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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항우울제만으론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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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항우울제만으론 막을 수 없다”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2.10.05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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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정신약물학회 이상열 이사장...“항우울제 반응률 50%, 관해율 30% 불과”
“조기에 정확한 진단에 따른 약물치료와 지지요법 병행해야”
“자살 위험 높아지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 스프라바토 효과적”

[의약뉴스] 오는 10일, 세계 정신건강의 날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우울증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와 눈길을 끈다.

▲ 대한정신약물학회 이상열 이사장(원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4일, 한국얀센이 세계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마련한 ‘중증 주요우울장애 치료의 최신지견’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우울증 치료에 있어 약물 치료의 한계를 지적했다.
▲ 대한정신약물학회 이상열 이사장(원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4일, 한국얀센이 세계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마련한 ‘중증 주요우울장애 치료의 최신지견’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우울증 치료에 있어 약물 치료의 한계를 지적했다.

대한정신약물학회 이상열 이사장(원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4일, 한국얀센이 세계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마련한 ‘중증 주요우울장애 치료의 최신지견’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우울증 치료에 있어 약물 치료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이상열 이사장은 먼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장애가 암이나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보다 더 중요한 보건 이슈로 꼽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우울장애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우울장애 증가율이 전세계 3위, OECD 국가 중에서는 2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가원이 발표한 우울증 진료환자는 지난해 93만 381명으로 2020년 84만 8430명에서 10.0%가 늘었으며, 올해는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울장애는 다른 질환보다 생산성을 가진 젊은 연령층의 환자가 많아서 환자 개인의 질병에 그치지 않고 사회, 경제적으로 미치는 부담도 상당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우울증 진단과 항우울제 처방에 있어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상열 이사장의 지적이다.

자살한 사람들을 심리부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우울장애 환자로 추정되는 사람 중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이력이 있었던 환자는 절반도 안됐다는 것.

심지어는 우울증과 양극성 우울증을 구분하지 못한 채 우울증 치료제를 처방, 조증이 발생하거나 치료가 어려운 치료 저항성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상열 이사장은 “우울증의 치료 목표는 빨리 치료해 재발하지 않고 완전히 회복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특히 우울증이 발생해 치료하기까지의 기간이 짧을수록 사회적 기능 회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우울증 발병 후 치료받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선진국 중 우울증 발병 후 치료받기까지의 기간 가장 길다”고 지적했다.

우울증이 발생하면 항우울제부터 처방하는 행태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항우울제로는 우울증 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것.

실제로 항우울제의 반응률은 50% 수준에 불과하며 완전관해율은 이보다 낮은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상열 이사장은 “해외에서는 경도 우울증에서는 정신치료(지지요법)를 시행하도록 하고, 중등도 이상에서는 정신치료에 항우울제를 병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전세계 가이드라인과 달리 우울증이라 하면 무조건 항우울제를 처방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인식”이라고 꼬집었다.

우울증 치료의 목표에 있어서도 의료진과 환자들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진은 우울감과 불안을 줄이고 사회적 기능을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환자들은 삶의 의미와 만족감을 찾고자 한다는 것.

다시 말해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는 환자들이 바라는 삶의 질과 의미를 찾아줄 수 있는 정신적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이상열 이사장은 “항우울제는 우울증의 다양한 원인 중 극히 일부인 신경전달물질에만 작용한다”면서 “그래서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치료법을 병행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약만 쓰고 있는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항우울제의 효과에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여러 가지 항우울제나 고강도 항우울제에도 잘 반응하지 않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의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치료 저항성 우울증은 정신질환 뿐 아니라 고혈압이나 당뇨, 신장질환, 류마티스관절염 등 동반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고, 이로 인한 병원이용률도 증가하며, 특히 자살 시도가 7배 가량 증가하는 등 자살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이상열 이사장은 “우울증 환자의 30% 정도가 치료 저항성 우울증인데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라며 “기존의 SSRI의 경우 반응이 나타나기까지 4~6주가 걸리는데, 사고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상당히 위험한 시기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전라북도에서는 원광대학교병원이 운영하고 있는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에 치료 저항성 우울증 치료제인 스프라바토(성분명 에스케타민) 치료비 중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스프라바토는 흡입형 치료제로, 주요 임상 연구에서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의 급성 자살 위험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최근 대한우울조울병학회(이사장 김문두)와 대한정신약물학회가 공동 발간한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 진료를 위한 심플가이드’에서도 스프라바토를 중요한 옵션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이상열 이사장은 “전라북도에서 한 달 간의 치료 기간 중 2주분(4회)에 대해 지원하고 있지만, 스프라바토 나잘 스프레이는 1, 2회 투약 후 자살사고가 드라마틱하게 감소했다는 다수의 근거를 축적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경제 활동기인 20, 30대 환자들의 자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있는 만큼, 건강보험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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