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포스트 코로나, 의료는 안전한가’②
거리두기 재개 힘든 상황, 의료대응 중요
제자리걸음인 코로나 수가 제도화 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일상을 되찾고 있다. 의료체계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 4월 발표한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체계’에 따라 코로나19 진료를 일반 의료체계로 흡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이 해제되고 행정명령까지 내려 확보했던 병상도 다시 일반 병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재유행이나 또 다른 신종 감염병 등장에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청년의사는 창간 30주년을 맞아 ‘포스트 코로나, 의료는 안전한가’를 주제로 지난 6월 29일 전문가 좌담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김종혁 교수,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 보라매병원 이재협 부원장, 가천의대 정재훈 교수.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김종혁 교수,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 보라매병원 이재협 부원장, 가천의대 정재훈 교수.

코로나19와 싸운 지 2년 6개월 이상 지났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그 어느 나라보다 대응을 잘해 왔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의사 창간 30주년 특집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면 기존보다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실적으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기 힘든 상황에서 의료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준비가 안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환자 진료체계의 시계는 지난 2년 전으로 되돌아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델타 바이러스 유행으로 중환자 병상 부족 사태가 심각했던 시기다. 정부가 확보해 놨다는 중환자 병상에도 허수가 많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5일 기준 가용병상이 중환자 1,372병상, 중등증 환자 1,788병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줄면서 상당수 병원이 코로나19 병상을 일반 병상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계획대로 코로나19 진료를 일반 의료체계로 흡수하려면 현장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적극적으로 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는 관련 수가 논의에도 진전이 없으며 오히려 재정적인 지원을 줄이는 데 정책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다(6일 기준 신규 확진자 1만9,371명). 7~8월이 가장 안정적이고 가을쯤 다시 유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어떻게 보는가.

정재훈: 지금 확진자 수가 올라가는 이유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5와 면역 감소 때문이다. 백신 접종과 감염 후 생성된 면역 효과가 줄고 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있었던 대유행보다는 그 규모가 작을 것이다.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면 유행이 더 클 수 있지만 아직은 중규모로 예상한다.

사회자: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예상보다 크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이재갑: 하고 싶어도 이제는 못한다. 가을, 겨울 코로나19 유행은 의료대응이 중심일 수밖에 없다. 최소한 병상 동원을 하거나 거리두기 시행해야 하는 한계점이 어디인지 기준을 정해놔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 수준까지는 버텨 보지만 이 지점을 넘어가면 위기라는 기준을 마련해 국민들과 공유하고 그 위기가 닥치면 거리두기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런데 이런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정재훈: 거리두기라는 게 기본적으로 손실보상이 있다는 전제 하에 설계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정부 재정 정책이 이를 버틸 수 있을지는 부정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료대응체계를 준비하는 게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의료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거리두기는 불가능, 이제는 의료 대응이 중요

사회자: 의료대응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짚어보자.

이재협: 코로나19 대응 초기부터 정부는 공권력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찾았다. 민간병원은 수가로 동참을 유인할 수밖에 없으니 공공병원 병상을 모두 가져다 썼다. 감염 관리 인프라를 조성하기보다는 얼마 없는 공공병원 의료 인력을 역학조사관으로 차출하기도 했고 생활치료센터 운영도 맡겼다. 기존에 공공의료 인프라에 조금이라도 투자를 했으면 대응하기 쉬웠을 테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이제 와서 생색내기처럼 감염병전문병원을 추가로 설립한다고 하지만 그동안 충분히 설립할 기회가 있었다. 일례로 보라매병원이 7년 전 메르스 사태가 끝나고 나서 감염병센터를 설립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서울시가 중단시켰다. 그때 감염병센터를 설립했다면 지금 일반 병실에 음압기를 설치해 임시로 중환자실을 만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의료 인력도 전혀 준비해 놓지 않았다. 코로19 팬데믹 기간에도 바뀐 게 별로 없다. 감염병센터를 더 확충하고 인력 지원도 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확실한 투자가 필요하다.

사회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유행이 자주 있는 게 아니어서 전문병원이나 센터를 짓는다고 해도 평상시에는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도 문제다.

이재협: 평상시에는 일반 환자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감염병이 유행하면 바로 전환해 대응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감염병 중환자가 생겼을 때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갖춰 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인프라를 평상시에는 일반 환자 진료에 활용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

김종혁: 그래서 서울아산병원은 별도 독립 건물로 감염관리센터(CIC)를 설립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 구상하고 설계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정부로부터 코로나19 병상을 만들라는 요구가 와서 CIC를 설립해 대응할테니 유예해 달라고 했다. 정부가 승인해줘서 서둘러 CIC를 만들었다. 지어놓고 보니까 평상시에도 CIC를 유지하려면 결국 그에 맞는 수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래야 다른 병원들도 CIC와 같은 시설을 만들 것 아닌가.

인력도 더 많이 투입되고 시설 투자도 엄청나게 해야 한다. 수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평소에는 일반 환자를 대상으로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서 감염관리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정재훈: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평소에도 많이 한다. 그런데 유지비용과 매몰비용이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적당한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 많은 재정은 투자해서 많이 갖고 있으면 좋지만 그만큼 유지비용도 올라간다. 적정 수준을 찾아야 된다. 지난 2년간 투입된 비용은 불확실성에 대한 세금이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고 개선점을 찾아내려면 평가도 필요하다.

코로나19 병상 취소했다가 다시 만드는 일 반복

서울아산병원 김종혁 교수(왼쪽)는 상시대응체계를 구축하려면 국방비처럼 감염병 대응 분야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라매병원 이재협 부원장은 코로나19 유행 때마다 모든 병상을 비운 공공병원들은 생태계가 망가졌다며 공공병원 비중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김종혁 교수(왼쪽)는 상시대응체계를 구축하려면 국방비처럼 감염병 대응 분야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라매병원 이재협 부원장은 코로나19 유행 때마다 모든 병상을 비운 공공병원들은 생태계가 망가졌다며 공공병원 비중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갑: 2년 6개월 이상 겪어 왔다. 답답한 부분은 매번 휴지기에 병상을 뺐다가 다시 만드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하루 확진자 10만명만 발생해도 병상 부족 사태가 온다. 공공병원들이 코로나19 병상을 일반 병상으로 전환했고 민간병원도 다 뺐다. 현재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는 병상 수도 허수다. 생활치료센터도 없고 민간병원 중등증 병상도 거의 다 없앴다. 공공병원들도 수가를 주지 않으니까 다 코로나19 병상으로 지정된 것을 다 취소했다. 코로나19 전담 요양병원도 없애버렸다. 서울 지역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10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환자를 보낼 병원이 없다. 아무도 코로나19 환자를 받지 않을 것이다.

사회자: 그렇게 되면 보라매병원처럼 공공병원에 2~3일 안에 일반 병상을 코로나19 병상으로 전환하라고 하지 않겠나.

이재갑: 그래서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은 중등증 병상에 설치해 놓은 음압기를 떼지 않고 있다. 병실에 음압기 하나 설치하면 병상 하나를 줄여야 한다.

이재협: 보라매병원도 떼지 않고 있다. 가을이면 다시 유행할 수 있어서.

김종혁: 서울아산병원도 그렇게 했지만 도저히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CIC를 만들테니 좀 기다려 달라고 했다.

사회자: 서울아산병원이 CIC 운영이라는 좋은 실험을 하고 있다. CIC가 적자를 보지 않고 원활하게 잘 운영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재갑: 이미 국가 지정 격리병상이라는 감염병 공용 병실을 갖고 있다. 전국 30여개 병원이 10~20병상씩 총 500여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감염병 유행이 끝나도 유지되는 병상이다. 인플루엔자 유행 때 처음 시작을 해서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확장해서 준공영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 병상 중 70% 정도는 민간병원에 있다. 이 병상을 운영하는 비용을 100%까지 보전해주지는 않지만 일부분 지급하고 인력 훈련비도 등급을 나눠서 주고 있다.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독일식 모델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해보면 좋을 듯하다. 독일은 병원들이 중환자실을 리모델링할 때 정부 차원에서 비용을 지급하고 해당 병원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보다 20~30% 많은 병상을 확보해 놓는다. 이 부분에 대해 보상을 해주고 인력 교육 비용도 다 지원한다. 대신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그 병상을 정부가 활용한다. 일종의 하이브리드 병실처럼 쓰는 것이다. 독일이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유럽 다른 국가들보다 중환자 의료체계 붕괴가 심각하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중환자실에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

이재협: 결국 공공병원 비율을 조금 높여야 지금과 같은 위기가 왔을 때 정부가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부족하다보니 공공병원들마다 병상을 다 비우라고 했고 그래서 다 비운 공공병원은 생태계가 망가지는 일을 겪고 있다. 투자를 해서 공공병원 비중을 조금은 높여야 한다.

사회자: 독일 모델을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운영비를 지원해주면서 기다린 적이 없지 않나.

이재갑: 국가지정 격리병상은 10년 넘게 운영이 잘 되고 있다. 평상시에는 결핵 환자 등을 입원시킬 수 있고 메르스 의심 환자가 오면 병원별로 분담해서 입원시키기도 했다. 국가지정 격리병상은 일반 병실에 해당되니까 같은 개념으로 ‘국가지정 중환자 병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메르스 때 만들어 놓은 국가지정 격리병상을 더 확충하고 중환자로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해도 메르스와 코로나 중간쯤에 해당하는 아웃브레이크가 있을 때 발생할 중환자를 감당할 정도로 마련하자는 것이다.

외국은 공공이든 민간이든 코로나19 환자를 특정 병원이나 특정 구역에 입원시킨다는 개념이 없었다. 미국은 중환자실이 전부 1인실이니까 20병상 중 15병상은 코로나19 환자에게, 나머지는 일반 환자에게 배정해서 운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환자실조차 개방된 다인실 구조다. 그러다보니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10병상을 만들려면 10병상을 줄여야 했다.

김종혁: 감염병 대응을 위해서는 국방비 투입하듯이 해야 한다. 실제로 이번에도 전쟁이나 마찬가지였다. 평소에 충분히 투입해서 인프라를 구축해 놓고 감염병 유행 시 바로 전환해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간병원이 후원을 받아 시설에 투자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줘야 한다. 특히 중환자실을 전부 1인실로 운영할 수 있도록 수가를 책정해야 한다. 중환자실의 경우 1병상당 1년에 1억원씩 적자가 발생한다. 중환자실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500~800병상 유지해야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왼쪽)는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체계의 시계가 2020년 10월로 되돌아 갔다며 중환자 병상 확보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천의대 정재훈 교수는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왼쪽)는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체계의 시계가 2020년 10월로 되돌아 갔다며 중환자 병상 확보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천의대 정재훈 교수는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500~800병상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며 운영 탄력성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재훈: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상황에서 의료체계의 수용 능력만 키워서는 안된다. 분자를 줄여야 의료체계 부담도 준다. 중증화율을 줄여야 하고 동시에 피해가 한곳에 집중되지 않도록 분산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방역 정책의 결과와 의료 대응 결과가 합쳐져 중환자 병상 점유율로 나타난다.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가 들어오고 추가 백신 접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중증화율은 계속 떨어질 것이다. 중증화율이 지금 오미크론 유행 시기처럼 높아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아무리 높아봐야 오미크론의 절반 정도라고 생각한다면 국내에서 필요한 중환자 병상은 500~800병상 정도이고 이를 유지하는 능력과 운영 탄력성이 필요하다. 무제한으로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효율을 볼 수밖에 없다.

사회자: 현재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500~800병상 정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인가.

이재갑: 감염병거점전담요양병원에도 중환자실이 있다. 그것만 합쳐도 200~300병상은 나온다. 하지만 실제 중환자를 볼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거점전담병원도 준중환자실 수준 정도다.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나 인공호흡기 치료는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가능한데 이곳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지정을 다 취소해 버렸다. 중환자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중환자실 병상은 총 2,500~3,000병상 정도다. 상황을 델타 바이러스 유행 전으로 돌려놨다. 중환자 진료체계는 그 시계가 2020년 10월로 돌아간 상황이다.

이재협: 공공병원 병상 수는 OECD 평균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중환자가 생겼을 때 대응 능력을 따져보면 상당수가 허수다. 실제로 공공병원에서 초위중증 환자를 볼 수 있는 병상은 몇 개 없다. 결국 중환자를 볼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그만한 역량을 갖춘 센터를 만들고 유지해서 중환자 증가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이는 공공병원도 마찬가지다. 병상 수가 아닌 중환자를 치료해서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이재갑: 병상을 계속 남겨놓자는 얘기가 아니다. 일반의료체계 안에서 코로나19 등 감염병 환자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진료 관련 수가를 제도화해서 민간병원이든 공공병원이든 일반의료체계 안에서 환자를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다시 환자를 거점전담병원으로 모으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 이 부분이 문제다. 언제까지 거점전담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볼 것인가. 이 자체도 임시체계다.

일반의료체계로 전환하다고 발표해 놓고 그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수가만 마련해도 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볼 것이라고 했지만 기획재정부는 거점전담병원만 운영하는 게 더 비용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서인지 그쪽으로 환자를 몰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 일반 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보지 않기 시작하면 나중에 환자가 급증했을 때 버퍼 역할을 할 곳이 없어진다. 거점전담병원 병상이 꽉 차면 그 다음에는 환자를 어디로 보낼 것인가. 코로나19 병상 지정을 취소해서 이미 병상을 리모델링하고 다른 환자를 보고 있는데 다시 코로나19 환자를 보라고 하면 보겠는가.

일반의료체계에서 코로나19 진료하도록 수가 마련해야

사회자: 코로나19 진료 수가를 마련한다면 그 수준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는가.

이재갑: 제안했던 내용은 1인실은 일반 음압격리실이든 1인실이든 기존 격리수가보다 3배 정도 많이 책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인플루엔자나 결핵 환자를 격리해서 치료할 때보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때 더 많은 부담이 있는 게 현실이다.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할 때 필요한 개인보호구 등도 많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 기존 격리 수가보다 3배 정도 높게 책정하면 심리적인 마지노선이 해결되고 최소한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환자가 다인실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면 한 명이 입원해 그 병실에 다른 환자를 못 받아도 피해는 보지 않게 해줘야 한다.

이재협: 그 정도 수준으로 책정되면 괜찮을 것 같다.

김종혁: 기존 격리병상이나 ICU(중환자실) 수가에는 소모품은 반영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이재갑: 버퍼 없이 보상을 없애니 병원 입장에서는 코로나19 병상을 운영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재훈: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게 공공정책 수가다. 공공정책 수가에 그런 요소들이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민간병원도 감염병이나 공공의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인하고 보상해주자는 게 공공정책 수가다.

하지만 공공정책 수가도 고육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수가 체계는 너무 확고하게 고정돼 있고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방법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거시적인 요인도 있다. 의료비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장기적으로 건강보험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저출산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 수가를 통제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파이는 정해져 있어서 한쪽을 올려주려면 다른 쪽에서 가져와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재갑: 공공정책 수가처럼 새로운 수가를 마련한 사례가 있다. 메르스로 인해 처음 마련된 감염예방관리료다. 그 이후 병원이 감염관리에 투자하고 연구결과로도 비용 효과가 증명됐다.

정재훈: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감염예방관리료처럼 일정액을 지급하는 방식이 있고 종별 가산처럼 가산율을 곱해서 주는 방식이 있다. 가산 지급 방식은 참여도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기여도나 참여율을 평가해서 Pay for Performance(P4P)로 가는 게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방역정책 일관성 유지하고 과거 실수 반복하지 말아야

사회자: 마지막으로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김종혁: 감염병은 전쟁에 대비하는 것처럼 미리 준비해 놔야 한다. 병원들이 감염병 환자를 볼 수 있는 병상이나 인력을 확보해 놓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 유비무환이라고 했다. 감염병 유행에 대비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이재갑: 현 정권이든 전 정권이든 방역 기조에서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은 별로 없다. 지난 2년 6개월 동안 대응해 왔던 부분을 바탕으로 일부 수정되거나 할 수밖에 없는데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방역이 이념적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유연하지 못하고 강직되는 것 같다. 재난 상황에서는 임기응변도 필요한데 유연함이 없으면 어렵다. 정권과 무관하게 방역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또 하나 우려되는 부분은 기획재정부의 목소리가 너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의 의견이 기재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이재협: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전체 예산에서 보건의료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적다.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비중을 높여줬으면 한다.

정재훈: 방역 정책은 국민 건강에 대한 부분이어서 정권에 따라 달라지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아야 하고 과거에 대한 평가는 미래를 위한 준비가 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방역 정책 설계할 때 근거 중심, 절차적인 정당성, 비용 효과 확인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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