해 필요한 정의 규정 △적용 범위 △처벌의 특례 등이 담겼다.

특례법(안)의 적용 범위는 △중증‧희귀‧난치질환자에 대한 진료,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수술 △위험도 높은 수술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수술 △분만 과정에서 산모 및 신생아에 대한 의료행위 △기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필수의료 행위로 규정했다.

또 처벌의 특례는 필수의료를 제공받은 환자에게 사상(死傷) 의료사고 발생 시 필수의료 종사자에 대한 공소권 없음을 원칙으로 하되 다만, △환자 승낙 없는 필수의료행위(추정적 승낙이 있는 경우는 적용) △의학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한 필수의료행위 △진료기록의 위조, 변조 또는 중대한 사실을 은닉한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교사 및 방조 포함) 등에 대해서는 특례를 적용하지 않고 기존 법리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필수의료 분야로 한정하기보다는 의료영역 전반에 걸쳐 특례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례법 제정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힌 조진석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수술과 다른 외과적 처치, 임상적 처치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수술과 처치, 시술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의료영역 전반에 걸쳐 특례법을 적용하고 미용 목적, 기능 향상에 대해서는 특례 범위를 배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의료사고 손해배상은 환자에게는 주어지는 게 맞다고 보지만 그 이외의 불이익은 맞지 않다”며 “건보공단 등에서 구상권을 청구하는데 이런 제3자의 구상권이나 대위권 행사가 굉장히 많아 의료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소극적으로 진료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앞으로의 논의에서는 의료사고 후속 조치와 관련해서는 제한하거나 경과실에 대해서는 제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례법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나 법리적 검토 및 정책적인 변화가 먼저라는 의견도 나왔다.

장욱 한국의료법학회 총무이사는 “적어도 필수의료 범위가 무엇인지는 상대적으로 명확해야 한다”면서도 “의료사고 피해자를 위한 신속하고 정확한 보상체계 마련, 의료수가 개선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의견에 정부는 특례법 도입은 사회적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앞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박미라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의료사고와 관련된 형사처벌 특례법 도입안을 주셨는데 보건복지부에서는 다른 직역과의 형평성과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며 “다만, 환자의 권리구제 수단을 제한하는 부분이므로 보완책도 병행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박 과장은 “사고의 범위, 예외 규정 등을 어디까지 둘 것인지 상세한 검토가 필요하고 특례법을 도입해도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므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이해관계를 고려해 검토할 것이고 현행 제도와의 관계를 비춰 구체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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