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건보공단, 환산지수협상 첫 만남부터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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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건보공단, 환산지수협상 첫 만남부터 평행선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5.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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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생중계 등 선결조건 수용 여부 2차 협상까지 답변해달라고 강력히 요구
건보공단, 비공개 협상 원칙 강조…선결조건 공식 입장 2차에서 밝힐 것 약속
한의협과 약사회도 같은 날 1차 협상 마쳐…타 유형보다 소외되고 있는 점 강조
대한의사협회-국민건강보험공단 2025년도 제1차 환산지수협상 장면. ⓒ병원신문.
대한의사협회-국민건강보험공단 2025년도 제1차 환산지수협상 장면. ⓒ병원신문.

대한의사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5년도 환산지수협상(요양급여비용계약, 수가협상) 첫 만남부터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펼쳐졌다.

의협이 환산지수협상에 참여하기 위한 선결조건을 제시했으나, 해당 사항에 대한 건보공단의 수용 여부는 5월 23일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답변 결과에 따라 의협은 향후 환산지수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5월 16일 당산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건보공단과 2025년도 제1차 환산지수협상을 진행했다.

통상 본격적인 협상 시작 전에 양쪽 협상단이 단체 사진을 찍는 게 관례이나 의협 협상단의 거부로 사진 촬영은 생략된 채로 1차 협상이 시작됐다.

최성호 의협 환산지수협상단장(부회장)은 모두발언에서 환산지수 차등적용 철폐, 단체별 순위 매김 철폐, 협상 실시간 생중계를 요구했다.

해당 선결조건이 이행되지 않으면 향후 협상 과정에 일절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인데, 최성호 단장은 5월 23일 2차 협상에서 답변을 듣고 싶다고 했다.

이에 김남훈 건보공단 환산지수협상단장(급여상임이사)은 환산지수 차등적용 및 단체별 순위 매김 철폐는 2차 협상에서 공식적인 답변을 전달하기로 했으나 협상 실시간 생중계의 경우 불가능하다고 즉답했다.

환산지수 계약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5조’ 및 ‘동법 시행령 제20조’에 따라 건보공단과 공급자 대표가 협상을 통해 진행되는 것이고,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해 환산지수협상은 의사결정 과정상에 있는 회의이기 때문에 비공개 대상에 해당한다는 게 김남훈 단장의 설명이다.

(왼쪽부터) 김남훈 건보공단협상단장, 최성호 의협협상단장, 최안나 의협 보험이사. ⓒ병원신문.
(왼쪽부터) 김남훈 건보공단협상단장, 최성호 의협협상단장, 최안나 의협 보험이사. ⓒ병원신문.

김남훈 단장은 “협상장면을 공개하면 원활한 환산지수 계약 업무 수행을 비롯해 협상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김 단장은 이어 “협상 이후 제도 개선은 얼마든지 공개의 장에서 토론할 수 있다”며 “의협 측의 선결조건 요구는 매우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안나 의협 보험이사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즉각 반발했다.

최안나 이사는 “일본은 정부와의 각종 협상과 회의를 실시간 온라인으로 모두 공개하고 있다”며 “보험료를 내는 국민과 대통령이 환산지수협상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이사는 “의원에게 적정 수가를 주는 것은 의사 배 불리기가 아니라 정상 진료를 받아야 하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직원 월급과 월세를 감당하려면 비급여를 계속 개발해야 하는데, 정부에서도 이를 막고 싶어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김남훈 단장은 이미 제도개선협의체에서 공급자, 가입자, 보험자가 서로 논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의협이 요구한 3가지의 선결조건은 2차 협상에서 확답하겠다는 뜻을 재차 전했다.

이후에도 양 측의 실랑이가 계속되다가 정회 끝에 의협 협상단이 임현택 회장의 재가를 얻어 2차 협상까지 건보공단의 답변을 듣는 것으로 하고 녹화 카메라 및 생중계 핸드폰 퇴장 후 다시 1차 협상이 비공개로 재개됐다.

1차 협상 종료 후 최성호 단장은 “이번 환산지수협상은 의료의 위기를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대통령도 적정 수가 없이는 아무리 의사를 많이 늘려도 소용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환산지수협상 체계를 고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의협, “건강보험 점유율 3%에 불과…균형 맞추는 협상 돼야”

약사회, “건강보험 체계에서 소외된 약사 위한 정책적 배려 필요”

같은 날 1차 환산지수협상에 나선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선결조건 불이행 시 협상 거부라는 초강수를 둔 의협과 달리 읍소전략을 택해 대비됐다.

우선, 한의협의 목표는 3%에 불과한 건강보험 점유율을 이번 협상을 통해 상승시키는 것이다.

특히 의대정원 증원 사태로 인해 의과의 필수의료 항목이 늘어난 것처럼 한의도 더 높은 수가를 받을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한의협이다.

대한한의사협회 환산지수협상단. ⓒ병원신문.
대한한의사협회 환산지수협상단. ⓒ병원신문.

정유옹 한의협 환산지수협상단장(수석부회장)은 “의사가 13만 명, 한의사가 3만 명인데도 불구하고 한의 건강보험 점유율은 3%에 불과한 만큼 이번 환산지수협상을 통해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한의계는 높은 폐업률과 함께 최저임금도 안되는 고통 속에 놓여있는데, 의대정원 증원 사태를 계기로 의과 필수의료 항목이 늘어난 부분을 고려해 한의 유형도 더 높은 수가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소외된 한의계를 정상화시키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됐으면 한다는 게 한의협 협상단의 당부다.

이완호 보험부회장은 “2020년 코로나19 때부터 올해 의대정원 증원까지 4년간 한의계는 정부로부터 소외됐다”며 “한의 의료가 국민 건강증진과 의료비 감소에 많은 도움을 주고 악화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유지를 할 수 있을 산소호흡기 정도의 수가라도 제공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약사회 역시 환산지수 외에도 여러 전략적인 선택지가 많은 병·의원과 달리 약국은 건강보험 체계에서 정책적 소외감과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며 환산지수협상에서 배려가 가장 많이 필요한 유형이 약국이라는 점을 피력했다.

박영달 대한약사회 환산지수협상단장. ⓒ병원신문.
박영달 대한약사회 환산지수협상단장. ⓒ병원신문.

박영달 약사회 환산지수협상단장(부회장)은 “지난해 약국 행위료 증가율이 다른 유형보다 상대적으로 높은데, 협상단으로서 심리적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특수 상황으로 인한 단발적 행위료 증가는 없을 것이고 약국 진료비도 다시 감소 추세로 돌아설 것이니 현장 어려움을 반영한 협상 결과가 도출됐으면 한다”고 읍소했다.

즉, 보건의료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 마다 약국 유형이 타 유형으로부터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 단장은 “재정소위 위원들에게 공급자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겠지만, 정무적인 최종 판단은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의 손에 달린 만큼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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