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대전협 임원 상대로 허위 사실로 인한 명예훼손 주장
법원 "협상 전권 없었다…논의와 다른 내용에 서명"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전 회장이 2020년 의료계 단체행동 당시 활동한 대한전공의협의회 전 임원을 상대로 명예훼손을 이유로 제기한 소송에서 패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전 회장이 2020년 의료계 단체행동 당시 활동한 대한전공의협의회 전 임원을 상대로 명예훼손을 이유로 제기한 소송에서 패했다.

최대집 전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2020년 의사 단체행동을 주도했던 당시 대한전공의협의회 임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최 전 회장은 9.4 의정합의가 독단적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에 '허위 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8일 대전협에 따르면 최근 수원지방법원 오산시법원은 최 전 회장이 박지현 전 대전협 회장과 서연주 전 대전협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전협 임원의 소을 들어줬다.

박 전 회장과 서 전 부회장은 대전협 제23기 임원으로 지난 2020년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해 젊은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이끌었다. 당시 발족한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에서 최 전 회장은 위원장을, 대전협 박 전 회장은 부위원장을 맡아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9월 4일 최 전 회장 주도로 의협과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책협약 이행 합의문을 체결하자 박 전 부회장 등 당시 대전협 임원들은 "독단적인 결정에 대한 해명을 요청한다"는 성명을 내고 협상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비판에 최 전 회장은 소송으로 대응했다. 대전협 임원이 문제를 제기한 시점에서 1년이 지난 2021년 12월 이들이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5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9.4 의정합의가 독단적으로 진행됐고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허위 사실이라는 주장이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최종합의문 체결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존재했다는 표현은 "의견 표명 내지는 주장 개진"이며 최 전 회장이 범투위 논의와 다른 내용으로 합의한 것은 허위가 아닌 사실 적시라고 했다.

재판부는 당시 최 전 회장이 최종협상 과정에서 대전협과 전임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이 참여한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임원을 대동하지 않았고 최종합의안에 서명할 전권도 없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범투위 회의록을 보면 최 전 회장에게 전권을 위임하거나 최종협상안이 수정되면 재량권을 행사하도록 의결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만약 전권을 위임하거나 재량권을 부여했더라도 범투위에서 논의한 의료계 최종합의안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전제로 허용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범투위 3차 회의에서 '의결된 최종합의안은 미니멈 내지 마지노선이고 여기에서 더 양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논의했고 여당과 협상이 타결되면 범투위 부위원장인 박 전 회장도 함께 서명하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최 전 회장은 일부 사항이 삭제된 내용으로 여당과 합의안에 서명하면서 박 전 회장과 함께 서명한다는 논의도 지키지 않고 단독으로 서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3차 회의에서 대전협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 논의가 영구적으로 철회돼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위원장인 최 전 회장은 '잠시 중단한다'는 내용으로 여당과 합의했다. 이는 허위 사실이 아닌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허위 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없다면서 최 전 회장 청구를 기각했다.

서 전 부회장은 "의대생과 전공의를 포함해 의료계 선후배 모두 바른 의료와 옳은 가치에 대한 열망으로 나섰던 단체행동이다. 그 끝이 법적 소송으로 얼룩져 안타깝다"며 "서로를 탓하기보다는 부족한 점을 메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가 할 리이다. 앞으로도 의료계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 전 부회장은 현재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를 맡고 있다.

소송 과정을 지원했던 여한솔 전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의료계 내 분쟁이 소송까지 이어져서 안타깝다. 대전협 비대위는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편, 최 전 회장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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