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 신영석 연구위원 "환산지수 방식 바꿔야"
상대가치-환산지수 연동형 수가 개편 방안 모색
상대가치 개편 진찰료 제외, 醫 "지금이라도 해야"

지난 2일 의료계와 정부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3차 상대가치 개편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2일 의료계와 정부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3차 상대가치 개편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모든 의료행위에 같은 환산지수를 적용하는 현재 수가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수가를 아무리 인상해도 소용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임상보험의학회가 공동주최한 '2022 상대가치 워크숍'에서 현재 수가 구조를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신 연구위원에 따르면 환산지수가 연평균 2.23% 인상될 때 상대가치는 연평균 1.67% 인상됐다. 이 둘을 합산하면 실제 연평균 수가 인상분은 3% 이상이라는 계산이다.

문제는 상대가치가 순증해도 현재 수가 체계에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가는 행위별로 정해진 상대가치에 매년 수가협상을 통해 결정한 환산지수를 곱해 계산한다. 상대가치 평가 수준과 관계 없이 모든 의료행위에 동일한 환산지수를 적용하다 보니 '부익부 빈익빈' 구조를 빠져나올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신 연구위원은 "환산지수 계약 방식으로는 저평가된 행위는 물론 이미 상대가치가 고평가된 행위도 다 함께 인상된다"면서 "일괄적으로 모든 행위를 인상하는 게 아니라 고평가된 행위는 제외하고 진찰료나 입원료, 수술 등 저평가된 행위를 집중적으로 올리는 방식으로 수가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곧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신 연구위원이 주도하는 수가 구조 개편방안 연구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발표를 앞두고 있다. 상대가치 점수와 환산지수, 종별 가산을 연계한 새로운 수가 체계 설계가 목적이다

의원과 병원 간 환산지수 역전 현상도 풀어야 한다. 종별 가산율을 적용했을 때 지난 2021년 기준 의원급 환산지수는 병원과 종합병원을 넘어 상급종합병원보다 높다.

신 연구위원은 "의원급과 병원급 환산지수 역전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이미 지난 15년에 걸쳐 그 차이가 너무 많이 벌어졌다"면서 "지금처럼 상대가치 따로, 환산지수 따로 접근하면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따라서 "앞으로 수가 인상은 상대가치가 낮다고 판단되면 환산지수 대신 상대가치를 집중적으로 인상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했다.

"기대했는데"…3차 상대가치 개편 진찰료 개선도 재정 순증도 없다

한편 이날 정부가 밝힌 3차 상대가치 개편 방향에서 '재정 부족'을 이유로 진찰료 개선은 빠졌다. 정부 재정 투입을 통한 재정 순증도 이뤄지지 않았다. 모두 의료계가 꾸준히 요구해온 사안이다.

정부는 이번 3차 상대가치 개편도 수술·처치 수가 인상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기본 진료료 정비도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필요 재원은 종별 가산과 내소정(내과·소아청소년과·정신건강의학과) 가산 개편을 통해 확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검체와 영상 분야 종별 가산을 폐지하고 내과·소아청소년과·정신건강의학과 입원료 가산을 개편해 절약한 재정을 외과계와 입원료 보상 강화에 활용할 예정이다. 내과와 정신과 입원료 가산은 폐지하고 소아과는 가산을 유지하되 연령별로 가산하는 체계로 개편된다.

이를 통해 추가 확보되는 재정은 5,000억원 규모다. 정부는 오는 2023년 3월까지 관련 논의를 정리하고 하반기부터 기본진료료와 종별 가산 제도 개편을 순차 적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진찰료 개선 방안은 이번 개편에서 제외됐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이견이 크고 막대한 재정 소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조영대 사무관은 재정 부담 등으로 3차 상대가치 개편에 진찰료 개선은 제외됐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조영대 사무관은 재정 부담 등으로 3차 상대가치 개편에 진찰료 개선은 제외됐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조영대 사무관은 "의원급 전체 진료료 중 외래 진찰 비중이 많이 감소했다. 여기에 검사나 수술·처치처럼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행위 수가를 고려하면 진찰료를 인상했을 때 전체 진료비 폭증이 우려된다"고 했다.

조 사무관은 "지난 2018년 기준 기본진료 16조원 가운데 진찰료가 약 11조원으로 2/3을 차지했다. 진찰료를 30~50% 인상하면 그 규모가 수천억원에서 1조원을 넘어선다"며 "지금 정부가 긴축 재정 정책 기조고 재정 순증을 한다 해도 진찰료에만 재정 순증을 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환산지수 개편이나 심층진찰 시범사업 모형 확대 검토 과정에서 (진찰료 개선) 관련 논의는 가능하다"며 "초진과 재진 통합 문제나 시간 차등 문제로 이견이 있다. 현장 적용시 환자와 마찰이나 의료 행위가 동시에 발생했을 때 적용법 등이 진찰료 세분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3차 상대가치 개편에도 진찰료 개선 방안이 빠지자 의료계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재정 순증이 없으면 '아랫돌 빼 윗돌 괴기'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최경섭 보험이사는 "진찰료 개편은 이번에 꼭 이뤄졌어야 하는 문제다. 진찰료 가치를 재평가하고 항목을 세분화해 적정 수가를 보상해야 한다"면서 "3차 상대가치 도입에 진찰료 개정을 논외로 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이사는 "지금처럼 총점을 고정해 놓고 이 이상 재정 투입은 안 된다고 막아놓는 것은 정책 집행자를 위한 것이다. 필요하면 순증도 하고 정책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여기저기서 아랫돌 빼 윗돌 괴기식 재정 운영이 아니라 실제적인 재정 투입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의협 김영재 상대가치연구단장은 "3차 개편에서 진찰료 개선 대안을 모색한다고 해놓고 또 빠져서 아쉽다"며 "진찰료 개선이 당장 어렵다면 진찰료가 포함된 의료행위 70여개에서 진찰료를 분리하는 것(별도산정)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입원료 인상과 복강경 수술 등 내시경 치료재료 정상화에 쓸 별도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가산 제도 정비로 확보한 재정은 수술·처치 분야에 써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외과계 보상 강화를 위해 림프절 수술과 최소침습 수술 중심으로 수술 행위 분류체계를 개편하고 수가와 산정 기준 정비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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