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보건복지의료연대 총궐기대회에 6만명 참여
의협 "간호법 폐기 위해 더 강경한 행동 나설 수도”
간무협 "간호법, 간호조무사 생존권 박탈"
대학생들도 연단에 올라 "업무범위 침탈" 비판

13보건복지의료연대 대표들은 간호법 반대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간호법 폐기를 요구했다(ⓒ청년의사).
13보건복지의료연대 대표들은 간호법 반대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간호법 폐기를 요구했다(ⓒ청년의사).

11월의 한파도 간호법 폐기를 요구하는 6만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열의를 꺾지 못했다. 특히 응급구조학과나 방사선과 등에 다니는 대학생들도 거기로 나와 간호법 폐기를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비롯한 '간호법 저지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가 27일 국회 의사당대로에서 개최한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총궐기대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13개 직역의 보건의료종사자 6만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간호법 폐기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간호사가 의사행세 국민건강 위협한다’, ‘다른직역 면허침해 간호법안 철회하라’, ‘간호협회 사리사욕 보건의료 붕괴된다’, ‘간호법안 독선추진 의료체계 붕괴된다’, ‘의료현장 혼란가중 간호법안 절대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국회를 압박했다. 이들은 이날 궐기대회가 끝난 후 국회까지 가두행진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간호법 제정으로 다른 직역의 업무 영역을 침탈하게 된다고 주장했다(ⓒ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간호법 제정으로 다른 직역의 업무 영역을 침탈하게 된다고 주장했다(ⓒ청년의사).

의협 이필수 회장은 “간호법은 간호사 처우를 개선한다는 미명하에 다른 보건의료 직역들의 헌신과 희생을 철저히 무시하고 도외시하는 매우 편향적이고 부당하고 불공정한 법안”이라며 “간호사단체는 끊임없이 간호법 제정을 무리하게 시도하며 보건의료 직역의 상생과 공존을 파괴하고 있으며 다른 직역의 업무영역 침해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간호계는 ‘간호사의 처우 개선’이라는 이유로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의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응급구조사, 요양보호사 등 모든 보건의료직역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기존 의료법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으로 간호사 처우 개선이 가능하다며 “간호계는 내부에 만연한 ‘태움’과 같은 악습은 방관한 채 간호사의 권익 보장은커녕 자신들의 이익만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돌이켜 동료 직역들과 상생하고 협업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식을 각성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법 폐기를 위해 투쟁 수위를 높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우리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목소리를 끝까지 외면한다면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국민건강에 역행하고 보건의료질서를 무너뜨리는 잘못된 간호법을 폐기하기 위해 더 강경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국민건강을 위험에 빠트릴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단독법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잘못된 법안을 막기 위해 끝까지 사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의협 대의원회 박성민 의장은 “간협이 악법 만들기에 골몰하다 야당과 협잡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의료계 분열에 앞장서 의료를 극도의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간호 악법을 국민이 요구한 민생개혁법안으로 둔갑시키는 파렴치한 언동으로 국민을 속이려 하고 있다”며 “간호사 도움 없이 의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만에 사로잡혀 국민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국민을 위협하고, 타 보건의료인의 소중한 임무와 권리마저도 무참하게 짓밟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 간호단독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이광래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도 “간협은 타 직역과의 협력은 깡그리 무시하고 타 직역의 영역을 침탈하고 간호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법안을 정치권 로비를 통해 제정하려고 하고 있다”며 “게다가 정치권은 이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 도대체 간호법이 제정되면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이 발전한다는 Evidence는 있기나 하냐”고 비판했다.

(왼쪽부터)대한임상병리사협회 장인호 회장,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청년의사)
(왼쪽부터)대한임상병리사협회 장인호 회장,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청년의사)

간무협 곽지연 회장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조무사들이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곽 회장은 “간호법은 장기요양기관, 장애인복지시설 등 지역사회 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를 범법자로 만들고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를 뺏는 독소조항을 담고 있는, 간호조무사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악법”이라며 “간호조무사를 대표하는 협회장인 저는 간호조무사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간호법이 이대로 제정되는 것을 반드시 막겠다”고 말했다.

곽 회장은 “간호법은 간호조무사 앞길마저 막고 있다. 간호조무사는 ‘특성화고 간호과’를 졸업하거나 아니면 간호학원에서만 배우도록 법으로 막아놓았다. 유독 간호조무사만 그렇게 되어 있다”며 “우리에게 ‘고졸, 학원출신’의 굴레를 씌우고 낙인을 찍는 간호법을 우리 간호조무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런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간호사만을 위한 일방적인 간호단독법 철회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 보건의료인 모든 직역을 아우르는 합리적 정책 수립을 위해 쓰러지고 넘어져도 끝까지 나서겠다”고 말했다.

"간호법으로 보건의료체계 혼란 가중하고 업무 영역 침탈"

13보건복지의료연대 참가자들이 간호법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청년의사).
13보건복지의료연대 참가자들이 간호법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청년의사).

이날 13보건복지의료연대에 참여 단체장들은 간호법으로 보건의료체계의 혼란이 가중된다고 주장했다.

대한임사병리사협회 장인호 회장은 “간호법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지속적으로 발전한 의료법을 부정하고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를 어지럽힐 뿐 아니라 직역 간 업무 갈등을 유발하는 악법”이라며 “간협은 간호법이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새로운 대안이라고 다른 보건의료직역과 협의 없이 국회의원을 압박해 간호법을 밀어붙여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고 했다

장 회장은 “보건의료직역들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의사를 중심으로 맡겨진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협업하고 있다”며 “간호법 제정 시도에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간호법 저지를 위한 투쟁을 선언한다. 국회는 한 직역만을 위한 법을 제정해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의료법과 전체 보건의료인력 처우 개선을 위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개선하라”고 말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홍수연 부회장은 “간호법안이 비록 껍데기뿐일 지라도 법이란 한번 제정되면, 시행령이나 개정 입법 등을 통해 얼마든지 독소조항으로 지적된 내용들을 다시 채울 수 있다”며 “보건의료는 여러 직역으로 구성된 원팀으로 굴러가는데 간호사 원팀만으로도 돌아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게 간호법”이라고 했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간호법은 다른 법률 체계상 문제가 없는지 반드시 심사돼야 하며, 보건의료인력 모든 직역의 공감이 전제된 논의 절차를 진행해야 하다”며 “종합적인 대책 없이 의료현장에 혼란만 초래하는 간호법은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 신정찬 상임대표는 “장기요양기관 등에서 간호조무사 대신 간호사를 의무 채용하게 된다면 간호조무사의 일자리 위협과 장기요양기관 등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며 “간호법 제정 추진 중단 또는 취소를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했다.

13보건복지의료연대 단체장들은 피켓을 들고 간호법 폐기를 요구했다(ⓒ청년의사).
13보건복지의료연대 단체장들은 피켓을 들고 간호법 폐기를 요구했다(ⓒ청년의사).

응급구조사, 방사선사 등 보건의료단체들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업무 영역 침탈’이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 윤종근 회장은 “간호사를 병원과 환자에게서 더욱더 멀어지게 하는, 간호 인력 부족 현상에 더욱 기름을 붓는 역행적 법률을 반대한다”며 “소수 직역 말살하는 간호악법 폐기하라”고 했다.

대한방사선사협회 조영기 회장은 “간호법 제정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간호사 왕국을 만드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국회는 간호사만이 아닌 전체 보건의료인력의 근무환경, 처우 개선과 상생하는 보건의료체계의 구축을 위한 새로운 협의체를 구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모든 방사선사들은 오늘 우리의 선언이 단순 선언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실천 될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강성홍 회장은 13개 의료기관에서 간호사들이 간호사 직무기술서에 보건의료정보관리사의 고유업무인 ‘진단명 및 진단코드 관리’를 추가해 의료질평가 증빙자료로 제출했다며 “보건의료정보관리사의 업무 침탈을 일삼고 있는 간호사가 간호사만을 위해 제정하는 간호법을 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20년 전에도 보험심사가 진료보조에 포함된다는 억지 주장을 하며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보험심사전문간호사제도를 만들려고 했다”며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들이 더 당당하게 타 직역의 업무를 침달하고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해 불법을 합법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김영달 회장은 “간호법은 요양보호사와 직접적인 관련성은 극히 미비하고 요양보호사가 들어가야 할 이유를 찾아볼 수가 없다”며 “간호법은 ‘간호사 등’으로 규정함으로써 요양보호사는 현장에서 간호사가 필요에 따라서 적용돼는 개연성을 두어 요양보호사로써 정체성이 실종되고 자격취득 목적과 취지가 상실되는 문제가 발생될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 권태엽 회장은 “왜 간호사 직군만을 위한 간호사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집단이기주의 아니겠는가”라고 반대했다. (사)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김양희 회장은 “초고령 사대를 대비한 보건의료 체계 변화가 필요하다면 의료법 개정을 통해 해결하면 되는 것”이라며 간호법 철회를 요구했다.

국회 의사당대로에서 진행된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보건의료인들이 간호법 반대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어 올리고 있다(ⓒ청년의사).
국회 의사당대로에서 진행된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보건의료인들이 간호법 반대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어 올리고 있다(ⓒ청년의사).

응급구조사·임상병리사 지망생들도 "간호법 제정 막아야"

이날 자유발언대에는 간호조무사와 응급구조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등을 지망하는 학생 등이 나와 한 목소리로 간호법 폐기를 요구했다.

서울시용산구의사회 이형중 총무이사는 “전세계 80여개 OECD 회원국에서 간호법이 간호사들의 직무영역을 보호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믿어선 안 된다”며 “전세계 어떤 역사와 법률에서도 간호사는 의사의 파트너이자 오더를 수행하는 인물이지 단독적으로 행동하는 사례는 없었다”고 했다.

동강대 응급구조학과 이강선 학생은 “응급구조사가 있어야 할 자리를 간호사들이 잠식해가고 있다. 국회는 간호사보다 더 여려운 응급구조사에게 관심조차 없다”며 “앞으로 마주하게 될 보건의료인력 고갈 문제는 간호법이 아닌 오늘 이 자리와 같은 보건의료인력 화합의 모습에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대 방사선과 국지민 학생은 "간호법은 간호사의 처우개선과 증진뿐 아니라 다른 의료기사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한다"며 "간호법의 취지는 간호사를 보호하고 의료의 질을 올리는 것이라 들었다. 간호사 업무영역 확장은 간호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 간호법 제정을 막아 다른 보건의료직역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임상병리학과 소예빈 학생은 “각자의 업무 영역의 전문성을 갖고 서로 협업해 일궈낸 한국 의료계에서 유독 간호사만 희생했다는 것은 ‘피해자 코스프레’에 불과한 선동”이라며 “간호법은 노령화된 환자를 볼모로 삼는 인질극에 불과하다. 보건의료인 화합의 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국민건강! 절대사수! 간호법안 절대반대! 협의없는 간호법안 패스트트랙 STOP!'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펼쳐졌다(ⓒ청년의사).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국민건강! 절대사수! 간호법안 절대반대! 협의없는 간호법안 패스트트랙 STOP!'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펼쳐졌다(ⓒ청년의사).

이들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간호법 저지를 위해 “강력하게 연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간호법에 찬성하는 모든 이들을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반역자로 기억하고 다수의 표로 심판하겠다”며 “정부는 간호사만을 위한 법률이 아닌 우리 모두와 오직 국민을 위한 법률을 새롭게 마련해야 하며 보건의료체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종합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궐기대회 이후 13보건복지의료연대는 국회까지 가두행진을 진행했다(ⓒ청년의사).
궐기대회 이후 13보건복지의료연대는 국회까지 가두행진을 진행했다(ⓒ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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