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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수 회장, 반복된 응급실 폭력에 “참담한 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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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수 회장, 반복된 응급실 폭력에 “참담한 심경”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06.1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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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의사에 낫 휘둘러...이 회장, 17일 병원 위로방문
응급의학의사회 “현장 전문가와 재발방지ㆍ개선방안 논의해야”
▲ 이필수 회장이 피해 의사를 위로방문한 뒤 참담한 심경을 말하고 있다.
▲ 이필수 회장이 피해 의사를 위로방문한 뒤 참담한 심경을 말하고 있다.

[의약뉴스] 또 다시 발생한 응급실 폭력 사건에 의료계가 의료진 보호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시 한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은 70대 남성이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갑자기 낫을 휘둘렀다.

이 의사는 낫에 뒷목 부위가 10cm 가량 베여 응급 수술을 받고 입원했다.

가해자는 지난 10일 밤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로 이송된 여성의 남편으로, 가해자의 부인은 사망하기 며칠 전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가해자는 당시에도 응급실에서 소란을 피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다시 병원을 찾은 가해자는 담당 의사를 만나고 싶다고 요청해 응급실로 들어온 뒤 흉기를 휘둘렀다.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됐으며 경찰은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관련 병원을 방문, 응급의학과 의사를 만나 위로했다. 

피해 의사를 만난 이필수 회장은 “참담하고 당혹스러운 사건"이라며 "의협 회장으로서 회원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번 사건은 환자 보호자가 명백히 살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서 "용서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고, 법이 허용한 가장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늘 오후에 용인동부서장을 만나기로 했다"며 "강력한 대처를 요청함과 동시에 추후에 의료기관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달라고 부탁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이 회장은 故임세원 교수 사망사건 이후, 강화된 의료기관 내 폭행방지 관련 법안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故임세원 교수가 돌아가신지 3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고, 의료기관 내에서 폭행으로 인한 상해, 중상해, 사망사건이 발생할 경우, 강력히 처벌하는 법안이 만들어졌음에도 의료기관 내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기존 법안으로 불가능할 거 같다. 진료실이나 응급실에 있는 의료진을 폭행하면 가중처벌이 되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나 정치권에 강력한 법안을 최대한 빨리 만들도록 촉구하겠다”며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중한 인력들인데, 이런 공익적 활동을 하는 분들에게 자신의 생명을 걸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분들의 생명을 지키고,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치권을 설득해서 강력한 법안을 만들어서 모든 의료진들이 소신진료를 할 수 있고,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의협에서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 사건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회장 이형민)은 긴급 성명을 통해 현장의 전문가들과 재발방지와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심정지로 이송된 환자를 위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보호자가 계획적으로 거짓말로 스케줄을 확인하고 다시 찾아와 낫으로 목을 베는 사건이 일어났다”며 “처음 이송된 당시에도 진료현장에서 난동을 피웠었는데, 당시 난동을 제압하고 법적 격리조치를 취했다면 이러한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환자의 생명을 되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의사에게 돌아온 것은 감사의 표현이 아니라 살해의도가 가득한 낫질이었다”면서 “응급의료현장의 폭력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지 오래이고, 응급의료인들에게 폭력은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 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언어폭력, 성희롱과 같은 정신적인 폭력까지 하루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발생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여러 번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도 계속 높아지게 됐지만, 실제 진료현장에서 느끼는 안전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처벌이 강화되다 보니 경찰이나 검찰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입건하는 자체를 꺼려하게 되고, 이는 응급의료인에 대한 폭력이 발생해도 처벌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부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료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사전에 예방하고 폭력이 발생할 경우 빠른 격리와 현장의 안정이 필요한 것이지 이미 폭력사건이 벌어진 후의 사후조치는 이미 늦는 것”이라며 “단순한 보여주기 식의 성의 없는 대책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이제라도 현장의 전문가들과 재발방지와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의 장을 만들어주기 바란다”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의 폭력처벌 조항과 임세원법 제정 이후 의료현장 폭력에 대해 관용 없는 가중처벌을 공언해온 당국이 이번 사건에 정말로 그런 결정을 내릴 것인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더 이상 진료 중 다치고 희생되는 동료가 없어질 때까지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응급의료현장이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당국은 책임감독의 의무를 다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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