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토병과 달리 생식기에 먼저 병변 나타나
英·美도 비슷한 양상…"동성 성접촉 감염 사례 많아"

출처: JKMS, The First Case of Monkeypox in the Republic of Korea.
출처: JKMS, The First Case of Monkeypox in the Republic of Korea.

최근 발생하는 원숭이두창이 기존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국내 보고가 나왔다.

인천시의료원 감염내과 의료진 등 공동 연구팀은 지난 5일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게재한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 증례 보고에서 이 같은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내 첫 확진자인 A씨는 지난달 21일 독일에서 귀국했다. 입국 당시 피부 병변이 나타났고 3일 전인 18일부터 두통을 앓았다. 남성인 A씨는 독일에서 14일간 함께 지낸 친구가 현지 병원에서 원숭이두창 검사를 받은 것을 알고 입국 과정에서 질병청과 인천공항 측에 이 사실을 알렸다. 이후 PCR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인천시의료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A씨 증례를 분석한 연구팀은 원숭이두창이 성행위 중 밀접접촉으로 감염된다는 가설에 무게를 실었다. 앞서 영국과 미국에서도 이런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확진 사례가 원숭이두창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발진 대신 생식기나 직장에 병변이 생기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발생한 확진자 대부분 남성 간 성관계를 가진 이력이 있다. 지역 풍토병으로서 원숭이두창 발생 양상과는 다르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도 초기 데이터 분석에서 "양성애자나 동성애자 또는 다른 남성과 성관계 이력이 있는 남성의 확진 사례가 많다"고 했다.

A씨는 연구에서 동성 친구를 포함해 다른 사람과 성적 접촉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동물과 접촉도 없었다.

입원 1일차 진찰 과정에서 직경 7mm 크기 음경궤양이 확인됐다. 통증은 없었다. 구강 등에도 병변이 나타났지만 수포성이나 농포성 발진은 나타나지 않았다. A씨는 입국 당일 피부병변을 확인하기 전까지 병변이 발생한 사실을 몰랐다.

오한과 인후통을 동반한 고열 등 원숭이두창 전구증상은 입원 2일차부터 나타났다. 입원 5일차에는 등부터 시작해 홍반성 반구진 발진이 전신으로 퍼졌다.

연구팀은 "전구증상 이전에 음경궤양이 발생했고 환자의 접촉 이력을 살펴봤을 때 성적 접촉이 원숭이두창 감염 경로로 보인다"며 "다만 더 많은 사례를 추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현재까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구팀은 "원숭이두창 초기 증상은 매독이나 헤르페스, 성병성 림프육아종 같은 성병과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발열 4일 후 나타나는 발진도 일반적인 원숭이두창과 달리 홍역이나 약물이상반응 등 비감염성 질환과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며 "역학적으로 원숭이두창 위험 인자를 지닌 환자는 신체 검사는 물론 병력 청취도 주의 깊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세계 원숭이두창 확진자는 5일 기준 총 7,075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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